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일란성 세쌍둥이

2024. 7. 2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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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1993년 12월 과천청사에 있는 경제기획원에서 공무원을 시작해 작년 12월 말 대전청사에 있는 조달청장으로 임명되었다.

운 좋게도 경제정책·재정정책·조달정책의 산증인이 되었다.

경제·재정·조달정책도 그간의 발자취를 곰곰이 돌이켜보면 세쌍둥이처럼 세 가지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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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1993년 12월 과천청사에 있는 경제기획원에서 공무원을 시작해 작년 12월 말 대전청사에 있는 조달청장으로 임명되었다. 운 좋게도 경제정책·재정정책·조달정책의 산증인이 되었다. 관악산의 찬바람이 몰아치던 30년 전 과천청사에서나 신록이 푸르른 지금의 대전청사에서나 변함없이 가슴이 설렌다.

최근 몇 년간 이순신 장군을 모티브로 한 김한민 감독의 '명량' '한산' '노량'이 3부작으로 개봉되었다. 각 편마다 전투의 시점과 전략적 의미, 배역은 다르지만 밀려오는 난제들과 이를 헤쳐 나가는 이순신 장군의 고뇌나 비장함은 일맥상통한다. 동일한 유전자를 공유하지만 각기 다른 색깔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일란성 세쌍둥이 같다.

경제·재정·조달정책도 그간의 발자취를 곰곰이 돌이켜보면 세쌍둥이처럼 세 가지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시대 변화를 포착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일을 해냈다. 반대에 직면하더라도 꼭 필요한 일은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끊임없이 혁신에 매진했다.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하다. 동시대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일이고 합심해서 우리의 성공신화를 써 왔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의 성공을 일구는 데 국민들의 저력과 대내외 여건이 주역임이 사실이지만 정부 정책도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먼저 경제정책이다. 시장경제 선택,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경제안정화, 금융실명제, 구조개혁, 복지제도 확충 등 시대 변화에 조응한 경제정책을 적시에 수립하고 시행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주택 200만가구 건설 등 필수적인 정책 어젠다는 국민뿐만 아니라 심지어 경제기획원 관료들의 반대를 무릅쓰면서 추진되었고, 금융실명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혁과제는 정권을 뛰어넘어 완수했다.

재정정책도 물론이다. 우리 경제성장과 궤를 같이하면서 국방, 경제개발, 사회개발 순서로 투자 중점을 달리하여 왔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확산 등 위기 시에는 재정건전성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토대로 확보된 재정 여력을 과감히 활용해 경기 회복에 나섰다. 중기 재정계획 수립, 예비타당성 조사 도입, 방위세·부가가치세·교통세·농특세 도입을 통한 재정 수요 충당 등 재정혁신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조달정책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 출범 후 원조물자 관리에서 시작하여 경제개발과 함께 중앙조달기관으로 변신한 이래 국민 생활과 산업발전에 필수적인 각종 물품이나 시설물을 공급하고 있다. 지금은 혁신산업 생태계 구축, 기후변화 대응, 사회적 가치 추구로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 국가 종합전자조달 시스템인 '나라장터' 개통에는 상당한 반대도 있었다. 벤처나라, 혁신조달·우수제품제도 도입, 평가 과정 생중계 등 혁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정책의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기업·가계가 앞으로 맞닥뜨릴 파고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높고 거칠 것이다. 어느 시대, 어느 장소, 누구에게나 꼭 들어맞는 단일의 정답은 없다. 하지만 모든 경제주체가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시대와 구조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과제는 무엇인가? 뚝심이 필요한 순간에 망설이고 있지는 않는가? 혁신을 게을리하고 있지는 않는가?'라는 세 가지 의문은 꼭 품어볼 일이다.

[임기근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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