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더는 그만!” 콜롬비아, 투우 경기 금지

윤기은 기자 2024. 7. 2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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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현지시간) 스페인 북부 팜플로나에서 열린 산 페르민 축제에서 베네수엘라 선수가 투우 경기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남미 콜롬비아가 안전 문제와 동물 학대 등으로 논란을 빚은 투우 경기를 금지하기로 했다.

콜롬비아 대통령실은 23일(현지시간) 이른바 ‘노 마스 올레’로 부르는 투우 금지법을 공포했다고 밝혔다. ‘올레’는 투우사 움직임에 맞춰 지르는 관중들의 대표 구호로, 스페인어인 ‘노 마스 올레’(No mas Ole)는 ‘올레, 더는 그만’이라는 의미다.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은 전날 수도 보고타의 산타마리아 광장에서 이 법안에 서명했다. 1931년 지어진 산타마리아 광장은 최근까지 투우장으로 쓰였다.

페트로 대통령은 “전통이나 관행이라는 이유로 투우를 유지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없다”며 “사람이든 동물이든 다른 생명을 존중할 수 있도록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투우로 생계를 유지하던 많은 분이 있다는 것도 잘 알기 때문에, 이분들을 위해 직업 재교육 프로그램도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콜롬비아는 3년간 과도기를 두고 2027년 중순부터 투우 경기를 전면 금지할 계획이다. 10여 곳의 투우장은 콘서트홀이나 전시장 등으로 설계 변경된 뒤 단계적으로 개축한다.

지난 22일(현지시간)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가운데)이 보고타의 산타마리아 광장에서 투우 금지법안에 최종 서명한 뒤 문서들 들어 올려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남서부 유럽에서 시작된 투우 경기는 이들 국가가 식민 지배를 했던 남미에서도 보편적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캄캄한 공간에 가둬뒀던 소를 햇볕이 내리쬐는 경기장으로 끌어오고, 투우사가 천을 흔들며 소가 날뛰도록 흥분시키는 순서로 경기를 진행한다. 전통적인 투우 경기는 투우사가 흉기로 소를 찔러 죽이면서 마무리된다.

거대한 소의 공격을 받고 투우사가 경기장 안에서 사망하는 사례도 수년에 한 번꼴로 나왔다.

콜롬비아에서는 동물 학대와 안전 문제 등으로 투우 경기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결국 콜롬비아 의회의 초당적 지지를 얻은 투우 금지법안은 지난 5월 찬성 93표, 반대 2표로 통과됐다.

콜롬비아 일간 엘티엠포는 투우 금지법이 목장주를 비롯한 업계 종사자들에게 도전 과제를 안겨줬다고 보도했다.

다만 콜롬비아 당국은 투우와 관련한 일을 하는 이들의 규모에 대해 신뢰할 만한 통계가 없어서 투우 경기 금지에 따른 경제적 영향은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1824년), 우루과이(1888년), 아르헨티나(1899년), 쿠바(1899년), 니카라과(2010년), 파나마(2012년) 등도 같은 이유로 투우 경기를 금지했다.

투우 경기가 문화유산에 해당한다며 보존을 고집하는 나라들도 있다. 프랑스, 포르투갈, 멕시코, 베네수엘라, 페루, 에콰도르 등에선 지금도 투우 경기가 열리며, 스페인 북부 팜플로나에서는 매년 7월 투우 축제인 ‘산 페르민 축제’가 개최된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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