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먹는 이혼 예능? ‘이제 혼자다’ 이혼을 다루는 방식[TV와치]

박아름 2024. 7. 2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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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조선 ‘이제 혼자다’ 방송 캡처
사진=TV조선 ‘이제 혼자다’ 방송 캡처

[뉴스엔 박아름 기자]

이혼 예능 홍수 속 '이제 혼자다'가 특유의 진정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혼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나올 때마다 화제가 됨과 동시에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 9일 첫 방송을 시작한 TV조선 파일럿 예능 '이제 혼자다' 역시 뜨거운 반응 속에 전파를 타고 있다.

'이제 혼자다'는 돌싱이 된 연예인들의 삶을 진솔하게 담아낸 리얼 관찰 예능으로, 혼자가 된 이유나 과정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선에 서서 세상에 적응하고 재도약을 준비하는 여정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이혼한 조윤희, 2012년 이혼한 전노민을 비롯해 최근까지도 이혼 소식 보도 후 상대방에 대한 폭로전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윤진, 최동석 등이 출연한다. 그 중 이윤진, 최동석의 경우 이혼 절차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에 많은 우려가 쏟아졌던 게 사실.

이들이 등장하자 시청자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최동석, 이윤진은 인생 2막 1년차 특별한 일상을 묵묵하고 진솔하게 소개하며 시청자들에게 서서히 다가가고 있다. 특히 그동안 대중에 알려지지 않았던, 시끌시끌한 개인사에 가려져 있었던 최동석의 남모를 아픔은 많은 시청자들의 응원과 격려를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 7월 23일 방송에서 최동석은 "이혼이라는 게 내 삶에 대한 반성의 시간이 되더라"고 속내를 털어놓았고, 올 가을 이사를 앞두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구하러 다니는 과정을 공개하기도 했다. 최동석은 “흔적이 남아있는 집이지 않나. 집에 있는게 힘들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새롭게 환경이 변하면 기분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다만 아이들이 지내야 하는 공간이라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만들까 고민하고 있다. 아이들이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며 아이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송은 이혼 외 또 다른 아픔을 조명했다. 이혼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 적신호를 감지하고 점검 차원에서 병원에 갔는데 지병 상반고리관 피열 증후군이 급격히 악화되고 만 것. 최근 가정 문제로 잠을 잘 못 자는 등 이혼에 의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증상이 더욱 심해졌고 난청도 더 진행됐다고. 이를 치료하려면 두개골을 여는 개두술이 필요하지만 수술의 위험성이 큰 상황으로 최동석에겐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겨버렸다. 이를 접한 MC 박미선은 “인생이 고비고비 뭐가 많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몸과 마음을 다치게 만드는 이혼 스트레스에 ‘이제 혼자다’ 출연진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전노민은 “난 응급실을 갔다. 갑자기 뒷골이 땡기고 눈이 침침해져 응급실을 갔는데 거기서 계속 쳐다보더라. 혈압이 190이 넘었다더라. 그때부터 혈압약을 먹었다”고, 이윤진은 “안 좋았던 기억을 잃어버리는 순간이 생긴다. 좋은 것만 기억하고 나빴던 건 순간순간 없어지게 하는 게 생겼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최동석에게는 귀 건강 말고도 또 다른 아픔이 존재했다. 이혼 전 음주운전 트럭과 교통사고가 났을 당시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핸들을 자신 쪽으로 꺾는 바람에 현재까지 후유증이 남을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입었던 것이다. 이에 최동석은 구부정한 자세를 갖고 살아가게 됐다.

진중한 모습만 보여준 건 아니다. 이혼 후 상처 받을 아이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던 최동석에겐 어느덧 이혼과 관련한 농담도 받아칠 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 목사인 친형이 "형수가 신경을 많이 써준다"며 자랑을 늘어놓자 “좋겠다. 신경 많이 써줘서”라고 부러워하거나 “넌 네가 알아서 신경을 많이 써야 되겠네”라는 형의 디스에도 웃음으로 맞받아친 것.

