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은퇴자금 포트폴리오에서 채권의 쓸모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서울경제]

요즘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갖는 직장인과 은퇴자가 늘어나고 있다. 향후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이들도 있고 채권을 이용해 안정적인 노후소득원을 마련하려는 이들도 있다. 여하튼 채권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관련 금융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우선 국내외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가 속속 상장되고 있는 데다, 정부가 ‘개인투자용 국채’까지 내놓으면서 투자자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연금과 같은 은퇴 포트폴리오에서 채권의 쓸모는 크게 4가지다.

첫째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재무설계 전문가들은 통상 3~6개월치 생활비에 해당하는 금액을 비상예비자금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한다. 은퇴자금의 일부를 만기가 짧은 채권이나 만기매칭형 채권 ETF 투자하면 안정적인 수익과 함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은퇴자금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 채권은 기대수익률과 변동성이 낮다. 따라서 은퇴자금 포트폴리오에 채권을 포함시키면 변동성을 허용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투자자의 위험허용수준과 은퇴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서 채권 편입 비중을 조정할 수 있다. 은퇴까지 남은 기간이 많으면 채권 비중을 낮게 유지하면서 공격적으로 자산을 운용하고, 은퇴가 임박하면 채권 비중을 줄여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줄여 나간다. 은퇴시점에 맞춰 채권 비중을 알아서 조정해주는 금융상품으로는 타깃데이트펀드(ETF)가 있다.

셋째 은퇴 이후 지속적인 현금 수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어떤 은퇴자가 60세부터 80세까지 매년 만기가 도래하는 만기복리채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보자. 이 경우 은퇴자는 매년 채권만기상환금액을 수령해 노후생활비로 사용하면 된다. 과거에는 개인들은 채권에 접근하는 게 어려워 이 같은 전략을 활용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올해 6월부터 정부가 개인투자용 국채를 발행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올해 40살인 직장인 홍길동씨가 60세에 정년퇴직 한다고 해보자. 홍길동 씨는 60세부터 80세까지 매달 100만원의 생활비가 필요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홍 씨가 40세부터 60세가 될 때까지 매달 50만원씩 투자해 20년물 개인투자용 국채(표면금리 3.5%)를 매입한다고 해보자. 이 경우 홍씨는 60세부터 80세까지 매달 100만원씩 채권만기상환금액을 수령해 생활비로 쓸 수 있다. 이렇게 일정 기간 동안 주기적으로 채권 만기가 도래하게 해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것을 ‘채권 사다리 전략’이라고 한다.

넷째 ‘수익률 순서 리스크’(Sequence of Return)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은퇴자금을 모두 주식에 투자한다고 해보자. 은퇴생활을 시작할 무렵 주가가 급등하면 여유로운 노후를 보낼 수 있지만 반대로 급락하면 은퇴자금이 조기에 고갈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은퇴자가 어떠한 수익률 순서를 맞이할지 알 수 없다는데 있다. 앞서 말한 ‘채권 사다리 전략’을 이용하면 수익률 순서와 관계없이 매년 일정한 현금 수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은퇴자금 중 일부는 채권 사다리 전략으로, 나머지는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