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재단들의 수난…대기업 ESG 경영에 진정성 있나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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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서는 불기 시작한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이, 국내에도 불어 닥친 지 4년이 되어 간다.
그린워싱(형식적 환경주의)이 가장 심각한 이슈지만, 최근에는 굵직한 대기업의 공익재단들이 혼란에 직면하고 있는 모습들이 나타나면서 소셜워싱(형식적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문제 제기도 늘어나고 있다.
대기업들도 이번 기회에 공익재단이 만들어질 때의 초심, 기업가 정신과 사회적 책임을 되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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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창 |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명예교수
글로벌에서는 불기 시작한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이, 국내에도 불어 닥친 지 4년이 되어 간다. 그간 기업들은 이에스지 경영전략, 이에스지 보고서, 평가지표 관리 등에 매진하면서, 좋은 이에스지 평가를 받으려 노력해왔고,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들은 엄청난 홍보를 쏟아내 왔다.
이런 열기 속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스지 전반에 진정성 없이 보여주기식 활동을 이어가는 기업에 대한 비판이 시작된 것이다. 그린워싱(형식적 환경주의)이 가장 심각한 이슈지만, 최근에는 굵직한 대기업의 공익재단들이 혼란에 직면하고 있는 모습들이 나타나면서 소셜워싱(형식적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문제 제기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에스케이(SK)는 최태원 회장과 이혼소송을 벌이고 있는 노소영 관장의 ‘아트센터 나비’를 상대로 에스케이 건물에서 퇴거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승소했다. ‘아트센터 나비’쪽은 “최태원 회장의 어머니인 박계희 여사의 워커힐 미술관을 이어받은 아트센터 나비가 에스케이그룹의 문화 경영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을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고 항변하였지만, 결국 항소를 포기하고 에스케이 건물에서 나가기로 했다.
1990년 조양래 한국타이어 명예회장에 의해 설립된 한국타이어나눔재단도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한국타이어쪽은 2022년 예산지원을 갑자기 중단한 데 이어, 최근 “재단의 활동이 저명한 한국타이어 브랜드와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34년간 써온 재단 명칭에서 ‘한국타이어’를 삭제하라는 소송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나눔재단은 “그동안 한국타이어 이에스지 보고서의 대표 활동으로 활용되어 왔는데 이제 와서 이름까지 사용하지 말라는 소송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기업의 공익재단은 어쩔 수 없이 오너 일가와 관련 있는 경우가 많다. 재단의 역사가 곧 기업 역사의 일부분이다. 기업을 일군 창업자의 뜻이 들어있고, 어려운 시기 사업을 일궈 모은 재산을 가치 있는 일, 공익적인 일에 쓰고 싶다는 사회적 책임감이 그 바탕에는 존재한다.
사회책임경영(CSR)은 대기업의 간판 브랜드이자 위기 때마다 큰 방어막 역할을 해왔는데, 그동안 대기업들은 사회책임경영을 무엇이라고 생각해온 것일까? 이번 갈등으로 그동안 사회책임경영을 쉽게 생각해왔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에스케이도, 한국타이어도 기업 가치의 일부로 성장해온 두 재단을 갈등 없이 온전히 유지하는 것이 기업과 재단 양측이 ‘윈윈’하는 길이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포용하는 일이다.
성공한 기업에서는 2대, 3대를 이어가면서도 창업 정신과 기업가 정신이 유산으로 남아 기업 철학의 근간으로 강조된다. 공익재단도 그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수십년간 역할 해온 공익재단이 2세, 3세에 걸쳐 상속된 뒤 재벌 회장의 사적 감정에 휘둘리는 것은 또 다른 ‘오너 리스크’라 할 수 있다.
기업의 공익재단이 주주 일가의 사익 편취 문제 등으로 세간의 눈총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크고 작은 허물이 공익사업 그 자체를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공익임을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사익 편취 없이 사회 약자를 위해 운영하여 온 공익재단들을 한 묶음으로 취급하여 공익사업 그 자체가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사재 또는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것은 귀한 가치를 실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기업들도 이번 기회에 공익재단이 만들어질 때의 초심, 기업가 정신과 사회적 책임을 되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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