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중재도 '불발'…"방송법·채상병 특검 내일 본회의 상정"
야권이 주도한 '방송4법'에 대해 우원식 국회의장의 중재 시도가 불발되면서 해당 법안들이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정부·여당이 대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법안 처리를 미룰 수 없다는 게 우 의장의 판단이다. 우 의장은 '채상병 특검법'도 같은 날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방송4법 처리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우 의장은 24일 국회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심을 거듭한 끝에 대화와 타협을 위한 방송법 중재안을 제시했으나 정부·여당에서 거부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우 의장은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추진 중인 방송4법 원점 재검토를 위한 범국민협의체 구성을 공개 제안했다. 또 야당을 향해 방송통신위원장(방통위원장) 탄핵소추 논의 중단을, 여당을 향해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일정 중단 등을 촉구했다. 방송4법을 두고 여야 간 양보 없는 대치가 이어지자 중재를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우 의장은 "용산에서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만났으나 여야 합의를 구실로 여당에 책임을 넘겼고, 여당은 '정부에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관련) 인사권이 있다'며 답을 피했다"며 "갈등을 방치하고 방조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해하기 어려운 무책임한 태도"라고 말했다.
이어 "마주치지 않는 손뼉을 마냥 기다릴 수 없다. 현재로서는 방송법으로부터 시작하는 대화와 타협의 길은 막혔다"며 "상황의 변화가 없다면 국회의장으로선 본회의에 부의돼 있는 법안에 대해 내일부터 순차적으로 처리해나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방송4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방송통신위원회법(방통위법) 개정안을 말한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인 KBS·MBC·EBS의 이사 숫자를 늘리고 언론단체와 시민단체 등 외부에 이사 추천권을 부여하는 게 골자이고, 방통위법 개정안에는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5인 중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 법안을 22대 국회 최우선 법안으로 지정하며 본회의를 열어 처리할 것을 재촉해 왔다. 이에 국민의힘은 의사일정 자체에 반대한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필리버스터로 입법을 저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회 개원식도 무기한 연기됐다.
우 의장은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표결도 같은 날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야당의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 추진 방침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채상병 특검법이 안건으로 제출돼 있기 때문에 처리하는 게 맞다"며 "(본회의에) 올려진 안건을 다 처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법안은 지난해 7월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활동 중 해병대원이 순직한 사안과 관련해 진상규명 및 이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내용이다. 야당의 강행 처리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거쳐 국회 재표결을 앞두고 있다.
우 의장이 이날 회견에서 "지금이라도 (정부·여당에서) 제가 제안한 중재안을 수용한다면 수용한 것"이라며 협의 여지를 열어뒀으나, 상황이 변화할 여지는 크지 않은 분위기다. 다만 방송4법을 일괄 상정할 지, 일부만 상정할 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방송법 4개 법안을 모두 본회의 표결에 부치고, 여당에서 필리버스터로 대응할 경우 본회의 종료까지 최소' 4박 5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종결 동의안이 제출되고, 그로부터 24시간이 지난 뒤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180명)이 찬성하면 강제 종료된다. '108 대 192'인 여야 의석수를 고려하면 법안 한 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사실상 24시간 동안 진행되는 셈이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이승주 기자 gre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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