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린 듯 출연”…유승호·고준희 연극 데뷔 ‘엔젤스 인 아메리카’ [MK현장]

신영은 스타투데이 기자(shinye@mk.co.kr) 2024. 7. 2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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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스 인 아메리카’ 공연 시연 장면. 사진ㅣ유용석 기자
배우 유승호, 고준희 등이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를 통해 첫 연극 무대 도전에 나선다.

24일 오후 서울 강북구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에서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연습실 공개 행사가 열렸다. 장면 시연 후 진행된 인터뷰에는 신유청 연출, 황석희 번역가, 배우 유승호, 손호준, 고준희, 정혜인, 이태빈, 정경훈, 이유진, 양지원, 이효정, 김주호, 전국향, 방주란, 태항호, 민진웅, 권은혜 등이 참석했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뉴욕을 배경으로 에이즈에 걸린 프라이어와 그의 동성 연인 루이스, 모르몬교로서 자신의 성정체성에 괴로워하는 남자 조셉과 약물에 중독된 그의 아내 하퍼, 극우 보수주의자이며 권력에 집착하는 악명 높은 변호사 로이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소수자 5명이 겪는 차별과 혼란의 이야기를 다룬다. 신유청 연출이 지휘봉을 잡고, 극작 번역은 황석희 번역가가 맡았다. 러닝타임은 190분(인터미션 2회 포함)이다.

신유청 연출은 “이 작품은 집에 가는 시간이 곤란할 정도로 긴 작품이어서 문제가 많았는데, 번역가의 대본을 보니 이전보다 압축된 느낌을 받았다. 그 대본을 갖고 배우들이 쉴새 없이 달려 관객들이 안전하게 귀가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극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현실의 시간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30분있어도 지루할 때가 있고, 3시간을 봐도 언제 시간이 갔지 느낄 때가 있다. 그런 공연을 만들려고 한다”면서 “좋아하는 배우들, 좋은 작품 보러 와주시면 좋겠다. 그럼 생각지도 못한 놀라움을 만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석희 번역가는 “미국적인 작품을 한국으로 옮기는 것에 대한 특별한 방법은 없다. 번역가가 가장 중요시하는 건 텍스트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의 작가는 훌륭한 작가이자 훌륭한 문장가다. 영화를 600편 가까이 번역했는데, 이정도로 완성도 있고 멋진 문장은 드물다. 그정도로 완성도가 높고 좋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문장에 집중하고 캐릭터를 살리는 것이었다. 두 언어간의 물리적인 한계로 인해 그대로 번역을 하면 언어유희를 완벽하게 구현할 수 없다. 그 흐름을 끝까지 살리는게 주안점이었다. 또 연출님이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번역가 입장에서는 치트키를 갖고 작업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덕분에 편한 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프라이어 역에 유승호, 손호준, 하퍼 역에 고준희, 정혜인, 로이 역에 이효정, 김주호, 조셉 역에 이유진, 양지원, 루이스 역에 이태빈, 정경훈, 한나 역에 전국향, 방주란, 벨리즈 역에 태항호, 민진웅, 천사 역에 권은혜 등이 출연한다.

2000년 MBC 드라마 ‘가시고기’로 데뷔한 유승호는 데뷔 24년만에 ‘엔젤스 인 아메리카’로 첫 연극 무대에 오른다. 유승호는 “정확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홀린듯 하겠다고 했다. 여전히 잘 모르겠다. 첫 공연도 아직 안했지만 끝나기 전까지 왜 하고 싶었는지 고민하면서 공연을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극에서 다루는 이슈들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었다. 영화 많이 찾아보고, 성경도 읽어봤다. 매니큐어나 악세서리를 하면서 소수자들이 일상속에서 받는 시선들을 직접 느껴보려고 했다.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 “그 분들의 진심에는 다가갈 수 없다는 확신이 든다. 그래도 다가가기 위해서 이것저것 시도하고 있다. 매 번 매 연습마다 느끼면서 집에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 공연 시연 장면. 사진ㅣ유용석 기자
손호준은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 이후 10년만에 무대에 오른다. 손호준은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 연극을 선택하면서 많이 배우고 싶어서 왔다. 워낙 연기를 잘하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그분들과 많이 배우면서 즐겁게 연습하면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이야기를 많이 하고 대본을 갖고 연구를 많이 한다. 배우들끼리 드랙퀸 공연도 보러 갔었고, 비슷한 성향을 가진 유튜브 등을 찾아보기도 했다.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고준희는 2019년 드라마 ‘빙의’ 이후로 ‘엔젤스 인 아메리카’를 통해 오랜만에 연기 활동을 재개한다. 고준희는 “신유청 감독님이 연출하신다고 해서 했다. 유승호가 먼저 캐스팅이 돼있어기도 했다. 다른 배우들과 연극을 처음 도전해봤는데, 어떤 마음으로 시작을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설레는 마음으로 도전했다”고 말했다.

이효정과 이유진 부자는 처음으로 무대에 함께 서게 됐다. 이효정은 “연극 무대에 서는 게 25년만이다. 무대에 서게 된 계기가 아들이 무대 데뷔를 하니까 응원을 해주겠다고 시작했는데 오히려 나에게 선물이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이유진은 “거짓말 하시는것 같다. 제가 알기로 되게 욕심을 내신 걸로 알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효정은 “제 아들이 이런 자리 경험이 많이 없어서”라고 했고, 이유진은 “아빠 저 많이 해봤어요”라고 응수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효정은 “MSG 좀 깔고 하는거야”라고 말하며 “하여간 아들하고 무대에 같이 한다. 무대에서는 동성애를 느끼는 상대 배우이기도 한다. 이런 경우가 대한민국에 없었다. 부자 지간에 상대역을 맡은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인간적으로 고민을 했다. 과연 아들이 내 눈을 보고 연기를 할 수 있을지, 나 역시 그걸 감내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의외로 괜찮더라. 아주 재밌게 하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 아버지와 아들의 사이가 대충 그렇다. 일주일에 한두마디 섞으면 다행인데, 정말 잃어버린 아들을 찾은 기분이다. 매일 만나서 한 끼 이상 밥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한다. 연극으로도 얻는 기쁨이 크지만 아들과의 관계가 돈독해지고 있다는게 선물이자 기쁨이다”고 말했다.

이에 이유진은 “저도 처음에 작품에 참여하고 나서 물어봐주셨다. 아버지에게 제안을 드리고 싶은데 불편하지 않겠냐고 했다. 물론 불편한 지점이 있지만 제 의견이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도 배우로서 욕심이 날 수 있으니까, 똑같이 말했다. 작품이 욕심이 많이 난다고 하셨다. 그래서 함께하게 됐다”면서 “아버지가 연기를 오래하셨고 잘 하신다고 들었는데 작품을 제대로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제가 어렸을 때 활동하셨고 성인이 된 후 활동을 쉬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 취향이라는게 있으니까 제대로 시청해본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함께 연기를 하면서 있던 존경심이 더 커졌다. 그래서 본가로 따라가서 비법을 물어보기도 했다. 안하던 행동을 하게 만드는 소중한 기회였고 감사한 시간이다”고 화답했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 공연 시연 장면. 사진ㅣ유용석 기자
신유청 연출은 “작품에 담긴 의미들이 너무 많더라. 단지 작품에만 한정된 것들이 아니고 제 삶을 뒤집어 놓는 경험을 했다. 공연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작품이 아니더라도, 나를 뒤흔든 작품이기 때문에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이진 않지만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는게,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면서 작품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오는 8월 6일부터 9월 28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LG 시그니처 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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