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NANCE] "소유 보다 경험" 여신사, 車금융 길 깔았다
운용리스·장기렌터카 비중 증가
차량운영·관리 편리·초기비용 절감 등 장점
전기차 충전·금리 인하·비교추천·해외사업 나서
과거에 차를 '소유'했다면 이제는 차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차를 사더라도 중고차로 되팔아 새로운 차로 갈아타는 수요가 늘었다. 단순한 이동 수단에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거나 서로 공유하는 아이템으로 트렌드가 바뀌었다.
지난달 하나금융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금융 취급 규모는 연간 34조원. 지난 2014년(25조4000억원) 대비 약 34% 증가했다. 이중 리스의 증가세가 주목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리스 취급실적 중 운용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23년 기준 44%로 불과 4년 전인 2019년(26%)에 비해 18%포인트 상승했다. 차를 인수하고 반납할 수 있는 운용리스나 장기렌터카 취급 비중이 커진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리스다. 자동차를 사거나 빌리는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상품을 말한다. 자동차 리스의 핵심은 계약 기간이 끝난 시점에서 차량 가격이다.
예를 들어 5000만원짜리 차량을 잔존가치 30%(1500만원)로 3년 계약을 한다면, 잔존가치를 뺀 3500만원에 이자와 차량 유지·관리 등 서비스 비용을 36개월 동안 나눠내야한다. 리스는 차량 운영과 관리가 편리하고, 비용처리와 절세혜택 장점이 있어 법인에서 많이 사용해왔다. 최근에는 초기 비용부담이 적고, 취향에 따라 빠른 주기로 자동차를 바꿔 탈 수 있다는 점 덕분에 개인 고객들의 이용도 빠르게 늘고 있다.
◇ 車금융 '절대강자' 현대캐피탈
자동차금융에서 현대캐피탈을 빼곤 말하기 어렵다. 현대차그룹의 전속 금융사인 만큼 자동차 금융에서 독보적인 상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할부, 리스, 렌트 등 상품은 다양한데, 이중 리스 상품을 주목했다.
현대캐피탈이 국내 최초의 자동차 리스 상품을 출시한 해는 2001년.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해당년도에 1622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리스시장 규모는 20여년 만에 13조8484억원으로 85배 성장했다.
현대캐피탈은 전기차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리스와 렌트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아이오닉6, 아이오닉5, 코나EV 등 현대자동차 주요 전기차종을 대상으로 이용할 수 있는 'EV 올인원 리스·렌트' 상품이 대표적이다. 상품은 전기차 이용 고객을 위해 임대상품 계약 만료 시점의 중고차 가격인 잔존가치를 내연기관 자동차 잔존가치보다 높게 설정해 고객의 월 이용료 부담을 낮췄다. 예를 들어 아이오닉6(차량가 5605만원)의 경우 리스로 36개월 간 이용한다면 월 72만원대로 이용할 수 있다. 베스트셀러인 가솔린 자동차 쏘나타(차량가 3192만원)가 36개월 리스 기준 월 77만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한 가격인 셈이다.
추가적으로 전기차 충전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해당 리스 상품을 통해 현대자동차 전기차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계약기간 동안 매월 8만 전기차 충전 크레딧을 무료 제공한다. 아이오닉6로 빗대보면 매월 1300㎞, 연간 1만5700㎞를 주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E-라이프 솔루션' 상품은 기아 EV6, EV9, 레이EV, 니로EV 등 차량에 대한 혜택을 제공한다. 36개월 리스 상품으로 계약 만료 시점의 중고차 가격을 차량가의 60%로 높게 설정해 고객의 월 납입료 부담을 확 줄였다. 예를 들어 기아 EV6(차량가 5825만원)를 36개월 동안 리스로 이용할 경우 연 1만5000㎞ 약정 기준 매월 40만원을 지불하면 된다. 전기차 충전 혜택도 제공하는데, 급속충전기를 이용할 때마다 매월 최고 300㎾h까지 50% 할인 혜택을 준다. 매월 할인혜택은 최대 4만5850원에 달한다. 리스를 이용하는 개인고객이 상품 만기 6개월 전후로 기아 전기차를 다시 이용한다면 100만원 리워드 혜택도 제공한다.
