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몸살 앓게 한 오버투어리즘···‘나라 사슴’에겐 좋았다?
일본이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에 따른 진통으로 숙박세 등 대응책을 논의 중인 가운데 관광객 급증이 의외의 긍정 효과를 가져온 사례가 있다고 CNN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인공은 일본 대표 관광지인 교토 외곽의 고대 수도 나라에 사는 사슴이다. 이들은 관광객이 먹이를 주려 하면 정중히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유명하다.
CNN에 따르면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사슴 개체수도 늘어났다. 관광객이 주는 먹이 덕분이다. 나라시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나라엔 현재 총 1325마리 사슴이 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92마리가 증가한 수치다. 나라사슴보존재단 소속 야마자키 노부유키는 “사슴이 먹는 과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사슴의 번식이 더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이곳 사슴이 주로 먹는 과자는 전병(센베이)으로, 사슴이 먹어도 문제가 없는 쌀겨로 만들었다. ‘시카 센베이’(사슴 전병)라고도 부른다. 사슴 공원 인근 가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라 사슴의 고개 인사는 이같은 먹이를 얻기 위함으로 추정된다. 나라여자대학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나라가 외국인 관광객을 통제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엔 인사하는 사슴 숫자가 적었다. 나라 외 지역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는 사슴이 발견된 바도 없다.
이 때문에 관광객은 사슴을 보려 나라를 찾지만, 관광객과 사슴 개체수가 늘어난 데 따른 부작용도 있다고 CNN은 전했다. 나라 사슴이 인간이 주는 먹이에 의존하게 되고, 먹이를 얻으려 관광객을 밀치거나 무는 사례가 그에 속한다.
나라 지역 사슴과 별개로 일본은 최근 관광객 급증을 문제시하는 분위기다. 오버투어리즘은 수용 한도를 넘어선 관광객 때문에 현지 주민들의 삶과 지역 환경이 위협받는 부정적 현상을 일컫는다. 쓰레기 무단투기, 소음공해, 물가상승, 환경 파괴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 내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관광객에게 숙박세 등 요금 부과로 오버투어리즘에 대응 중이다. 현재 도쿄도, 오사카부 등 지방정부 12곳이 숙박세를 징수하고 있으며, 홋카이도현, 미야기현 포함 40곳이 숙박세 도입을 위한 제도 설계 작업에 돌입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교토는 숙박세로 올해 약 48억엔(약 425억원)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를 활용해 지난달 ‘관광 특급버스’를 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 버스에 관광객이 몰려 주민들이 고통받자 내놓은 대책이다.
후지산은 이달부터 등산객을 하루 4000명으로 제한하고 입장료를 기존 1000엔에서 3000엔(약 2만7000원)으로 3배 올렸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이쓰쿠시마 신사가 위치한 미야지마섬은 당일치기 방문객에게 인당 100엔(약 900원)을 받아 화장실 정비 등에 사용한다. 히메지성 입장료를 일본 자국민과 외국인에게 다르게 받는 등 ‘이중가격제’ 도입도 잇따르고 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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