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의 무리한 확장 '독'됐나…티몬·위메프 사태에 K이커머스 업계도 '긴장'

이준호 기자 2024. 7. 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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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위메프 이어 티몬도 지난 22일 '대금 정산 지연' 발생
주요 여행사부터 롯데百·홈쇼핑사 잠정적 판매 중단 상태
상품권 삭제 피해 속출…요기요 "대행사가 임의로 취소"
큐텐, 2022년부터 올해까지 5개의 이커머스 기업 인수
이커머스 업계 대금 정산, 각사의 표준약관 따라 제각각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위메프 사옥. 2024.07.24.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준호 이혜원 김민성 기자 = 싱가포르 이커머스 '큐텐(Qoo10)'의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자 정산 지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판매자(셀러)들이 잇달아 상품 판매를 중지·철수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모양새다.

구영배 큐텐 대표가 짧은 기간 이커머스 기업들을 무리하게 사들이면서 '몸집 불리기'에 집중한 것이 결국 독이 됐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티몬과 위메프는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 자본 총액이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향후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여행사부터 대형 유통사들 잇달아 큐텐 '손절'

[서울=뉴시스]티몬 판매금 정산 지연 사태.2024.07.24.(사진=커뮤니티 캡처)photo@newsis.com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위메프에 이어 최근 티몬까지 큐텐그룹 계열사들의 '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다수의 판매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교원투어 등 주요 여행사들이 위메프와 티몬에서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나섰다.

이 가운데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티몬과 위메프 측에 밀린 대금을 지급하라는 내용 증명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티몬과 위메프에는 해당 여행사들의 상품이 노출되지 않고 있다.

이미 판매된 상품권이 취소되면서 소비자들이 환불받지 못한 사례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배달대행 플랫폼 '요기요' 상품권이 사라졌다는 피해 사례가 올라오고 있다.

시중 가격보다 할인된 특가로 판매된 요기요 상품권을 티몬과 위메프 등에서 구매한 뒤 요기요 애플리케이션(앱)에 등록했는데, 남은 상품권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티몬에서 사서 요기요에 충전한 남은 (상품권) 한 장이 갑자기 삭제됐는데, 업체에서 취소한 것 같다"며 "환불을 하려고 해도 안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요기요 상품권과 관련한 제반 업무(판매·환불)는 대행사에서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계약상 요기요와 협의 없이 앱에 등록한 상품권을 취소할 수 없다.

요기요 관계자는 "지금 벌어진 상황은 요기요와 협의 없이 대행사가 임의로 상품권을 취소하면서 벌어진 것"이라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상황 파악 중으로 고객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배민) 역시 티몬과 위메프를 통해서 상품권 판매하고 있다. 다만, 정산 지연 사태가 불거지면서 지난 7월 초부터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아직까지는 요기요와 다르게 배민에 등록된 상품권은 임의로 삭제되거나 사라지는 사례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다수의 대형 유통사가 티몬과 위메프를 통한 상품 판매를 잠정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9일부터 티몬과 위메프 양사에서 판매를 중단한 상태고, 현대홈쇼핑과 GS샵, CJ온스타일 역시 최근 잠정적으로 상품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은 판매 링크를 내려 소비자들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했다. 사실상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큐텐의 무리한 '몸집 불리기' 결국 독 됐나

구영배 큐텐 사장(사진=큐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큐텐은 2022년 티몬을 인수한 뒤 이듬해 위메프와 인터파크를 잇달아 사들였다.

올해는 AK몰과 미국 이커머스 플랫폼인 위시를 인수했다.

짧은 기간 내 굵직한 5개의 이커머스 기업을 연쇄적으로 사들였다.

이러한 배경에는 구영배 큐텐 대표의 미국 나스닥 상장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큐텐 산하에 있는 물류 회사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정산 지연 사태로 인해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큐텐이 인수한 이커머스 계열의 재무상태가 대부분 좋지 않다.

티몬과 위메프 역시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 자본총액이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태다.

2022년 기준 티몬의 유동부채는 7193억원으로 유동자산 1309억원의 5배를 넘어섰다. 위메프도 지난해 말 기준 유동부채가 3098억원으로 유동자산 617억원의 5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금 정산 문제 발발…이커머스 업계 '긴장'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사옥 앞에서 대금 정산 지연 피해를 호소하는 구매자와 판매자가 인기척을 확인하며 서성이고 있다. 2024.07.24. kgb@newsis.com

이번 큐텐발 정산 지연 문제로 이커머스 업계의 판매 대금 관리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커머스 업계는 각사의 표준약관에 명시된 내용에 따라 정산 주기와 대금 보관 방법 등이 제각각이다.

각사의 경영 전략에 따라 정산 주기와 방식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는 셈이다.

11번가는 고객의 구매 확정 시점에 판매자에게 대금을 바로 지급하기 위해 '결제대금예치제(에스크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늦어도 이틀 안에 정산이 된다.

또 고객이 결제한 돈은 제3의 금융기관이 보관한 뒤 바로 판매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G마켓과 옥션은 고객이 구매를 확정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바로 다음 날 판매자에게 대금을 전송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기관에 대금을 예치하고, 고객의 구매 확정 이후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에스크로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반면, 티몬은 거래 발생한 달 마지막 날을 기준으로 40일 뒤에 거래 대금을 지급하고, 위메프는 거래 발생한 달 마지막 날을 기준으로 두 달 뒤 7일에 정산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산까지 적게는 40일에서 많게는 60일 이상이 걸리는 셈이다.

다만, 큐텐 관계자는 "상품 셀러별로 주간부터 월간까지 다양한 정산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판매금 정산 지연 사태는 지난 8일 위메프에서 시작됐다.

당시 큐텐그룹은 "플랫폼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일어난 전산 시스템 장애"라며 "대금 지급은 7월 말까지 순차적으로 완료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난 22일 티몬에 입점한 판매자들도 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소식과 함께 이탈 소식이 잇따르자 큐텐의 자금난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전날 티몬과 위메프는 판매자 이탈과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음달 중 정산 대금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빠르게 지급하는 새로운 정산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o22@newsis.com, march11@newsis.com, km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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