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AI 공개 석달 앞두고 사면초가
10월 기술행사 공개 목표로
신성장동력 AI 준비했지만
그룹 전략놓고 수뇌부 혼선
서비스 출시·시기 등 불투명
개발툴 '오븐'도 10년만에 종료
카카오가 인공지능(AI) 서비스 공개를 석 달 앞두고 발표 시기 등 사업 로드맵을 다시 고민하고 있다. '총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대목이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정신아 대표가 취임한 이후 최대 역점 사업으로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AI 서비스를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범수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를 받으며 구속 수사를 받게 되자, 경영 전반이 '시계 제로' 상태에 놓였다. 카카오의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에선 짙어진 사법 리스크 속에서, 그룹 전략을 놓고 내부 방향성을 잡지 못해 혼선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24일 정보기술(IT) 업계 등에 따르면, 카카오는 자사 공동체 최대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행사인 '이프 카카오(if kakao)' 일정을 오는 10월 22~24일로 잠정 확정한 상태다. 본사를 비롯한 각 계열사 실무진 차원에서 관련 프로젝트를 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프 카카오는 카카오를 주축으로 카카모빌리티·엔터테인먼트·게임·페이·뱅크 등 전 계열사가 참여해 그룹의 사업 비전과 미래 방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공개되는 자리다. 그만큼 주목도가 높은 행사다.
카카오는 이 자리에서 본사 AI 전담 조직인 '카나나'에서 개발 중인 오픈채팅 AI 솔루션을 비롯한 '카카오표 AI'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오는 11월을 전후해 카카오톡 등에 AI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탑재하고, 시장의 의구심도 불식시키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이를 위해 지난달에는 AI 전문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본사 조직과 통합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카카오 고위 관계자는 "인공지능과 결합한 가상인간이자 이달 에스파 공연에서 선보인 버추얼 솔로 아티스트 나이비스가 3분기에 데뷔할 예정이었다. AI 행사에서 사회를 맡는 시나리오까지 공개된 상황이었지만 행사 개최 자체가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SM엔터 관련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어 카카오가 야심차게 준비한 AI 계획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카카오 공동체 내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프 카카오 개최 여부 등을 놓고 수뇌부 차원에서 이견이 있었고 서비스 출시 시기 등이 불투명해졌다.
한 카카오 관계자는 "실무진 차원에선 기존 계획대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총수 부재에 따른 사법 리스크가 최대 이슈라 AI를 내놓는 것이 맞을지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 행사는 '시나'(정신아 대표의 영어 호칭)가 대표에 취임한 후 처음으로 시장에 카카오가 준비해온 결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무대지만 대외 변수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가늠하기 힘든 분위기여서 내부적으로 경영 정상화 등 여러 어젠다를 놓고 고심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올해 들어 서비스 솎아내기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해도 카카오는 2월 카카오TV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를 종료하고 6월에는 카카오톡의 보상형 광고 서비스인 '혜택쌓기'를 접은 바 있다. 또한 카카오는 다음카카오 시절부터 10여 년간 무료로 제공해오던 개발 툴 '오븐' 서비스를 오는 9월 30일부로 종료할 예정이다. 오븐은 개발자나 디자이너들이 웹·앱 프로토타입을 제작할 때 사용해왔다. 카카오는 종료 배경을 밝히지 않았으나 피그마 등 다른 디자인 툴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오븐의 사용량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달 1일 카카오는 카카오TV의 댓글 서비스도 종료한 바 있으며, 오는 31일에는 지난해 선보였던 인공지능 프로필 사진 서비스 '칼로 AI 프로필'을 종료할 예정이다.
여러 명에게 동시에 송금하는 기능인 카카오페이의 '뿌리기' 서비스도 이달 8일을 끝으로 종료됐다. 특히 칼로 AI 프로필은 카카오브레인이 지난해 11월 선보였던 AI 서비스지만 출시 약 7개월 만에 종료가 공지됐다. 당시 카카오는 "새로운 AI 서비스의 방향성에 맞춰 기존 서비스를 재정비하고 '선택과 집중'을 위해 종료하게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고민서 기자 / 황순민 기자 / 정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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