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도 못한 여행, 할부 마저 내야 하나" 티몬·위메프 ‘환불’ 첩첩산중

2024. 7. 2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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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망 연결하는 PG사 구제 요청 여부 관건
싱가포르 기반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 계열사인 위메프와 티몬 정산 지연 사태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 30대 여성 A씨는 가족여행을 위해 위메프에서 패키지 여행 상품을 800만원에 결제했다. 그러나 얼마 뒤 여행사는 위메프의 정산 미지급으로 부득이하게 예약 상품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해왔다. 당황한 A씨는 신용카드 결제를 취소하려 했지만, 위메프 사이트에서 취소 버튼이 사라진 데다 고객센터도 먹통이 된 것을 발견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의 계열사인 위메프와 티몬의 정산 지연 사태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결제한 뒤 제대로 제공 받지 못한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A씨의 경우 곧바로 카드사에 항변을 신청해 아직 카드 대금이 빠져나가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환불이 완료된 상태도 아니어서 위메프 측에 수시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

실제 각 카드사에는 A씨처럼 티몬과 위메프에서의 신용카드 결제를 철회해달라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통상 상품에 문제가 발생해 결제를 취소하려면 가맹점인 티몬·위메프에 요청해야 하는데, 연결이 어렵다 보니 결제사인 카드사에 민원을 접수하는 것이다. 한 카드사엔 23일과 24일 이틀간 2000건이 넘는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소비자는 20만원 이상의 할부거래에 대해 7일(방문판매의 경우 14일) 이내에 계약을 철회할 수 있는 권리(철회권)가 있다. 또 20만원 이상의 금액을 3개월 이상 할부로 거래한 후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거나, 계약이 해지될 경우 할부금 납입을 거절할 수 있는 항변권도 있다. 다만 일시불 거래를 할부분납서비스로 변경한 경우나 할부대금을 이미 완납한 경우는 철회·항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만약 고가의 상품을 해당 플랫폼에서 할부로 결제했다면 납입 거절 등을 카드사에 요청할 수 있는 것이다.

위메프에서 상품을 구매한 A씨는 여행사로부터 위와 같은 취소 안내를 받은 뒤 카드사에 항변 신청을 해둔 상태다. [독자 제공]

문제는 카드사가 이같은 소비자의 요구를 스스로 실행할 수 없고 일종의 ‘접수 창구’ 역할을 한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 카드 결제는 카드사-PG사(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Payment Gateway)-가맹점(티몬·위메프)가 연결돼 있는 구조인데, 카드사는 PG사를 거쳐야만 카드 결제·취소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카드사가 소비자의 결제 철회 요구를 받은 뒤 PG사에 전달해 PG사가 수용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현재 KG이니시스, NHN KCP, 나이스페이먼츠, 토스페이먼츠 등 PG사들은 일제히 티몬·위메프에서 철수했다. 정산 지연 문제 확산을 우려해 새로운 카드 결제를 막기 위해 일제히 철수한 것인데, 이렇게 되면 카드 취소도 어려워진다.

카드사 입장에선 이미 물품 대금이 PG사를 통해 티몬·위메프로 넘어간 상태라 절차대로 소비자에게 카드 대금을 청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PG사에서 엄청나게 많은 결제 취소를 우려해 가맹 계약을 해지한 것 같다”면서 “카드사는 큐텐과 직접 계약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카드 취소 대금을 큐텐에 요청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엔 PG사에 요청해야 하는데, PG사가 어떤 입장인지 여부가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PG사가 할부항변권 수용을 거부해 PG사와 고객 간 분쟁이 진행될 경우, 카드사는 분쟁이 해결될 때까지 고객의 대금청구를 유예할 수 있다”면서 “기존에 발생한 거래의 경우 PG사가 검토할 수 있는 상황으로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G사가 철회·항변권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결제 취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권 관계자는 “PG사가 소비자의 상품 및 서비스의 수령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건에 대해 결제 취소를 진행하는 방식”이라며 “이미 상당한 건수가 몰렸을 것으로 예상되고, 확인 절차가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철회·항변권 신청이 폭증할 경우 대금 결제를 유예하는 카드사의 금융비용이 늘어나면서 부담이 커질 우려도 있다. 다만 카드사는 PG사와 계약 시 사전에 담보를 설정해 추후 PG사의 지급불능 사태를 대비하고 있어 구제 가능성은 있는 상태다. 다른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카드사가 결제 내역을 사고 매출로 정의하고 대손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면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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