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호 성소수자 변신→극 I 손호준·고준희 도전, 관객 홀릴 ‘엔젤스 인 아메리카’[종합]
[뉴스엔 글 이하나 기자/사진 이재하 기자]
유승호, 손호준, 고준희가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로 변신을 예고했다.
7월 24일 오후 서울 강북구 성신여자대학교 운정 그린 캠퍼스 연습실에서는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연습실 공개 행사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신유청 연출, 황석희 번역가, 유승호, 손호준, 고준희, 정혜인, 이태빈, 정경훈, 이유진, 양지원, 이효정, 김주호, 전국향, 방주란, 태항호, 민진웅, 권은혜 등이 참석했다.
1991년 초연한 토니 커쉬너의 작품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사회적 소수자가 겪는 차별과 혼란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소수자 5명의 이야기가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이 작품은 1부와 2부를 합친 공연 시간이 8시간에 달하는 작품이다. 신유청 연출은 “번역가님이 번역해 준 대본을 읽어 보니까 이전보다 압축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 대본을 가지고 배우들이 쉴 새 없이 무대 위에서 달려왔고 관객들이 무사히 귀가할 수 있도록 저희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리며 “8시간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걸 만들려고 노력하다 보니 제가 지옥을 만드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이 배우들을 길게 데려갈 수도 없고, 단계로 가야 할 것 같다. 파트 1을 하고, 이후에 파트 2를 가야 하지 않을까”라고 연출 방향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작품이 아니라고 해도 저를 뒤흔들어놨던 작품이기 때문에 계속 했으면 좋겠고,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너무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내가 세상에 왜 존재하고 있지?’라는 생각들이 들었다”라고 작품에 담긴 의미를 덧붙였다.
황석희 번역가는 “토니 커쉬너 작품은 ‘파벨만스’라는 작품을 번역하면서 처음 접했다. 그때도 훌륭한 작가이자 문장가라고 느꼈다. 이 연극에서 긴 독백이나 그 사이에 위트들이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영화를 600편 가까이 번역했는데 이 정도로 완성도 있고 멋있는 문장은 정말 드물다”라며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문장에 집중하고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 캐릭터를 살리는 것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유승호, 손호준은 에이즈에 걸려 병상에 지내는 동안 천사에게 예언가의 게시를 받는 프라이어 월터 역을 맡았다. 2000년 드라마 데뷔를 시작으로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 유승호는 24년 만에 연극 도전에 나선다. 유승호는 “정확히 어떤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홀린 듯이 하겠다고 했다. 여전히 정확히 이것 때문이라는 건 모르겠고, 첫 공연도 하지 않았지만 끝나기 전까지 내가 왜 이 작품을 하게 됐을까를 같이 고민하면서 공연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라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손호준은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 이후 10년 만에 무대에 복귀했다. 손호준은 “제가 극 I라 많은 사람 앞에 서는 게 떨리고 편하지 않다. 저한테는 무대에 오르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다. 10년 만에 ‘해보고 싶다’, ‘할 수 있겠다’라고 느꼈던 건 일단 대본이 너무 재밌었다”라며 “대본에 충실해서 뭔가를 배우고 싶어서 참여했는데 배우들이 훌륭하신 분들도 많고 다들 좋다. 같이 연습실에서 연습하면서 ‘빨리 하고 싶다, 잘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으로 잘 준비하고 있다. 좋은 공연 보여드리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손호준과 유승호는 성소수자 역할을 위해 서로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호준은 “다 같이 드랙퀸 공연도 보러 갔었고, 프라이어와 같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의 인터뷰나 자료를 많이 찾아봤다. 같이 공부를 하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유승호도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서 다루는 이슈를 아는 게 전혀 없었기 때문에 배우들과 같이 공부하고, 매니큐어나 액세서리도 많이 해봤다. 연출님이 소수자들이 일상 생활에 받는 시선들을 배우가 느끼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해봤더니 많은 도움이 됐다”라며 “그분들의 진심에까지 다가갈 수 없다는 확신이 든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가까워지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손호준 선배님과 시도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약물에 중독돼 다양한 환상을 보는 하퍼 피트 역에는 고준희, 정혜인이 캐스팅 됐다. 2019년 승리, 정준영, 최중훈 등이 단톡방에서 언급한 ‘투자자 모임에 초대하려고 했던 여배우’의 주인공이라는 루머로 곤욕을 치른 고준희는 이 작품을 통해 본업에 복귀한다.
고준희는 “신유청 연출님이 연출하신다고 하셔서 했고, 유승호가 먼저 캐스팅 되어 있어서 좋았다”라며 “저도 (손)호준 오빠처럼 극 I에 A형에 무대 공포증이 있는데 이번 연극을 통해서 많이 배우고 싶었다. 오랜만에 연기를 하는데 너무 좋은 동료분들, 스태프들이랑 공연을 할 수 있어서 오랜만에 하는데도 즐겁게 연습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효정, 이유진 부자는 각각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악마 변호사 로이 콘 역, 법조계에서 벌어진 비윤리적 행위와 자신의 동성애 성향으로 인해 고뇌하는 조셉 피트 역으로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다.
25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 이효정은 “아들이 맡은 역할이 극 중 사랑을 느끼는 상대다. 부자지간에 상대역을 맡는다는 건 대한민국에 전례가 없었다. 과연 제 아들이 제 눈을 쳐다보면서 연기할 수 있을까가 제일 먼저 드는 걱정이었고, 저 역시도 그걸 감내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괜찮더라. 아주 재밌게 하고 있다”라며 “잃어버렸던 아들을 다시 찾은 기분이다. 매일 만나서 한 끼 이상 같이 밥을 먹으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극으로서 얻는 기쁨이 크지만 아들과 관계가 돈독해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선물이자 기쁨인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유진은 “작품에 참여하고 나서 저한테 아버지한테 제안을 드리고 싶은데 혹시 불편하지 않겠냐고 물어봐 주셨다. 불편한 지점이 있다. 근데 아빠도 배우로서 작품이 욕심이 나실 수 있지 않나. 그 점에서 작품을 선택하시길 바랐다”라며 “제가 너무 어렸을 때 왕성하게 활동하셨고, 제가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는 쉬셨기 때문에 아빠의 작품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제 취향이라는 게 있으니까”라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이유진은 “이번에 리딩하면서 모두가 놀랄 정도의 역량을 보여주셨다. 원래 있던 존경심이 더 커졌다. 그때 본집으로 아빠를 따라갔다. 어떻게 하면 연기를 이렇게 잘할 수 있는지 여쭤보고 싶어서. 술도 잘 안 하는데 그때는 술도 사서 따라갔다. 소중한 시간이자 감사한 기회다”라고 전했다.
한편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8월 6일부터 9월 2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공연된다.
뉴스엔 이하나 bliss21@ / 이재하 r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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