친형과의 만남을 통해 이혼 소식을 접한 가족들의 반응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최동석은 “혼자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란 형의 질문에 “적응이 됐다”고 답한 뒤 “형이 위로해주는 말들이 위안이 되고 힘이 됐다. 내게 형은 부모님 같은 존재”라며 형을 향한 애틋함을 드러냈다. 특히 최동석은 “살다가 고비가 있고 어려운 일들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도움이 됐다. 어려움이 있을 때 형이 제일 먼저 반대했다. 부부 사이가 안 좋아졌을 때 이런 걸 얘기할 데가 없다. 제일 처음 얘기한 게 형이었다. 그래도 형 입장에서는 서로가 조금만 더 이해하고 노력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게 낫지 않냐고 했다. 그걸 몰라서가 아니지 않나. 뜬구름 잡는 소리지만 시간이 지나 곱씹어보면 '그게 맞는 거였구나' 그런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해답을 찾고자 형을 만나러 가면 참으란 말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내가 짜증나는 포인트가 그것이었던 것 같다. 왜 참으라고 할까.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 맞아. 그 포인트에서 내가 참았으면 일이 그렇게 어그러지지 않았을텐데..' 그런 느낌을 많이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MC 박미선은 "부부생활이 참는게 답은 아닌 거 같다. 도저히 못 참는 부분도 있는데 옛날 어르신들은 ‘조금만 참으면 될 걸’ 그렇게 얘기하시는데 그게 답은 아닌 것 같다"고 자신의 견해를 드러냈다.

이혼 소식을 접한 부모의 반응도 덤덤하게 소개했다. 최동석의 형은 “엄마는 지금도 네 안부부터 물어본다. 동석이는 뭐하냐고 물어본다”고 전했고, 최동석은 "연락하는 것만 해도 부담이 될까봐 전화를 안한다"며 부모에게 죄송한 마음을 내비쳤다. 이어 최동석은 “이혼 소식을 같이 들었다. 이혼 소식을 집에 같이 있을 때 들었다. 오히려 아무 말씀도 안 하시더라”고 회상해 많은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이후 조윤희는 이혼 소식을 접한 부모의 반응을 묻자 “그동안 겪은 일들을 말씀드리니 마음 아파 했다. 이혼도 내 의견을 받아들여 주셨다”고, 이윤진은 “엄마한테 왜 자주 전화 안하냐 하는데 내가 전화해서 뭐라 그러냐. ‘나 힘들어. 나 울 것 같아’ 이런 얘기 해야 되냐. 좋은 이야기로 전화드리고 싶지 힘들다고 전화드리고 싶지 않은 게 자식의 마음이다”고, 전노민은 “전화하면 울 것 같지 않냐”고 답했다. 부모에게 힘든 일을 일일이 다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것에 공감한 것. 하지만 '엄마' 박미선의 생각은 달랐다. 박미선은 “내 딸은 전화하면 울었으면 좋겠다. 그럼 기다려 줄 것이다. 자식있는 분들이 그걸 왜 모를까”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자 최동석은 “내가 쿨하게 하면 더 좋은 건데 그게 잘 안되더라”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형을 통해 부모의 진심을 듣게 된 최동석은 “좋은 아들은 아닌 것 같다”고 자책했고, 형은 “이 세상에 좋은 아들은 없다”며 "어려울 때 형한테 연락해줘 고맙고 너도 마음을 편하게 가졌으면 좋겠다. 열심히 살았다. 형이 인정해줄게"라고 위로했다. 이같은 뭉클한 형제애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그런가하면 배우 이범수와 이혼 소송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이윤진은 발리에서 새로 쓰는 인생 2막을 공개했다. 타국에서 딸 소을과 함께하는 특별한 모녀의 삶은 물론, 이혼 후의 마음가짐을 보여줬다. 이윤진은 “단란한 가정을 볼 때 어떤 생각일지 모르고 자라왔고 생각보다 발리에는 아빠들이 아이를 많이 케어한다. 그래서 아빠한테 잘 간다. 소을이가 저런 모습을 보고 혹시나 섭섭해하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하고 그럴 때는 있는데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해 후회하진 않는다”며 “내가 가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을 최대한으로 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인 것 같다. 행복한 추억을 많이 나누자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같이 '이제 혼자다'에서는 자극적인 이야기 속에 숨겨진 출연자들의 진심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또한 '이제 혼자다'는 이혼의 아픔을 공유하고 부모 마음까지 헤아리는 예능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이에 시청자 반응 중에서는 이같이 인간미 넘치는 이혼 연예인들의 일상을 지켜보고 힘들었던 기억을 공유하면서, 그동안 그들에게 쌓였던 오해를 풀고 진솔한 속마음까지 알게 됐다는 반응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혼을 결정하기까지 얼마나 힘든 일이 있었으며, 이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시청자들이 느끼게 하고 있다. 이는 자연스레 시청자들의 응원과 지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청률의 경우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 가구 기준 3~4%대를 기록, 안정적인 성적을 낸만큼 정규 편성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다음 주 방송에는 故 서세원과 이혼한 서정희, 그리고 딸 서동주의 출연이 예고돼 프로그램에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뉴스엔 박아름 ja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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