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동훈號 출범하자 `韓특검법` 상정 野, 집권당 무시 이래도 되나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취임 첫날인 24일 야당이 '한동훈 특검법'을 상정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한동훈 특검법'(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검사·장관 재직 시 비위 의혹 및 자녀 논문대필 등 가족의 비위 의혹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안건으로 올렸다. 한 대표 취임 첫 날부터 한 대표를 수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특검 법안이다. 조국혁신당의 '1호 법안'이기도 하다. 이날 법제사법위원회는 '김건희 특검법'(대통령 윤석열의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의혹 등 진상규명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도 상정했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 위원장은 두 법안에 대해 향후 청문회·공청회를 진행한 후 소위원회 회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여당은 교섭단체 간 협의 절차도 없었다면서 즉각 반발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어제 당대표로 선출됐는데 여당 당대표에 대한 특검법을 1호안으로 올리는 법사위가 정상이냐"고 따져 물었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협치를 걷어차겠다는 선언"이라며 "앞에서는 축하 인사를 하고 뒤로는 특검법을 상정하는 이중적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사자인 한 대표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기본이 안 되는 걸 밀어붙일 수 있는 게 민주주의냐"고 지적했다. 모두 맞는 말이다. '한동훈 특검법'은 한 대표가 검사로서, 법무부 장관으로서 정상적으로 했던 일들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특검까지 해야할 사안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야당은 마치 국가적인 큰 사건인 양 특검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를 보면 '한동훈 특검법'은 국민 상식에도, 법리적·도의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집권당 무시, 당대표 망신주기와 다름 아니다. 한 대표가 공식 일정을 시작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법안을 상정한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적어도 정당 정치를 하는 대한민국에서 막 선출된 여당 대표에 대한 특검법을 1호 안건으로 올리니 눈살이 찌푸려진다. 협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건만 '잔칫상에 재 뿌리는' 야당의 행태에 국민들의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집권 여당을 무시하는 거대 야당의 오만함이 걱정스럽다. 이런 갑질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지 스스로 물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