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없는 카카오뱅크? 예단은 아직 이르다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을 근거로 당장 카카오뱅크 매각을 예측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나왔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한때 인수·합병(M&A)에 대한 기대감으로 ‘널뛰기’ 했지만, 증권가에서는 실제 매각이 이뤄지려면 법적 절차에만 수년의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적절한 매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구속된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뱅크 주가는 2만1450원으로 시작해 장 초반 2만3550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고꾸라져 3.79% 내린 2만300원에 장을 마쳤다.
모기업 창업주 구속이라는 ‘악재’에도 장 초반 매수세가 쏠린 것은 카카오뱅크가 카카오를 떠나 2대 주주인 한국투자증권 등으로 인수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이다.
인터넷은행특례법 등은 최근 5년간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자연인·법인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가 될 자격이 없다고 정한다. 그런데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카카오 법인의 벌금형 이상 처벌 가능성도 커지면서, 카카오뱅크 대주주로서 카카오의 적격성도 함께 흔들리게 된 것이다. 처벌이 확정되면, 금융위원회는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이 없다고 판단해 6개월 안에 지분 10%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만약 이 같은 가능성이 실현된다면, 카카오(1억2953만3725주)와 단 1주 차이로 2대 주주에 머무르고 있는 한국투자증권(1억2953만3724주)이 카카오뱅크의 새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김 위원장의 구속 이후 회자됐다. 증권사는 은행을 직접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투자증권의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가 카카오뱅크 지분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인수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기대와 분석이 너무 성급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일단 카카오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나오기까지 긴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고, 벌금형을 받더라도 반드시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카카오뱅크에 대한 인수합병(M&A) 기대는 시기상조”라며 “법적 절차에 수 년이 소요될 수 있고 벌금형에 처하더라도 지분 매각 여부는 최종적으로 금융위 결정사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10월 상상인그룹의 대주주 적격성을 문제 삼아 저축은행 보유 지분 90%를 6개월 안에 매각할 것을 명령했지만, 상상인그룹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해 현재까지 매각은 이뤄지지 않았다. 사태의 시작인 2020년 6월 유준원 대표가 구속된 이후 4년이 넘도록 M&A가 현실화되지 않은 것이다.
더불어 현재 유력한 차기 대주주로 언급되는 한국금융지주가 카카오뱅크 인수를 부담으로 여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은행지주사에서 은행지주회사로 전환되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등 보다 높은 수준의 건전성·유동성 규제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은행 산업의 메기’ 역할로 출범한 인터넷은행 출범 취지를 고려할 때 은행계 금융지주가 카카오뱅크를 인수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악을 가정해 강제 매각 명령이 내려져도 적절한 매수자를 찾아야 하고 소송까지도 갈 수 있어 엄청나게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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