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 조성서 분양까지 삐거덕···"실질대책 내놔 사업속도 높여야"

박형윤 기자 2024. 7. 2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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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비상등]정부 공급대책 차질 불가피
하남교산·고양창릉·의왕청계 등
3기 신도시 택지도 줄줄이 유찰
문화재 조사 등에 조성작업 연기
미착공 물량도 3.9만여가구 달해
서울 집값 폭등사태 재연 우려도
경기도 고양창릉 공공주택지구. 뉴스1
[서울경제]

정부가 서울 아파트 가격을 잡겠다며 발표한 3기 신도시 조기 공급 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다. 택지를 사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어 유찰되는 공공택지가 늘어나고 있고 건설사가 이미 분양받은 택지들도 계약금을 토해가며 발을 빼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화재 조사와 지상물 이전 등으로 택지 조성 작업조차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3기 신도시의 공급이 늦춰진다면 정부의 공급 대책에 힘이 실리지 않고 불안심리가 증폭돼 서울 아파트 가격은 더욱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24일 서울경제신문이 문진석 의원실을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받은 공공택지 유찰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유찰된 공공택지는 총 49필지(2조 9519억 원)에 달한다. 유찰 물량은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 2022년부터 급격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에 유찰된 공공택지는 3개 필지(1857억 원)에 그쳤지만 △2022년 13개 필지(7128억 원) △2023년 9개 필지(7317억 원) △2024년 상반기 기준 13개 필지(7381억 원)로 규모가 늘어났다.

유찰된 공공택지에는 3기 신도시 물량도 대거 포함됐다. 2023년 하남교산·고양창릉 등 2개 필지(3938억 원), 2024년에는 남양주왕숙2·의왕청계2 등 2개 필지(2844억 원)가 유찰됐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으로 사업성이 악화하면서 건설 업계가 공공택지 물량을 외면하고 있다”며 “정부가 싼 가격에 3기 신도시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만큼 공사비 인상 비용 등을 충분히 반영시킬 수 없는 3기 신도시 공공택지 물량에 입찰하는 업체들의 수요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공택지를 분양받았다가 해약하는 물량도 급증하고 있다. 이들 물량은 시행사들이 부동산 시장이 호황기이던 2021~2022년에 계열사를 동원한 이른바 ‘벌떼 입찰’로 확보한 택지들이다. LH에 따르면 7월 말 현재까지 해약한 택지는 총 15개 필지, 1조 4072억 원 규모다. 지난해 전체 해약 물량(5개 필지, 3749억 원)과 비교하면 4배 넘게 많은 규모다. 올해 분양 계획이던 ‘인천영종국제도시 대방엘리움’과 ‘인천 영종국제도시 디에트르’ 사업도 취소됐다. 인천 중구 운남동 일대(A21·A22)에 각각 298가구·302가구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사업을 접었다. 올해 인천에서 분양을 준비하는 단지 가운데 절반 이상이 1순위 미달을 기록하는 등 미분양 여파가 커진 탓이다. 동부건설은 3년을 미뤄온 ‘영종동부센트레빌’ 사업을 포기하고 최근 LH와 해약 절차를 밟고 있다. 부동산 개발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21년 당시만 해도 공공택지는 낙찰받기만 하면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다들 여겼다”며 “늘어나는 금융 비용과 급증한 공사비, 분양가상한제 적용에도 불구하고 미분양이 발생하는 현실 등을 감안하면 수백억 원의 계약금을 포기하더라도 사업을 접는 게 낫다는 판단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 조사, 지장물 조사 등으로 택지 조성 작업도 지연되고 있다. LH가 밝힌 3기 신도시 미착공 물량은 89개 블록, 3만 9841가구에 달한다. 이 중 18개 블록(1만 1237가구)이 문화재 조사 등을 이유로 착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남교산지구는 2021년 문화재청 조사 결과 교산신도시 전체 면적의 56%에 대해 문화재 발굴 조사가 필요하다는 결과를 받기도 했다. 하남교산지구 A5·B3·B5는 문화재 조사와 더불어 철탑 이전 논란까지 겹친 상황이다. 문화재가 발견되면 청약 시기는 한없이 뒤로 밀릴 수 있다. 실제 과천주암지구는 올해 초 착공 예정이었지만 문화재 발견으로 착공이 내년으로 연기됐다. 남양주진접2 공공분양 부지도 문화재가 발굴돼 본청약 일정이 지난해 12월에서 내년 9월로 1년 9개월 연기된 상태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켜질지 미지수다. LH의 한 관계자는 과천주암입주자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문화재 조사가 빨리 끝나면 일정이 앞당겨질 수도 있지만 확정 날짜를 안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3기 신도시 공급이 늦어질 경우 시장의 매수심리를 더욱 자극해 집값 안정화는 요원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정부가 장밋빛 공급 계획 발표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택지 조성에 속도를 높이고 보완책을 서둘러야 할 때”라며 “상당 기간 지연된 3기 신도시의 공급 속도를 높일 수 있는 핀셋 대책이 필요하고 추가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정부의 공급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인식한 수요자들이 서울 아파트 매매를 서두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형윤 기자 manis@sedaily.com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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