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트 또 테스트”… 삼성전자, 차세대 HBM 사업 ‘운명의 8월’에 달렸다
HBM3E는 아직 진행중… 8월 중 인증 목표
HBM3E 12단에 사활 건 삼성, SK하이닉스 따라잡나
삼성전자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가 아직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오는 8월이 HBM 사업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도 내부적으로 내달 중 엔비디아의 ‘OK(승인)’ 사인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를 납품하기 위한 퀄 테스트를 통과했지만, 5세대인 HBM3E는 아직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HBM3는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개발한 GPU(그래픽처리장치) H20에만 사용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H20은 엔비디아의 주력 인공지능(AI) 칩 H100과 비교할 때 컴퓨팅 성능이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측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며,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관계자는 “품질 테스트가 한 번에 통과되는 경우는 드물고, 제품 사양을 서로 협력하면서 맞춰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당장 품질 테스트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해서 납품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상호 협력을 통해 사양을 맞춰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HBM3가 뒤늦게 엔비디아 인증을 따낸 것은 기존 주력 공급사인 SK하이닉스의 HBM 생산능력이 HBM3E로 집중되면서 HBM3 물량이 부족해진 탓이 크다. 삼성의 HBM3는 2년 전 엔비디아 인증을 받은 SK하이닉스 제품과 비교해 성능과 전력 효율성 등이 뒤처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의 HBM3 공급 물량이 줄어들자 ‘울며 겨자먹기’로 삼성의 HBM3를 소량 공급받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HBM 시장의 주력 제품인 HBM3만 놓고 보면 SK하이닉스가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3E가 이르면 8월쯤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고, 연내 본격적으로 납품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HBM3E 8단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역시 올 하반기 내에 HBM3E 12단 제품 인증을 받고 납품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엔비디아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3E 12단 제품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엔비디아는 내년 출시 예정인 ‘블랙웰 울트라’에 HBM3E 12단 제품 8개를 탑재할 예정이다. 블랙웰은 기존 엔비디아 GPU보다 성능이 수배 이상 뛰어난 ‘끝판왕’급 AI 칩이다. AI 칩의 연산 성능 향상을 위해서는 초고속, 대용량 데이터 전송과 처리가 가능한 메모리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재로선 HBM3E 12단 제품이 유일한 선택지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까지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의 HBM만으로 필요한 물량을 채울 수 있었으나, 내년 수요에 대비해 삼성전자 HBM3E 제품 구매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HBM3E 12단 제품이 퀄 테스트 통과에 임박했다는 긍정적인 신호도 관측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 16일 “삼성전자의 공급망 파트너 중 일부는 최근 (HBM3E와 관련해) 가능한 빨리 주문하고 용량을 예약하라는 정보를 받았다고 한다”며 “이는 삼성전자가 하반기에 HBM을 순조롭게 출하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 2분기부터 HBM3E 샘플 제품을 엔비디아에 전달해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역시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경영진과의 만남에서 “HBM3E를 12단 구조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며 “성공한다면 메인 벤더(공급사) 지위를 보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올 2분기 말에 엔비디아 HBM3 8단을 출하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조만간 HBM3E 8단의 인증 결과가 나올 전망”이라며 “삼성전자 HBM3E 제품의 수율과 퍼포먼스에 진전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HBM3E 12단의 인증 결과도 올 3분기 말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삼성전자 출신 한 임원은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3 공급을 시작했으나 이 제품은 경쟁사인 SK하이닉스보다 엔비디아 공급 시기가 많이 늦어져 현재는 HBM3E 12단 공급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종 결정은 엔비디아에 달려 있지만, 두어달 전과 비교해 분위기는 확실히 긍정적으로 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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