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날벼락 맞은 여행업계 …"피해액 최소 1000억"
여행상품 환불 불가 이어
백화점·홈쇼핑 판매도 멈춰
카드 결제·취소 대부분 막혀
소비자들 기약 없이 발동동
선불충전금·상품권 사용못해
국민·SC제일銀 '불똥' 우려
판매자에 先정산 대출 중단
"수십억 원대 손실액이 한 번에 잡히면 대형사도 휘청거릴 수 있습니다. 한 달 이상 대금 지급이 미뤄지면 중소 여행사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위메프·티몬 대금 지급 지연 사태로 피해를 본 A 중소 여행사 사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양사에서 판매한 상품의 미지급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중소 여행사로서는 단순 손실을 넘어 도산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4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 여행상품 판매액에 대한 미지급 규모가 1000억원대를 넘어섰다. 미수금 피해액이 가장 큰 곳은 하나투어로 8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어 모두투어 60억원, 참좋은여행 2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원투어와 노랑풍선 역시 50억원이 넘을 것으로 파악된다. 여행업계에서는 9월 미수금의 상환 여부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여행사들은 플랫폼사의 판매액에 대해 한 달 후 정산받는다. 현재 미지급 피해액으로 추산되는 1000억원대의 미수금은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인 6~7월 판매액이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는 8월분은 이보다 규모가 20~30%가량 더 클 수밖에 없다.
피해는 여행 분야뿐만이 아니다. 문화상품권, 배달 앱 상품권 등에서도 상품권을 사용할 수 없어 발을 구르는 피해자가 나타나고 있다. 가전 등 일부 공산품에서 미수금이 상당히 발생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날 30여 명의 피해자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위메프 본사에 방문해 항의하기도 했다.
실제 양사를 통해 요기요 상품권을 할인 구매한 다수 소비자는 미사용 상품권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티몬·위메프에서 요기요 상품권을 8% 상당 저렴한 가격으로 사서 앱에 등록했으나 미사용 상품권이 취소됐다는 것이다. 한 이용자는 "몇천 원 아끼려다가 10만원대 피해를 입게 되니 분통이 터진다"고 전했다.
이번 위메프·티몬 사태에 따른 소비자 피해는 앱 내부에서 활용 가능한 선불충전금 '티몬 캐시'와 요기요 등 외부에서 사용 가능한 상품권으로 나뉜다. 특히 항공권, 숙박권, 렌터카, 각종 티켓, 여행 패키지 등 수백만 원대 상품의 피해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파악된다. KB국민은행과 SC제일은행은 전날부터 티몬과 위메프에 대한 선정산대출 프로그램을 중지했다. 대출 상환이 불투명해지면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선정산대출은 티몬 등에 입점한 판매자 고객이 은행에서 판매 대금을 먼저 지급받고, 정산일에 티몬 등에서 정산금을 은행에 상환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사태는 큐텐그룹의 무리한 사업 확장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G마켓 창업자 구영배 대표가 설립한 큐텐은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 AK몰 등을 잇달아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큐텐은 대부분 거래를 현금 없이 주식 스왑(교환)으로 진행했다. 덩치를 불려 물류 계열사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다. 거래 상대방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현금이 모이면 주식을 매각해 차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은 지지부진하다.
이에 큐텐그룹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계열사의 현금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파격가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대금 지급 지연 문제를 더욱 키운 것으로 보인다. 할인율이 10%를 넘나드는 선결제 상품권을 다량으로 내놓자, 고객들이 몰리며 일시적으로 현금흐름이 개선됐지만, 결국 '돌려막기' 식의 판매에 한계가 온 것이다.
여행사와 개인 판매자에 이어 각종 금융사까지 '탈티메프(탈티몬·탈위메프)' 행렬에 가세하며 자금 경색과 소비자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티몬에서 상담사와의 연결을 기다리는 대기 고객은 1만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 이커머스의 고질적인 출혈 경쟁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거래액을 늘리기 위해 지급 능력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할인 쿠폰을 판매하고, 파격가 상품을 내놓으면서 사태가 악화했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바로 작년 '보고' 사태에서 업계가 전혀 배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보고는 초저가 상품을 내세운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으로, 지난해 초 자금난에 빠져 판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후 서비스를 재개했다. 당시 입점 업체 615곳이 336억원을 못 받는 피해가 발생했다.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 박홍주 기자 / 박창영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이수만, 故김민기 장례 식사비로 5000만원 전달”…유족 “마음만 받아” - 매일경제
- “집 안서 비명소리 들렸다”…칼에 찔려 사망한 홍콩 유명 모델, CCTV보니 - 매일경제
- “초봉이 3억8000만원?”…‘천재소년’에 목마른 ‘이 회사’ 채용 스타트 - 매일경제
- “KTX 타러 서울 갈 필요 없겠네”…‘이곳’에 출발역 뚫린다 - 매일경제
-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떨어진 北오물풍선 … “위험성 없어” - 매일경제
- “여자가 갑자기 옷을” 초등생 아들 휴대폰 보고 ‘멘붕’…음란물 챌린지 급속 확산 - 매일경
- “사람들이 넘쳐난다”…도봉산역에 경찰 50명 긴급 출동, 대체 무슨 일? [영상] - 매일경제
- “복날만 되면 이 단체 비상 걸린다”…내일 광화문서 대규모 집회 연다는데 - 매일경제
- 웹툰까지 도전한 ‘이 배우’ 워싱턴 가더니…6분간 영어 연설, 무슨 일 - 매일경제
- ‘돌아온 바람의 아들’ 이종범, 5출루 대폭발 “은퇴하고 13년만, 오늘 즐거웠다”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