◇ 카드사 리스 전쟁… 해외로 눈 돌린 회사도
카드사들의 리스 사업도 활기를 띄고 있다. 카드사의 리스 사업 항목에는 고가의 가전제품, 기계류 등이 포함되지만 자동차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올해 1분기 리스 금융을 취급하는 카드사는 신한·삼성·KB국민·롯데·우리·비씨카드 등 6곳. 이들의 리스자산은 올해 1분기 6조1636억원을 기록했다. 우리카드와 KB국민카드를 제외하고 모두 리스자산을 증식했다.
자산규모 1위 신한카드는 오토리스 상품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오토리스는 고객이 원하는 자동차를 신한카드가 대신 구입해 일정한 기간 사용토록 하는 것이다. 금융리스와 운용리스를 동시에 취급하고 있는데 운용리스는 차량대여, 금융리스는 대출 상품이다. 물론 할부금융 상품도 갖추고 있다.
신한카드의 MY CAR 카드를 동시에 이용하면 오토금융 이용 시 금리를 낮출 수 있다. 금리 5.2%에 4000만원을 60개월 이용할 경우 금리는 실질적으로 2.94%로 떨어진다. 대신 카드 이용금액은 매월 120만원이어야 한다. 월 최대 4만원 캐시백과 주유·충전·전기차에 월 최대 1만원 할인 혜택 등을 포함한 값이다. 캐시백 총액은 240만원에 달한다. 단순 추산하면 전체 이자는 551만원에서 311만원으로 줄어든다.
이밖에도 금융그룹 차원에서 자동차금융 상품을 취급하는 우리금융도 주목받는다. 행보를 살펴보면 해외 리스사업을 확대할 가능성도 다분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등 자회사에서 운용하던 자동차금융 상품을 통합해 우리WON카에서 취급하고 있다. 효율성은 높이고 비용은 줄인다는 취지다.
특히 우리카드의 경우 2022년 인도네시아 중고차 할부금융사를 인수해 우리파이낸스 인도네시아를 출범하기도 했다. 당시 현대자동차의 베트남 파트너사 현지탄공과 자동차 금융서비스 협약도 체결했다. 이어 동남아시아 자동차금융 시장을 키우기 위해 인도 자동차기업 타타모터스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인도네시아, 태국 등 현지 인프라를 확보해 현지 사업을 강화한 것이다.
◇ "한번 써보세요"…플랫폼 비교추천 서비스로 고객 모시기
현대캐피탈은 지난 2021년 마이데이터 사업 본 허가를 취득해 '현대캐피탈 앱 2.0'을 선보였다. 앱에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연동하고, 고객의 상황에 맞는 차량 추천을 비롯해 관련 비용 지출, 신용점수 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차량이나 브랜드, 차종 중 하나만 입력해도 차량별 월 납입금을 할부·리스·렌트 상품을 볼 수 있다. 원하는 월 납입금과 차종 정보를 선택하면 최적화된 차량 추천하거나 신용정보 조회 없이 월 납입금액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신한카드의 MyCar 플랫폼도 모든 금융상품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은행과 카드 상품의 장점만 골라 자동차 금융 상품을 비교해주고, 대출 한도까지 한 번에 알아보는 통합한도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KB캐피탈 등 캐피탈업계는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들은 지난해 7월에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희망했지만 금융위원회가 수요조사 단계에서 캐피탈사의 진입을 제한했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까지 받은 곳은 빅테크 3사로, 올해부터 서비스를 하고 있다. 캐피탈사가 플랫폼사가 아니라 금융사이기 때문에 중개서비스인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영위하기엔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다른 금융업권이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영위할 수 있는 기관으로 명시돼 있다는 점으로 볼 때 향후 진입 가능한 새로운 영역이다.
김경렬기자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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