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유아인에 징역 4년 구형…"사회적 영향력으로 죄 덮어"
[Dispatch=김다은기자] 검찰이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37)에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유아인 측은 지난 공판에서의 기조를 끝까지 유지했다. 프로포폴과 대마 혐의만 인정, 대마 흡연 교사와 증거인멸 교사 등은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는 24일 유아인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유아인은 프로포폴 상습 투약, 타인 명의 수면제 불법 처방 매수, 대마 흡연·교사,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기소됐다.
유아인은 이날 오후 2시께 법원에 등장했다. 같은 혐의를 받는 피의자 최모 씨는 미리 자리했다. 이날 유아인의 팬들과 시민들은 방청석을 가득 채웠다. 법정 사정으로, 예정된 시간보다 15분 늦게 재판이 시작됐다.
이날 검찰은 유아인에게 징역 4년에 벌금 200만 원, 추징금 154만 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최 씨에도 징역 4년과 수감 이수 명령을 구형했다. 두 사람은 일부 혐의만을 인정, 최후진술에서는 반성의 메시지를 직접 전했다.
◆ 검찰의 서증조사
이날 재판은 검찰 측 서증조사 위주로 진행됐다. 검사는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문서와 자료 등을 하나씩 짚으며 주장을 펼쳤다. 피고인 신문은 생략됐다. 변호인 측 신문도 맞섰다.
검찰 측은 서증조사에서 크게 총 4가지 혐의를 주장했다. 유아인이 프로포폴과 의료용 마약류를 상습 투약, 타인의 명의로 졸피뎀 등을 처방받고 매수했다고 짚었다.
대마 흡연 교사 혐의도 강조했다. 유아인의 지인 유튜버 김 씨의 증언을 내세웠다. 김 씨가 사건 전 마약류를 사용한 경험이 없음에도 대마 흡연을 교사해 흡연에 이르게 했다는 것.
마지막으로 증거 인멸 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피력했다. 검찰은 유아인이 그의 또 다른 17년 지기 박 씨에게 휴대전화 전자정보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메시지를 근거로 들었다.
◆ 유아인 측 "대마 흡연 교사·증거 인멸은 부인"
변호인은 "유아인은 오래전부터 직업 특성상 계속된 불규칙 패턴으로 극심한 수면장애가 있었다. 일상생활이 어려워 수면마취를 동반한 짧은 시술에 겨우 잠이 들 정도였다"고 했다.
다만 "단 한 번도 의사 동의 없이 투약한 적이 없다"며 "검찰은 미용 시술을 빙자해 투약했다'고 말하지만 모두 의사들의 전문적 판단하에 이루어졌다"고 반박했다.
타인 명의 수면제 불법 처방에 관해서는 "사실 관계를 다투지 않는다"고 했다. "꾸준히 치료받고 있고 현재 수면제 의존성에서 벗어나고 있다. 깊이 반성하고 있음을 참작해 달라"고 부탁했다.
대마 흡연 교사 혐의는 여전히 부인했다. "김 씨도 '미국 여행 중 위력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대마를 강요받았다는 건 추측에 불과하다. 여행 중 들떠있는 상황에 분위기에 휩쓸려 흡연한 게 더 타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증거 인멸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 씨가 자신도 수사기관에 조사받을 경우, 사생활 정보 제출을 우려해 불안해했다는 것. 유아인이 그를 진정시키고자 건넨 말이었다고 했다.
◆ 검찰 "유아인, 영향력으로 죄를 덮는 데 썼다"
검찰은 구형을 내리기 전, 준비한 최종 기안서를 읽어 내려갔다. 유아인의 수사가 시작된 배경과 그 과정, 지난 6차 공판에서의 증거 자료와 증인심문 내용 등을 읊었다.
유아인에 대한 수사는 지난 2022년 시작됐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프로포폴 상습 투약이 의심되는 51명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유아인에 대한 수사도 진행됐다.
유아인은 지난 2020년 9월~2022년 3월 총 181차례 의료용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타인 명의로 수면제를 처방, 사들인 혐의도 받는다. 2021년 5월~지난 8월까지 총 1,100여 정을 불법 처방받았다.
검찰은 "국내 연예인으로서 재력과 명성을 이용해 병원 쇼핑 방법과 미용 시술을 빙자했다. 5억 원 상당 돈을 이용해 마약을 타인 명의로 불법 취득했다"고 지적했다.
또 "측근들과 수사 기관의 단속을 피해 경제적·직업적 지위를 이용하여 해외에서 마약 투약하고 돌아왔다"면서 "사회적 영향력으로 자신의 죄를 덮는데 불법한 행위를 했다"고 강조했다.
◆ 유아인 "깊이 반성 중, 어떤 결과가 나와도.."
끝으로 변호인단은 양형을 요청했다. "유아인은 벌금형 넘는 전과나 동 전과가 없었다. 깊이 반성 중이다"며 "정신과 치료로 약물 의존성도 낮췄다. 기부 등 선한 영향력도 펼쳐왔다"고 했다.
유아인은 최후진술에서 직접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사건과 관련된 저의 잘못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사죄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저의 잘못으로 인해 상처받고 피해입은 가족분들 동료분들 팬분들께 죄송하다"며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제 인생 전체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고 돌이켰다.
그는 "불미스럽지만 이 사건을 통해 더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을 굳게 다짐하고 있다. 따끔한 채찍질과 애정으로 이끌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앞으로 훨씬 더 건강한 모습으로 많은 분께 보답하겠다"며 "사회에 더욱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을 약속한다"고 전했다.
한편 유아인의 선고 기일은 오는 9월 3일이다.
<사진=이승훈기자(Disp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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