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와 쇼 [크리틱]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보여주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쇼(show)는 원래 연극, 뮤지컬처럼 남들에게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행위를 의미했다.
재미교포였던 그는 미국의 '투나잇쇼'에 출연하며 얻은 경험으로, 초대 손님을 둘러싸고 보조 진행자와 편한 분위기의 삼자 토론을 이끌며 일반적 인터뷰에서는 듣기 어려운 속마음이나 사안의 뒷배경 같은 입체적인 이야기를 끌어내며 토크쇼의 매력을 대중에 각인시킨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임우진 | 프랑스 국립 건축가
‘보여주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쇼(show)는 원래 연극, 뮤지컬처럼 남들에게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행위를 의미했다. 반면 형식은 비슷하지만, 연주나 노래 같은 음악적인 행위는 콘서트(concert)로 달리 불렀다. 그런데 20세기말, 시각적인 쇼와 청각적인 콘서트로 분류하기 어려운 새로운 장르가 탄생한다. 바로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이 진행자가 제안하는 다양한 화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른바 ‘토크쇼’다. 말한다는 행위를 시각적으로 해석할 것인지 청각적으로 봐야 할지 애매하니 ‘토크콘서트’라는 용어도 혼용된다.
이 토크쇼라는 포맷이 한국방송에 소개된 것은 1989년 재미교포 자니윤의 자신 이름을 딴 프로그램이었다. 재미교포였던 그는 미국의 ‘투나잇쇼’에 출연하며 얻은 경험으로, 초대 손님을 둘러싸고 보조 진행자와 편한 분위기의 삼자 토론을 이끌며 일반적 인터뷰에서는 듣기 어려운 속마음이나 사안의 뒷배경 같은 입체적인 이야기를 끌어내며 토크쇼의 매력을 대중에 각인시킨다. 그 후 이런 토크쇼는 방송뿐 아니라, 도서출간(북토크), 영화개봉(관객과의 대화), 정치적 현안(정치토론)에도 응용되며 갖가지 형식으로 분화한다. 2011년 안철수 (당시) 교수와 박경철 원장이 3년간 전국을 돌며 돌풍을 일으킨 ‘청춘콘서트’가 대표적인데, 사전준비된 원고로 진행되는 일방향적 강연 후 간단한 문답 정도로 끝내던 방식에서, 청중과의 대화를 전면에 내세워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자 양방향적이고 다면적 대화가 가능해졌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즉흥적인 ‘날 것’ 대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특히 폭발적 인기를 끈다. 이른바 말하고 듣는 것이 볼거리가 되는 시대가 됐다.
모든 쇼에는 기획자가 있고 그래서 의도가 있다. 특히 방송을 통한 토크쇼라면 연출자는 두 가지 상반된 행위, 대화한다는 의미인 ‘토크’와 보여준다는 의미인 ‘쇼’ 중 상위가치를 선택해야 한다. 시청률에 희비가 갈리는 방송의 속성상, 카메라에 비친 화면을 우선시하려는 강박증이 작용하기 마련이다. 토론자를 카메라를 향해 횡으로 세우는 이른바 ‘장학퀴즈’식 무대가 주를 이루는 이유는, 화자의 표정이나 행동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노출되니 촬영도 쉽고 사회자의 진행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론 당사자는 마주한 여러 대의 카메라와 그 뒤편 스텝과 청중들에게 심사와 평가받는 처지가 된다. 몸은 긴장되기 마련이고, 그래서 미리 준비한 원고 발표나 단발성 의견 개진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쇼’가 부각될수록 ‘토크’는 사라지는 구조인 셈이다.
반면, 대화하는 행위 ‘토크’에 무게를 두면 무대 배치는 달라진다. 토론자끼리 맞은 편에 혹은 삼각형 또는 원형 테이블에 앉히는 식이다. 이러면 서로의 얼굴이 먼저 보이니 카메라의 존재는 화자의 시선에서 사라지고 상호적 ‘티키타카’가 유도된다. 즉흥적이고 우발적인 논쟁 속에 정제되지 않은 ‘날 것’들이 오가며 입체적이고 예측불가능한 대담이 된다. 이 방식은 카메라의 배치와 촬영도 복잡해지고, 가끔은 과열되어 감정적인 언쟁으로 번지는 ‘방송사고’를 제어할 수 있는 사회자의 능력도 요구되니 소규모 방송이나 생방송에 적용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최근 정치 토론회나 토크쇼가 양산해낸 말의 잔치 속에서 정작 중요한 단서와 진실은 하나같이 카메라가 뒤로 물러선 대담자끼리 교차한 시선 속에서 즉흥적으로 밝혀졌다는 사실은, 보이지 않는 공간이 얼마나 인간의 상호관계에 영향을 끼치는지 잘 보여준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단독] 경찰청장 후보자 부인, 아들 집값 ‘빌려줬다’더니 이자소득세 안 내
- MBC 법카로 호텔서만 5900만원…이진숙 “업무용” 검증은 거부
- 이원석 “법무장관, 용산·중앙지검 들며 총장은 관여 말라 해”
- 해리스 첫 유세…“약탈자, 사기꾼, 트럼프 같은 유형 잘 안다”
- 오늘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민주 “부결땐 수정안 가겠다”
- 대검, ‘김건희 방문’ 진상파악 속도조절…‘항의성 사표’ 검사들 복귀
- 친윤 반대·야당 압박…채 상병 특검법, ‘당 대표 한동훈’ 첫 시험대
- 안전교육 1분, 계약서 없이 10시간…나는 ‘유령 노동자’였다
- 북한 오물풍선, 대통령실 앞마당에도 떨어졌다
- 티몬·위메프, 카드·상품권 다 막혀…소비자는 기가 막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