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없는 카카오뱅크? 예단은 아직 이르다

김지혜 기자 2024. 7. 2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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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을 근거로 당장 카카오뱅크 매각을 예측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나왔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한때 인수·합병(M&A)에 대한 기대감으로 ‘널뛰기’ 했지만, 증권가에서는 실제 매각이 이뤄지려면 법적 절차에만 수년의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적절한 매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 조종 의혹으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검찰에 구속된 23일 서울시내 카카오프렌즈 스토어 앞으로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4.07.23. 조태형 기자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구속된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뱅크 주가는 2만1450원으로 시작해 장 초반 2만3550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고꾸라져 3.79% 내린 2만300원에 장을 마쳤다.

모기업 창업주 구속이라는 ‘악재’에도 장 초반 매수세가 쏠린 것은 카카오뱅크가 카카오를 떠나 2대 주주인 한국투자증권 등으로 인수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이다.

인터넷은행특례법 등은 최근 5년간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자연인·법인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가 될 자격이 없다고 정한다. 그런데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카카오 법인의 벌금형 이상 처벌 가능성도 커지면서, 카카오뱅크 대주주로서 카카오의 적격성도 함께 흔들리게 된 것이다. 처벌이 확정되면, 금융위원회는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이 없다고 판단해 6개월 안에 지분 10%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서울 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4.07.22 문재원 기자

만약 이 같은 가능성이 실현된다면, 카카오(1억2953만3725주)와 단 1주 차이로 2대 주주에 머무르고 있는 한국투자증권(1억2953만3724주)이 카카오뱅크의 새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김 위원장의 구속 이후 회자됐다. 증권사는 은행을 직접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투자증권의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가 카카오뱅크 지분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인수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기대와 분석이 너무 성급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일단 카카오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나오기까지 긴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고, 벌금형을 받더라도 반드시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카카오뱅크에 대한 인수합병(M&A) 기대는 시기상조”라며 “법적 절차에 수 년이 소요될 수 있고 벌금형에 처하더라도 지분 매각 여부는 최종적으로 금융위 결정사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10월 상상인그룹의 대주주 적격성을 문제 삼아 저축은행 보유 지분 90%를 6개월 안에 매각할 것을 명령했지만, 상상인그룹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해 현재까지 매각은 이뤄지지 않았다. 사태의 시작인 2020년 6월 유준원 대표가 구속된 이후 4년이 넘도록 M&A가 현실화되지 않은 것이다.

더불어 현재 유력한 차기 대주주로 언급되는 한국금융지주가 카카오뱅크 인수를 부담으로 여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은행지주사에서 은행지주회사로 전환되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등 보다 높은 수준의 건전성·유동성 규제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은행 산업의 메기’ 역할로 출범한 인터넷은행 출범 취지를 고려할 때 은행계 금융지주가 카카오뱅크를 인수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악을 가정해 강제 매각 명령이 내려져도 적절한 매수자를 찾아야 하고 소송까지도 갈 수 있어 엄청나게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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