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 돌아온 한동훈, 시작부터 ‘이재명-조국’ 특검 공세에 ‘딜레마’
‘제3자 추천안’ 적극 개진 어려울 듯…韓 “우리는 민주 절차 지키는 당”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이·조(이재명·조국)'를 필두로 한 거대 야권과 3개월 만에 다시 맞붙게 됐다. 특히 야권은 '채해병·김건희·한동훈' 3종 특검 공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초 '제3자 특검법'을 제시했던 한 대표 입장에선 본인에게 칼이 들어올 수 있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특히 그는 아직 당내에서조차 반한(反한동훈) 인사들을 친한(親한동훈) 인사로 규합하지 못한 만큼 부담이 더 큰 상황이다. 이 같은 위기를 한 대표가 어떻게 타개할지 정치권 관심이 모아진다.
'몽골기병' 거야, 韓 당선 이튿날부터 '3종 특검' 드라이브
한동훈 대표에게 가장 큰 딜레마로 꼽히는 뇌관은 야권에서 강행 중인 '채해병 특검법'이다. 앞서 채해병 특검법은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후 곧바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야권은 오는 25일 국회 재표결을 주장하고 있다. 물론 지금의 채해병 특검법 안에 대해선 안철수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전체가 반대하고 있어 재의결(국회의원 과반 출석 및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기준)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특검법이 부결되더라도 야권이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특검 추천안'을 절충해 재추진할 경우 한 대표와 국민의힘이 어떻게 나올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특검을 추천하는 대안을 제시하며 채해병 특검법에 전향적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야권에 계속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만큼, 대통령실과 입장이 달라도 어떻게든 리스크를 덜어내겠다는 의지에서다.
이미 당내에선 친윤(親윤석열)계를 중심으로 한 대표의 제3자 추천안 제안에 반발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전당대회 기간 한 대표의 경쟁자였던 원희룡·나경원 당시 후보들은 "우리 당은 야권에서 추진하는 특검법이 '탄핵 목적'이라 규정했다"며 "당의 입장을 갈라놓을 생각이냐"고 직격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해당 대안에 대해 "당에서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렇다고 한 대표가 본인이 제시한 대안을 번복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야권은 '김건희 특검법'에 이어 한 대표를 겨냥한 '한동훈 특검법' 추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조국혁신당이 당론 1호 발의한 '한동훈 특검법'은 한동훈 대표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겨냥하고 있다. 수사 대상은 고발사주 의혹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취소 소송 항소심 고의 패소 의혹, 한 전 위원장 자녀 논문 대필 의혹 등이다. 여기에 혁신당은 최근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한 대표의 '사설 댓글팀' 의혹까지 법안에 추가했다.
이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두 특검법을 안건으로 상정하고 청문회와 공청회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여당 법사위원들은 "국회 교섭단체 간에 협의 절차가 없었다", "어제(23일) 선출된 여당 대표의 특검법을 1호 안건으로 올리는 법사위가 정상인가" 등 비토를 쏟아냈다. 하지만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언제든 회의를 열 수 있고 안건을 상정할 수 있다"며 추진을 강행했다.
"본인 특검만 안 받을 수는 없을 것"…韓의 타개책은?
정치권에선 한 대표가 그동안 채해병 특검법 등에 보였던 전향적 태도를 적극 개진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본인을 겨냥하고 있는 '한동훈 특검법'을 오히려 당내 친윤계에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친윤 내부에선 소위 '김옥균 프로젝트' 등 한 대표에 대한 경고가 당내 풍문으로 돌았던 바 있다. 여기에 한 대표가 앞으로도 친윤계와 각을 세울 경우 한동훈 특검법 등에서 당내 찬성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친윤계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물론 한 대표에게 제기된 의혹들에서 특검까지 필요한 사항은 거의 없어 보인다. 야권의 분열 전략이 분명하다"면서도 "한 대표가 '채해병 특검법'이나 '김건희 특검법'은 하면서 '한동훈 특검법'은 예외적으로 안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결국 한 대표 입장에서도 이 같은 방정식을 푸는 방법은 '채해병·김건희 특검'을 모두 하지 않게 만드는 방법 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친윤계가 한 대표 견제에 나설 경우 '한동훈 특검법'이 성사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감지된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시사저널과 만나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전당대회에서 계파 간 갈등이 극에 치달은 상황"이라며 "한 대표가 입지를 온전히 다지지 못한 상황에서 친윤계 중진들이 전략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친윤계에선 채해병 또는 김건희 특검을 하면 당연히 한동훈 특검까지 해야 한다고 압박할 것이다. 그러면 한 대표도 '벌집을 쑤셨구나' 하면서 출구 전략을 고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대표 입장은 이렇지만 원내 의원들의 의견 수렴 결과는 이렇다'며 원론적이고 소극적 입장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이러면 실리를 챙기는 동시에 용산과의 관계도 개선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한 대표는 본인이 국회의원도 아닌 상황에서 '특검' 판도라를 열게 되면, 실제 윤석열 정부가 탄핵으로 갈 가능성이 생긴다"며 "특검 표결 정국에서 당내 이탈표가 추가되면 헌법재판소로 가게 되는데, 최근 김건희 여사나 친윤계의 입에서 계속 '국정농단' 프레임이 씌워질 수 있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지 않나"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을 계산해서라도 한 대표가 특검과 관련해 당론을 거스르면서까지 함부로 나서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한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특검법 제3자 추천안'에 대한 기존 입장은 고수하되, 일부 탈출 여지를 남긴 모습이다. 그는 당내 여론 취합 시점에 대해 "데드라인을 정할 문제는 아니다. 제가 설득력 있는 의견을 밝혔고 앞으로도 잘 설명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에서 특검법 찬성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요구에 대해서도 "우리는 민주주의 절차를 지키는 정당"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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