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오르던 주가에 찬물…실적 악화에 새로운 촉매도 없어[오미주]
테슬라가 23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시장 기대치에 크게 미달하는 올 2분기 순이익을 발표했다. 전기차시장의 경쟁 심화에 따른 가격 인하와 AI(인공지능), 차세대 전기차, 휴머노이드 로봇 등에 대한 투자 증가 때문으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컨퍼런스 콜에서 테슬라가 올해에만 AI 관련 투자로 100억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보택시(무인 자율주행 택시) 공개 날짜는 기존 8월8일에서 10월10일로 연기됐다. 저가형 전기차는 당초 계획대로 내년 상반기에야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어닝 쇼크'도 실망스럽지만 당분간 테슬라 주가를 추가로 견인할 만한 상승 촉매가 없다는 점이 더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CFRA의 애널리스트인 가렛 넬슨은 논평을 통해 "오는 10월 로보택시가 공개될 때까지 테슬라에 많은 뉴스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며 "그나마 가장 긍정적인 것은 내년 상반기에 저가형 모델 생산을 시작하겠다고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 주가는 이날 실적 발표 후 시간외거래에서 7.8% 급락하며 220달러대로 떨어졌다. 테슬라는 이날 정규거래에서도 2.0% 내려간 246.38달러로 마감했다.
올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 늘어난 255억달러로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전망치 245억달러를 상회했다. 다른 기업에 탄소배출권을 판매해 얻은 규제 크레딧이 8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것이 매출액 증가에 일부 도움이 됐다.
하지만 전기차 부문 매출액은 199억달러로 전년 동기 213억달러에 비해 7%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6.3%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8.0%를 하회했다. 이는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률 9.6%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이다. 다만 지난 1분기의 5.5%에 비해선 개선된 것이다.
RBC 캐피털의 애널리스트인 톰 나라얀은 테슬라가 올 2분기에 더 많은 구매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할인을 제공한 결과 전기차 인도량은 기대치 이상으로 늘어났지만 이익률은 크게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익률 하락에 따라 테슬라 주가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테슬라 주가가 지난 한달간 큰 폭으로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는 더욱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올 2분기에 전세게 직원을 10% 이상 감원함에 따라 6억2200만달러의 구조조정 비용도 발생했다.
또 사이버트럭과 관련해 "생산량이 전 분기 대비 3배 이상 늘어났으며 올해 말 수익성을 달성할 수 있는 궤도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상용 트럭인 세미의 생산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며 "내년 말까지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가형 전기차에 대해서는 "좀더 저렴한 모델을 포함한 새로운 차량에 대한 계획은 내년 상반기에 생산을 시작한다는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저가형 전기차를 내년 상반기에 미국 텍사스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도 텍사스 공장에서 만든다.
로보택시를 언제 처음 탑승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자신이 "과거에 로보택시에 대해 과도하게 낙관적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내년에 로보택시를 주행하지 못한다면 나는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테슬라가 올 2분기에 더 많은 전기차 경쟁에 직면했다며 전기차시장의 신규 진입업체를 장기적인 문제로 여기지는 않지만 "테슬라로선 조금 더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다른 전기차회사들과 "테슬라의 가장 큰 차별화 요소는 자율주행"이라며 로보택시를 강조했다.
그는 "옵티머스는 이미 우리 공장에서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며 "내년 초에는 테슬라에서 사용하기 위해 옵티머스 버전 1을 한정 생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전기차에 대한 세제 혜택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약간 영향이 있겠지만" 큰 타격은 없을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아마도 테슬라에 좋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테슬라의 장기적인 가치는 자율주행에 있다며 이 사실을 "믿지 못한다면 테슬라 주식을 팔라"고 말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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