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 2심서 휠체어 타고 등장…“자책하느라 밥도 못먹어”

서울고법, 항소심 첫 공판 진행
검찰 “범행 수법 잔혹”…피해자 측도 “진지한 반성인지 의문”

(시사저널=박선우 객원기자)

아내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혐의를 받는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 현씨가 2023년 12월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별거 중인 아내를 둔기로 폭행하고 목졸라 살해한 국내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가 항소심 첫 공판에 휠체어를 타고 등장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11-1부(박재우·김영훈·박영주 판사)는 이날 살인 혐의를 받는 남성 현아무개씨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 측은 항소 이유에 대해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피고인(현씨)이 진지한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 점,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에서 볼 때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1심 때 양복 차림으로 재판에 임했던 현씨는 이날 수의 차림으로 휠체어에 탄 채 법정에 출석했다. 재판부가 생년월일 등을 질문할 때도 눈을 감고 작은 목소리로 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현씨 측은 '우발적 범행'임을 강조했다. 현씨의 변호인은 "이 사건 (1심) 선고 이후 지금까지 수감돼 있으면서 본인에 대한 자책으로 식사도 제대로 못 하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해 짧은 시간 동안 3~4번 졸도했다"면서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면 어렸을 때부터 모범생으로 자라 대형 로펌에 취직하고 두 자녀를 위해 헌신적인 생활을 해왔던 피고인이 애지중지하는 자녀들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왜 줬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피해자 측 변호인은 "피고인의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1심 과정에선 피고인이 지금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1심의) 중형 선고 이후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게 진지한 반성인지 혹은 중형으로 인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게돼서 인지 재판부가 살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국내 모 대형 로펌 소속 미국 변호사였던 현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이혼 소송으로 별거중이던 40대 아내 B씨를 쇠파이프로 때리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에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지난 5월24일 선고공판에서 현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너무나 잔혹하다"면서 "사람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음에도 (현씨처럼) 사람을 죽을 때까지 때린다는 것은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 없다"고 지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