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의약품 유통기한 3년뿐”…화성 탐사 시대 대비해야

미국 듀크대, 우주정거장 의약품 유통기한 분석
절반이 3년 미만, 장기간 화성 여행에 맞지 않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사용하는 의약품 대부분의 유통기한이 3년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장 큰 문제는 없더라도 화성을 비롯한 심우주 탐사가 유인으로 이뤄지는 시대가 오면 우주인의 건강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인을 위해 의약품의 유통기한을 늘려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년씩 걸리는 심우주 유인 탐사가 추진되는 만큼 오래 쓸 수 있는 의약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니얼 버클랜드 미국 듀크대 의대 교수 연구진은 지난 22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npj 미세중력’에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사용하는 의약품의 유통기한이 절반 이상 3년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에 요청해 우주정거장에서 사용하는 의약품 목록을 청구해 확보했다. 의약품 목록에 따르면 지난해 우주정거장이 보관한 의약품이 106종으로 확인됐다. 우주 공간에서 장기간 거주하는 우주인들은 육체적·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심한 만큼 다양한 의약품을 사용한다.

연구진은 의약품 106종 중 자료가 있는 91종의 유통기한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의약품의 절반인 54종의 유통기한이 3년도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유통기한이 2년 이하인 의약품도 14종에 달했다. 이 의약품 중에는 첨단 생명유지의약품, 아나필락시스(쇼크) 치료제, 항정신병제 같은 중요 의약품이 포함됐다.

우주정거장은 주기적으로 보급을 받는 만큼 의약품의 짧은 유통기한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연구진은 불가피한 사정이나 사고를 고려했을 때 의약품이 우주임무 수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버클랜드 교수는 “우주정거장에서는 거의 매일 의약품이 사용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우주인이 장기 임무를 수행하는 데 의학적인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지어 우주에서는 의약품의 분해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실제 효능은 더 빨리 떨어질 수 있다. 브라이언 두 나사 존슨우주센터 연구원은 수차례에 걸쳐 우주에서 의약품의 변화를 연구했다. 그 결과 880일 간 우주정거장에서 보관한 약물 36종 중 25종이 미국 약전(USP)의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상에서는 같은 기간 보관하더라도 요구사항에 미달한 의약품은 17종에 머물렀다. 버클랜드 교수는 “유통기한이 지난 약의 효과가 어느 정도 떨어지는지 알아보는 연구도 부족한 실정”이라며 “특히 앞으로 이뤄질 장기 화성 유인 탐사에서 후반부 임무 수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약품의 유통기한은 우주정거장보다 장기간 고립된 상태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화성 탐사에서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화성을 오가는 데 필요한 비행 기간만 3년에 달해 이 기간 유통기간을 넘어 의약품 활용이 제한되면 우주인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진은 의약품 보관 연구와 함께 우주 제약 기술이 유통기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우주 공간에 직접 공장을 짓고 의약품을 만들어 조달하는 방식이다. 우주는 미세중력 조건에서 의약품의 품질을 높일 수 있어 최근 제약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보령, 스페이스린텍 같은 기업이 우주 제약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버클랜드 교수는 “나사는 다른 국가와 협력해 우주에 ‘자립형 약국’을 세울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번 연구가 우주 탐사 임무기간 동안 의약품을 선택하거나 보관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njp Microgravity(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26-024-00414-3

AAPS Journal(2011), DOI: https://doi.org/10.1208/s12248-011-9270-0

NASA(2014), https://ntrs.nasa.gov/citations/20140003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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