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연극 유승호·고준희→손호준까지…190분 홀릴 '엔젤스 인 아메리카' [ST종합]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손호준, 유승호, 고준희, 정혜인, 이유진까지 '엔젤스 인 아메리카'로
24일 서울 강북구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에서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연습 현장이 공개됐다. 자리에는 연출 신유청, 번역가 황석희, 배우 유승호, 손호준, 고준희, 정혜인, 이태빈, 정경훈, 이유진, 양지원, 이효정, 김주호, 전국향, 방주란, 태항호, 민진웅, 권은혜가 참석했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1991년 초연한 토니 커쉬너의 작품으로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종교, 인종, 성향, 정치 등 각종 사회 문제와 다양성을 다룬 연극이다. 퓰리처상, 토니상, 드라마데스크상 등을 석권한 미국 현대 연극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작품은 190분이란 긴 러닝타임으로 진행된다. 신유청 연출은 "긴 작품을 많이 해본 편이긴 하지만, 집에 가는 시간이 곤란할 정도로 긴 작품이라 물리적인 문제들이 많았다. 하지만 번역가가 번역해 준 대본을 보고 느낌을 받았다. 대본을 가지고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쉴 새 없이 달렸고, 관객들이 무사 귀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극장에서 보낸 시간들이 현실의 시간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더라. '언제 시간이 이렇게 갔지'란 생각이 드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을 드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 중심을 이끄는 백인 게이 남성이자 에이즈 환자 프라이어 월터 역은 유승호와 손호준이 맡았다. 유승호는 이번 작품으로 처음 연극에 데뷔한다.
유승호는 "정확한 어떤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홀린 듯이 하겠다는 말이 나왔다. 아직 첫 공연도 하지 않았지만 끝나기 전까지 내가 이 왜 이 작품을 하게 됐을까를 고민하면서 공연을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고 출연 이유를 전했다.
이어 "'엔젤스 인 아메리카'가 다루는 이슈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었다. 영화, 성경 등 찾아봤다. 매니큐어 등을 해보면서 성소수자들이 일상 생활에서 받는 시선들을 직접 느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해봤더니 많이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금이나마 가까워지기 위해 손호준 선배와 시도를 하고 있다"며 "매번 연습할 때마다 와닿는 점을 한 두개씩 느끼고 있다"고 얘기했다.
손호준도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섰다. 그는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 연극을 선택하면서 많이 배우고 싶어서 왔다. 연기를 잘하는 분들이 있어 배우면서 즐겁게 연습하며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는 손호준은 "다 같이 드렉퀸 공연도 보러 갔고, 프라이어와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영상을 찾아보며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약물에 중독돼 다양한 환상을 보는 여인 하퍼 피트 역은 고준희와 정혜인이 열연했다. 두 사람도 이번 작품으로 연극 무대에 처음 섰다.
고준희도 이번 작품으로 오랜만에 연기를 선보인다. 그는 "신유청 감독님이 연출한다고 해서 했고, 유승호가 먼저 캐스팅이 됐다. 저도 연극을 처음 도전해 봤는데 어떤 마음으로 시작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연극에 도전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무대 공포증이 있는데 이번 무대를 통해 많이 배우고 싶었다. 오랜만에 연기를 하는데 좋은 동료와 스태프들과 공연을 할 수 있어 즐겁게 연습하고 있어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혜인도 "중학교 때 연극을 보고 배우의 꿈을 갖게 됐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가 저에게 손을 내밀어 준 것 같다. 저도 관객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멋진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새 밀레니엄을 앞둔 혼란을 보여주는 루이스 아이언슨 역은 이태빈과 정경훈이, 법조계에서 벌어진 비윤리적 행위와 자신의 동성애 성향으로 인해 고뇌하는 조셉 피트 역은 이유진과 양지원이 분했다.
악마의 변호사 로이 콘 역에는 이효정과 김주호가, 조셉 피트의 보수주의적인 어머니 한나 피트 역은 전국향과 방주란이 맡았다. 프라이어 월터와 루이스 아이언슨의 친구인 벨리즈 역은 태항호와 민진웅이 맡고 신의 계시를 전하는 천사 역으로는 권은혜가 나섰다.
특히 부자지간인 이효정과 이유진은 함께 무대에 올라 연기 호흡을 맞추게 됐다. 이효정은 "연극 무대는 25년 만이다. 아들이 데뷔를 하니까 응원을 해주겠다, 좋은 선물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하게 됐다. 부자 지간이 한 무대에 오르는 경우가 없어 인간적으로 사실 고민했다. 과연 제 아들이 제 눈을 보고 연기할 수 있을까, 저 또한 그걸 감내할 수 있을까를 걱정했는데 의외로 재밌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와 아들의 사이가 대충 데면데면하지 않으냐. 일주일에 한두 마디 섞으면 다행인 정도였는데 잃어버린 아들을 다시 찾은 느낌이다. 매일 만나서 한 끼 이상 같이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아들과 관계가 돈독해진다는 것이 제가 가지고 있는 큰 선물인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유진도 '배우 이효정'의 모습을 봤다고. 그는 "아버지가 연기를 오래 하셨고 잘 한다고 들었다. 아빠의 작품을 제대로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제가 어렸을 때 왕성하게 활동을 하셨고 제가 성인이 되고 나서는 활동을 쉬셨다. 이 전에는 제대로 시청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리딩에서 모두가 놀랄 정도의 역량을 보여주셨다"며 "없던 배우 이존경심, 아니 원래 있던 존경심이 더 생겼다"고 감탄했다
작품의 번역을 맡은 황석희는 "제가 600편 이상의 작품을 번역했는데 이 정도의 완성도를 갖춘 작품을 만나는 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라며 작품성을 극찬했다. 이어 "저는 문장에 집중했다. 영어와 한글의 어순이 다르기 때문에 문장에 집중하고 흐름을 놓치지 않고, 캐릭터를 살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당초 8시간 분량으로 알려졌다. 신유청 감독은 "8시간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걸 만들려고 노력하다보니 제가 지옥을 만드는 사람이 된 거 같았다"며 "파트1을 하고, 이후에 파트2를 가야 하지 않을까 싶더라"라고 이후 계획을 알려 기대를 더했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LG아트센터 서울, LG 시그니처 홀에서 8월 6일부터 9월 28일까지 극을 올린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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