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배민과 경쟁할 스타트업 발굴···최초의 유니콘 VC 목표”[스케일업 리포트]

박진용 기자 2024. 7. 2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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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패스트벤처스 대표
독과점 기업 오를수록 빈틈 생겨
성숙기 진입한 산업도 기회 충분
골리앗에 급소 날릴 창업팀 선호
큰 수익 얻으려면 초기단계 공략
창업자 만족할 프로덕트 만들 것
[서울경제]

“금융, 항공, 유통 산업처럼 명백하게 큰 시장이 있는데 이를 내버려두고 스타트업이 자투리 시장만 노리는 건 매력이 없습니다. 스타트업이 어떻게 큰 기업과 경쟁하겠느냐는 우려도 있지만 오히려 독과점 기업일수록 약점이 있습니다. 골리앗이 존재하는 시장에서 급소를 날카롭게 공략하는 계획을 가진 팀을 선호하는 이유입니다.”

24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만난 박지웅(사진) 패스트벤처스 대표는 자신의 투자 철학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과거 배달의 민족, 크래프톤 등의 초기 투자를 주도하며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 하나의 브랜드가 된 스타 투자자 출신이다. 패스트파이브와 데이원컴퍼니 등을 성공적으로 키운 창업가 출신답게 박 대표는 일반 VC와는 결이 다른 소신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박 대표는 “대규모 레거시(전통) 산업은 조금만 변화를 줘도, 엄청난 혁신이 만들어진다”면서 “기존 회사들은 각종 면허와 대규모 자본으로 쌓은 벽 안에서 안주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능동적인 창업팀이 일단 시장 내에 진입만 할 수 있으면 오히려 그 이후부터는 사업 난이도가 훨씬 쉽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에어프레미아를 꼽았다. 박 대표가 몸담았던 회사는 2018년 에어프레미아에 가장 먼저 투자를 했다. 커머스, 딥테크 등에 주로 투자했던 업계에서는 보기 힘든 행보여서 우려의 시선도 컸다. 당시만 해도 에어프레미아가 국토교통부의 운송 면허를 받기 전이었다. 하지만 박 대표의 판단은 적중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겪었음에도 에어프레미아는 지난해 누적 탑승객 67만 명을 돌파하는 등 급성장을 거두고 있다.

그는 “에어프레미아는 처음 투자 유치 단계에서 선보였던 사업계획과 지금 실행하고 있는 사업 내용이 달라진 게 없다”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프리미엄 이코노미' 시장을 집요하게 고집한 결과 압도적인 고객만족도 등 이미 남다른 성취를 이뤘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사업 규모는 수년 내 현재보다 10배 가까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러한 성공 경험 등에 힘입어 박 대표는 앞으로도 ‘큰 시장의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창업가를 집중 발굴한다는 각오다. 그는 “가령 대학생 창업팀을 만나면 과외 시장 개선 등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에 골몰하는 경향이 있다”며 “소비 지출이 명백하게 큰 시장이 있는데, 자투리 시장을 목표로 하면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다. 이미 큰 기업이 있어서 들어가기 어렵다고 하지만, 큰 기업도 다 약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면허 발급이라는 불확실성, 대규모 자본 유치라는 어려움이 존재하는 산업군에 역설적으로 과감하게 도전하는 창업팀이 많이 생겨야 한다"면서 "에어프레미아 초기 투자를 통해 이런 류의 비즈니스에 대한 경험과 관점은 국내 어떤 VC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가 주목하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금융이다. 패스트벤처스는 올해 국내 최초 펫보험 특화 목적 파우치보험준비법인에 시드 투자를 했다. 투자 금액은 8억5000만원이다. 파우치는 메리츠화재 펫퍼민트 전 개발자이자 토스 및 토스인슈어런스 전 사업전략리드 서윤석 대표가 국내 최초로 반려동물 보험사 인가에 도전하며 세운 보험준비법인이다. 올해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는 것이 목표다.

같은 맥락에서 커머스, 웹툰, 뷰티 플랫폼 등 이미 성숙기에 진입한 산업도 기회가 충분히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커머스 산업을 예로 들며 “특정 기업이 독과점하고 있는 현재가 바로 다음 세대의 스타트업이 등장하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며 “가령 배달의민족이 점주한테 최저 수수료를 받으면서도 가장 많은 리뷰와 고객을 확보했었는데, 쿠팡이츠가 배달 속도로 경쟁을 촉발시키면서 배민도 결국 ‘한집배달’을 도입했다. 업종 불문하고 독과점 지위에 오르면 반드시 빈틈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관련 기업 투자에 장점이 있다고 평가를 받는 패스트벤처스는 최근 들어 인공지능(AI), 콘텐츠,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로 투자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인터넷·소프트웨어 서비스, 게임·콘텐츠, 바이오·헬스, 제조업 등 각 분야에서 나온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 회사의 수, 회수된 투자금액 규모는 비슷하다"며 "그동안 투자 담당자는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등의 이유로 게임, 바이오 등을 들여다보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크래프톤, 펄어비스, 셀트리온 등이 나오지 않았나. 지난해 투자 혹한기가 찾아왔을 때, 우리는 신규 진입 투자사로서 기회가 만들어졌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최근 투자에 참여한 액트노바는 물질 검사, 측정 및 분석기구 제조 스타트업이다.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한 비임상 시험 동물모델 행동 모니터링을 제공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액트버스'를 개발했다. 패스트벤처스는 하나벤처스, 에이벤처스와 함께 33억원의 사전 시리즈 A 라운드 투자에 참여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패스트벤처스를 하나의 스타트업으로서 유니콘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이를 위해 투자 대상인 스타트업을 ‘고객’이라 간주하고 이들이 만족할만한 프로덕트(상품)를 만들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패스트벤처스는 업계 최초로 창업가를 위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채용 매칭 서비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시장 평균보다 큰 투자 수익을 내려면 초기 단계에 들어가야 한다.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은) 심사역들이 발품만 팔아서는 만나기 어려웠던 창업팀을 만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창업가들은 결국 더 많은 자금, 훌륭한 인재 확보, 실질적인 경영 조언 등을 원하기 마련”이라며 “기존 VC는 투자 담당자 한 명이 시간 남을 때 선의로 도와주는 수준이 대부분이지만 우리는 전담 인력을 갖춰서 창업자들이 원하는 ‘프로덕트’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전했다.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오승현 기자 stor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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