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억 지급불능 티몬·위메프… “몸집 불리다 줄도산 위기”
싱가포르 전자상거래 업체 큐텐 계열사인 티몬·위메프의 판매자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면서 해당 플랫폼을 이용해 물건을 팔던 셀러(판매자)들의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업체가 각종 세금 납부 기한 등이 몰리는 월말까지 티몬·위메프로부터 판매대금을 정산받지 못하게 되면서 “이러다 신용불량자가 되겠다”는 호소가 곳곳에서 나온다.
이날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티몬·위메프의 지난달 이용자 수는 869만 명에 이른다. 두 업체의 월간 거래액도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우리 경제 전반에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불안해진 판매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자금 흐름이 더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에서는 “큐텐이 겪고 있는 유동성 위기가 최악의 경우 부도 사태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예약해 둔 여행상품권이나 항공권 등을 환불받지 못하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 피해 업체 “이대로면 줄도산” 호소
티몬·위메프가 판매업체에 정산하지 못한 미수금 규모는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업체들은 “아직 정산 시점이 다다르지 않은 6, 7월분 정산 금액까지 합하면 최소 1000억 원대”라고 말한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업체에서 받지 못한 미정산액 규모만 수백억 원 규모”라며 “업계 전반으로 본다면 액수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티몬·위메프로부터 아직까지 5월분 판매금을 정산받지 못한 업체는 대부분 월 정산액이 최소 수억 원대인 중·대형 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터진 이후엔 금융권과 핀테크의 선정산 대출 시스템이 막히면서 이달 정산액을 받은 업체들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선정산은 플랫폼으로부터 정산금을 받기 전 미리 대출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티몬·위메프에서 생필품을 판매하던 이모 씨(38)는 “정산이 두 달 뒤에야 이뤄지다 보니 그간 선정산 대출을 이용해 각종 대금을 막아왔다”며 “갑자기 선정산이 막혀 당장 부가세와 4대 보험금도 미납할 판”이라고 말했다.
티몬과 위메프도 이와 같은 판단하에 제3금융기관을 통해 대금을 지급하는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판매자 달래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큐텐 관계자는 “회사로서는 자금 흐름을 만드는 한편 새로운 거래를 일으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판매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 “나스닥 상장 노린 무리한 인수가 화근”
큐텐은 G마켓을 창업한 구영배 대표가 이베이와 합작해 2010년 싱가포르에서 시작한 이커머스 기업이다. 국내에선 2022년 티몬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23년 3월 인터파크쇼핑, 4월 위메프를 차례로 사들여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올해 들어서는 글로벌 플랫폼 위시와 AK몰을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문어발 확장으로 한때 주목을 받았지만, 업계에서는 큐텐이 벌인 공격적인 인수 전략이 유동성 문제의 시발점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리한 인수합병의 여파로 그룹 전반의 유동성이 말라갔다는 해석이다. 큐텐은 앞서 티몬·위메프를 인수할 때는 지분교환 방식을 택했지만, 올 2월 위시를 인수할 때는 현금 약 2300억 원을 동원했다. 업계와 판매자들 사이에서는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이 이 과정에서 일부 활용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티몬·위메프는 고객이 결제하면 대금을 보관했다가 최대 두 달 뒤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업을 줄줄이 인수할 때도 큐텐의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이미 업계에서 많이 나왔다”며 “규모의 경제를 노렸던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인수 후 그렇게 효과를 보지는 못한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개월간 티몬이 선불 충전금인 ‘티몬 캐시’와 각종 상품권을 선주문 후사용 방식으로 할인가에 판매해 왔다”며 “돌이켜보면 그것도 유동성 위기의 징조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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