방송 현장 고용불안 실태조사 결과 발표 국회 토론회, ‘질주를 멈춘 K-콘텐츠 산업 그리고 방송 노동자의 고용불안’ 성료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이기헌, 이용우 국회의원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 이사장 권오성)는 24일 오후 2시, 방송 현장 고용불안 실태조사 결과 발표 국회 토론회, ‘질주를 멈춘 K-콘텐츠 산업 그리고 방송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공동진행했다.
토론회를 통해 방송미디어 산업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종사자들의 고용불안에 관해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방송미디어 산업 내에서 일어나는 고용불안 사례에 대해 당사자 증언과 노동 시민사회계 토론을 진행하여 고용불안 실태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토론회는 김영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센터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더불어 민주당 강유정(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기헌(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용우(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회의원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당사자의 시각을 통한 방송 현장의 고용불안 실태를 들여다 보기 위해 현장 당사자 발언이 이어졌다.
현장 당사자 발언을 통해 방송 노동자 A씨는 “현재의 방송미디어 산업의 경우 과거에 비해 산업 침체에 더욱 취약한 상황이라, 침체가 심화할수록 현장 일선의 종사자들이 부담을 고스란히 안게 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고, 이에 대한 개선 논의가 없다면 종사자들의 현장 이탈이 심화할 것”이라고 이야기하였다.
이어서 발제가 진행되었다. 발제의 첫 순서를 맡은 유건식 성균관대학교 미디어문화융합대학원 초빙교수는 ‘OTT 등장 이후 방송 프로그램 제작 구조의 변화 양상’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하였다. 첫번째 발제에서 유건식 초빙교수는 “콘텐츠 이용 편의성이 극대화된 글로벌 OTT의 등장 이후 기존 매체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졌고 이로 인해 시청률 감소를 비롯한 수익 악화, 작품 제작 및 편성 감소가 이어졌다”고 이야기하였다. 더불어 “넷플릭스를 필두로 다양하고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작품 제작이 가능해진 한편, OTT에 대한 산업 종속과 지적재산권(IP) 불인정, 한국에는 적용되지 않은 재상영분배금 문제로 인해 개선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하기도 하였다.
두번째 발제는 김희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기획차장의 방송 현장 고용불안 실태조사 결과 발표가 이어졌다. 이번 실태조사는 1년 이상 방송미디어 산업의 일경험이 있는 전·현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최근 1년 내(2023.03.~2024.02) 경험한 고용안전망 보장 실태와 이에 관한 수요를 물었다. 전체 응답자는 179명이며,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된 방송 현장의 고용불안 실태는 다음과 같다.
① 전체 응답자의 89.9%가 프리랜서·위임·도급 계약을 비롯한 계약, 파견(용역), 임시·바우처 형태의 고용 계약을 맺고 있어 불안정한 고용 구조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었다. 또한 업무 계약 종료에 있어서도 비자발적 계약 종료를 경험한 응답자가 78.2%에 달했으며, 사측의 해고, 프로그램 제작 중단과 같이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업무 계약이 종료된 응답자의 비율 또한 20.6%로, 방송미디어 업계 내 상시적인 실업 위험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② 방송미디어 업계 내 상시적인 고용불안 정도를 살핀 결과, 응답자의 23.4%가 지난 1년 내 업계 내 근무 기간이 6개월 미만이었으며, 월 평균 34.4%의 응답자가 한 달에 10일 미만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이를 바꿔 말하면, 이들은 1년중 4개월 이상에 달하는 기간을 사실상 실업 상태로 보내고 있는 것이다.
③ 한편, 고용불안에 대비하는 기본적인 안전망인 사회보험의 보장 경험을 물은 결과, 고용보험과 예술인 고용보험·산재보험에 한해서만 전체 응답자의 과반이 직장 가입 경험이 있었다. 사회보험 유형별로 직장 가입을 통한 의무 가입 여부의 차이가 크게 나타난 것이다.
④ 더불어 업계 내에서 일자리 상실 이후에 발생하는 생계 곤란을 해결한 방식은 어떠한지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8.5%만이 실업(구직)급여를 수급하였다. 실업(구직)급여를 받지 못한 응답자의 75%가 수급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실업(구직)급여와 같은 사회보험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었다. 조사 결과를 기준으로 추정한 것이기에, 실제 확인되지 않은 사례도 있을 것을 감안하면 방송미디어 산업 전체의 고용불안과 실업 규모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⑤ 이에 따라 응답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고용안전망에 대해 살핀 결과, 응답자의 92.1%가 ‘실업(구직)급여 수급 조건 완화’를 꼽았다. 이러한 결과는 방송미디어 산업 내에서 다수가 고용의 불안정성을 겪고 있고, 프로그램 제작 규모와 제작 지원 정도 등에 따라 일자리 규모의 변동이 심한 만큼, 일자리 상실에 대한 보호책으로서 실업(구직) 급여 수급 조건이 완화될 필요가 있음을 강하게 느낀 것이라 볼 수 있다.
발제 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직군과 계약 형태 측면에서 방송미디어 분야 종사자의 노동과 고용불안을 논의하였다. 먼저, 박선영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수석부지부장은 “방송 비정규직 고용에 관한 방송사의 관행이 OTT의 관행으로 이어지고 있고, 카메라 뒤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은 20여 년 전이나 현재나 변화한 부분이 많지 않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상황은 누구도 손을 대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라도 개선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김기영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 지부장은 드라마 제작 규모 축소로 인해 심화된 방송스태프의 고용불안에 대해 “방송 현장은 표준근로계약서가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면계약 의무 조건이 배제되어 있어, 사실상 부당한 업무를 수행해야 할 때가 많다”고 지적하며, “현장 일선의 모두에게 공정한 내용의 서면계약이 의무화되어야 한다”며 방송 현장에서의 업무 수행에 있어 서면계약의 의무화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송창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사무총장은 연기자의 소득 불안정과 사회보장 사각지대를 주제로, “촬영 대기가 잦은 방송연기자들의 특성상, 겸업 수행이 어려울 뿐 아니라 미뤄지는 촬영으로 인해 무한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함에도 불구하고 방송 현장은 출연료 지급에 있어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사회 안전망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청년세대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의 심순경 조직팀장은 “해고가 잦은 방송 현장은 현장에 진입하는 2030 청년들에게 굉장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환경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며 지속 가능한 방송미디어 산업을 위해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문제들에 대한 종합적인 논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을 강조하였다.
한빛센터는 방송미디어 산업의 변화 과정에서 대두되고 있는 불안정 노동에 대해 지속적으로 조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방송제작환경 노동실태를 지적하며 세상을 떠난 고 이한빛PD 유지를 잇기 위해 설립된 공익법인으로, 방송미디어 산업 전반의 불안정 취약 노동 실태를 드러내고 제작 환경 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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