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파킹통장보다 높네… 코인 예치금 이자 경쟁 불붙은 이유는

진상훈 기자 2024. 7. 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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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빗썸·코빗, 하루 만에 이자율 높여
빗썸은 4% 이자 제시 후 당국 제동에 철회
이자 경쟁 일단 멈췄지만…점유율 변화 불씨
그래픽=정서희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예치금 유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거래소들은 예치금을 은행에 맡기고 여기서 얻는 수익으로 고객에게 이자를 지급하는데, 더 많은 자산을 유치하기 위해 이자율 경쟁에 나선 것이다. 일부 거래소의 예치금 이자율은 시중은행의 수시입출금(파킹)통장 이율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는 지난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을 전후해 고객들에게 지급할 예치금 이용료율을 확정해 발표했다.

그동안 거래소들은 고객이 가상자산 투자를 위해 예치한 돈에 대해 별도의 이용료를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객 예치금을 은행에 보관하고 운용 수익을 이용료로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됨에 따라, 각 수탁은행과 협의해 이용료율을 확정했다.

눈에 띄는 것은 일부 거래소들이 이용료율을 두고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였다는 점이다. 경쟁 거래소들이 더 높은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해 고객 자산을 빼앗길 상황에 놓이자, 부랴부랴 이용료율을 상향 조정한 것이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업비트는 지난 19일 오후 이용료율을 연 1.3%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2위 거래소인 빗썸이 연 2.0%의 이용료를 지급하겠다고 공지하자, 업비트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이용료율을 연 2.1%로 수정한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올렸다. 업비트의 공세에 빗썸 역시 바로 이용료율을 2.2%로 올린다고 밝혔다.

빗썸은 한술 더 떠 이용료율을 연 4%로 대폭 상향하기로 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빗썸은 전날 오후 수탁은행인 NH농협은행이 운용해 발생하는 연 2%의 이자에 추가로 2%를 얹어 고객에게 주겠다고 밝혔지만, 금융감독원의 권고를 받고 이를 철회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금감원은 거래소가 높은 이자율을 제시할 경우 은행 등 전통 금융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해 빗썸의 결정에 제동을 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5대 거래소 중 가장 높은 이용료율을 제시한 곳은 코빗이다. 코빗은 지난 19일 연 1.5%의 이용료를 지급하겠다고 공지했지만, 업비트와 빗썸이 2% 넘는 이용료율을 확정하자 하루 만인 20일 새벽 이용료율을 연 2.5%로 상향 조정했다. 코인원과 고팍스는 각각 1.0%, 1.3%의 이용료율을 확정한 후 지금껏 유지하고 있다.

코빗 등이 제시한 예치금 이용료율은 시중은행의 파킹통장 금리보다 높은 수준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은행들의 파킹통장 이율은 최고 연 4.0%에 이르지만, 이 같은 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복잡한 우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대 조건과 잔액 규모 등과 상관없는 일반적인 은행 파킹통장 금리는 대부분 2%를 밑돌고 있다.

빗썸은 원화 예치금 이용료율을 연 4.0%로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금감원의 제동이 하루 만에 결정을 철회했다. /빗썸 홈페이지 캡처

가상자산업계에서는 예치금 이용료 경쟁에 따라 앞으로 점유율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업비트는 70%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빗썸이 20%대를 기록 중이다. 코인원은 1%대 수준이고, 코빗과 고팍스는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각 거래소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차이가 크지 않아, 만약 특정 거래소가 높은 이용료를 지급하겠다고 나설 경우 대규모 자산이 이동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실제로 코빗의 경우 가장 높은 이용료율을 제시하겠다고 발표한 후 사흘간 유치한 신규 가입자 수가 전달보다 약 5배 급증한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다만, 거래소들이 당분간 예치금 이용료 인상 경쟁을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제휴 은행과 협의한 이자 외에 추가로 이용료를 지급할 경우 거래소들의 자산 운용 부담이 너무 커진다”면서 “금융 당국까지 개입한 이상 현재 확정된 이용료율이 이른 시일 안에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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