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첫 여성대통령 도전하는 해리스 “우리는 재생산의 자유를 위해 싸울 것”[플랫]
본선 대결 앞두고 당 결집 속도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 하루 만인 22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해 필요한 대의원 과반을 확보해 대선 후보 지위를 사실상 확정했다. 당내 영향력이 막강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 대선 ‘잠룡’들도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표명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밤 성명을 통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받기 위한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했다”면서 “조만간 후보 지명을 공식적으로 수락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첫 여성 흑인 대통령이라는 새 기록에 도전하는 해리스 부통령은 백인·남성이 주류인 미국 사회에서 ‘최초’의 역사를 써온 인물이다. 1964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아프리카계 자메이카 이민자 출신 경제학자 아버지와 인도 출신 암 연구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엘리트 집안에서 자랐지만 백인이 대부분인 커뮤니티에서 유년기를 보내며 정체성 혼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부모가 이혼하자 12세에 어머니를 따라 캐나다 몬트리올로 이주해 퀘벡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돌아와 워싱턴의 하워드대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캘리포니아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1990년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카운티의 지방검사로 법조계에 첫발을 내디딘 뒤 2004년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장에 올랐고, 2011년엔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으로 선출되며 승승장구했다.
2016년엔 캘리포니아주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상원 청문회에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을 강하게 몰아붙이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열정적인 연설 스타일로 ‘여자 오바마’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20년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이자 부통령 후보로 선택되면서 이듬해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백악관에 입성해 미국 최초 흑인 여성 부통령으로서 오늘날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지위에 오르는 기반을 쌓았다.
📌[플랫] 백인 남성이 장악해온 백악관 장벽 깨뜨린 카멀라 해리스
AP통신의 자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밤 민주당 대의원 과반 기준인 1976명 이상의 지지를 확보해 대선 후보 확정에 필요한 요건을 충족했다. 민주당은 8월1~7일 사이에 대의원들의 표결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날까지 지지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펠로시 전 하원의장도 이날 “해리스가 11월 대선에서 우리를 승리로 이끌 것을 전적으로 확신한다”며 지지를 선언했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공동성명에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직접 지지는 밝히지 않으면서도 그가 대선 후보 지명을 추구하고 있으며 “미국 각지에서 풀뿌리 대의원들의 지지도 빠르게 얻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잠룡 주지사들도 지지를 선언했다. 앞서 연방의회 중진의원들과 민주당 내 진보 코커스, 흑인 코커스, 히스패닉 코커스 등 주요 조직도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했다.
민주당이 해리스 부통령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결집하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 후보 교체론으로 인한 당의 내홍을 신속하게 수습하고, 내달 전당대회 전까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본선 대결을 위한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과 그가 속한 법무법인이 부통령 후보군 선정 및 검증 작업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를 주관하고 선거캠프를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는 등 첫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이후 처음으로 공개 선거운동에 나섰다. 이날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과반을 확보한 해리스 부통령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포식자’ ‘사기꾼’ 등에 비유하며 공세를 펼쳤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선거캠프를 방문했다. 남편인 더그 엠호프도 동행했다. 그는 “내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은 바이든 정부의 부통령으로 봉사한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여러분과 함께 민주당과 이 나라를 단결시켜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특히 검사 시절 경력을 강조하며 “나는 모든 범죄 행위자들을 추적했다. 트럼프 같은 유형을 잘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여성을 학대하는 ‘포식자’ ‘사기꾼’ 등으로 표현하며 그의 사법리스크를 부각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우리는 재생산의 자유를 위해 싸울 것”이라면서 “만약 트럼프가 기회를 얻으면 그는 모든 주에서 임신중지를 불법화하는 임신중지 금지법에 서명할 것”이라며 임신중지권 보호를 강조했다. 이와 함께 중산층 강화, 총기 규제 등도 집권 목표로 강조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부인했지만 공화당 집권플랜으로 불리는 ‘프로젝트 2025’(보수 싱크탱크의 트럼프 2기 대비 정책 제언집)도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전화로 캠프 직원들에게 “여러분이 내게 줬던 마음과 영혼의 모든 조각을 해리스에게 주기를 바란다” “해리스가 최고이며, 그를 포용하라”고 당부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상원의원은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바이든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며, 끔찍하고 무능한 국경 (담당) 차르인 해리스는 더 나쁠 것”이라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 후보는 이날 자신의 고향인 오하이오주 미들타운에서 개최한 첫 단독 유세에서 민주당 엘리트들이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바이든 대통령을 버렸다고 비판하면서 “그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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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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