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쿠팡 블랙리스트 수사 ‘뒷전’…제보자만 또 압수수색

박태우 기자 2024. 7. 2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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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쿠팡이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취업을 제한할 목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경찰이 해당 블랙리스트를 '공익제보'한 전직 직원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24일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의 설명을 종합하면,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블랙리스트 파일을 언론사 등에 제보한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전직 직원 김준호씨의 경기 광주시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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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고소한 ‘영업비밀’ 유출 혐의
지난달 ‘조력자’ 이어 두번째 강제수사
근로기준법·개인정보법 수사는 더뎌
지난 9일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지난 9일 경기 수원 경기남부경찰청 앞에서 ‘블랙리스트’ 제보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대책위 제공

지난 2월 쿠팡이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취업을 제한할 목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경찰이 해당 블랙리스트를 ‘공익제보’한 전직 직원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블랙리스트 자체에 대한 고용노동부·경찰의 수사는 더딘 반면, 제보자를 상대로 한 쿠팡의 고소 사건 수사는 빠르게 진행되는 셈이다.

24일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의 설명을 종합하면,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블랙리스트 파일을 언론사 등에 제보한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전직 직원 김준호씨의 경기 광주시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김씨가 제보한 블랙리스트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넘게 작성된 것으로, 1만6천여명의 이름·생년월일·연락처 등 개인정보와 함께 ‘취업 제한 사유’ 등이 적혀 있었다. 쿠팡은 이를 두고 ‘인사평가 자료’라고 주장했지만, 여기엔 물류센터에서 일한 적이 없는 언론사 기자들 명단도 있었다.

김씨에 대한 압수수색 검증영장을 보면, 경찰은 김씨에게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해 김씨가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영업비밀·업무상 자산 등에 해당하는 자료를 업무용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내려받아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 “액수 미상의 손해를 가하고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이 김씨가 유출했다고 지목한 자료는 물류센터 물품 분류 자동화 설비 배치도면, 직원 근태관련 자료 등 15건인데, 이 가운데 김씨가 제보한 쿠팡의 블랙리스트 관련 자료는 없다. 지난달 또 다른 제보자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전 직원 ㄱ씨의 자택을 경찰이 압수수색할 때에도 영장엔 블랙리스트 관련 자료는 없었다.

이 때문에 쿠팡이 블랙리스트 제보를 핑계 삼아 제보자들을 별건 고소하고, 경찰은 무리하게 수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대책위)는 보도자료를 내어 “연이은 압수수색은 공익제보자들을 위축시키고자 하는 의도 이외에는 달리 설명되지 않는다”며 “경찰의 수사는 그 자체로 가해자(쿠팡)를 비호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씨 역시 한겨레에 “경찰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내가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주장한다”며 “재산상 이득을 취하려 한 것이 아니라 공익을 위해 제보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제보자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과 달리, 노조와 대책위가 쿠팡과 쿠팡풀필먼트를 고소·고발한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수사는 진척이 없다. 현재 노동부는 블랙리스트 작성이 근로기준법이 금지하는 ‘취업방해’에 해당하는지를, 경찰은 취업 배제 목적으로 근무 경력이 있는 노동자와 근무 경력조차 없는 기자들의 정보를 수집·관리한 것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노조와 대책위는 블랙리스트가 전산상으로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압수수색을 포함한 신속한 수사를 주장해왔지만, 지난 3월 고소·고발이 이뤄진 지 넉 달이 지나고 있지만 진척이 없다. 노동부 서울동부지청 관계자는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쿠팡·쿠팡풀필먼트서비스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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