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쓰는데 잘 쓰고, 탄탄한 팬층까지···‘101번째 책’ 낸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계에서는 여름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과 경쟁하는 기현상이 벌어지죠.”
일본을 대표하는 장르문학 소설가이자 한국 독자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가로 잘 알려진 히가시노 게이고의 101번째 소설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북다)가 출간됐다. 100번째 소설인 <마녀와의 7일>(현대문학)이 출간된 지 불과 한 달 만이다. 장르 소설임에도 탄탄한 독자층과 높은 인지도를 지닌 히가시노 게이고는 출판사들이 믿고 찾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한 출판 관계자는 추리소설을 찾는 여름철 수요를 겨냥한 출간이 잇따르면서 그의 작품끼리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고정 독자층은 2만~3만 명으로 추정된다. 초판(2000부) 판매도 쉽지 않다는 출판계에서 상당한 규모다. 다작하면서도 일정한 수준 이상의 작품을 발표하기 때문에 팬층이 두텁다는 것이 출판계의 분석이다. 조성면 문학평론가는 “작품마다 편차가 다소 있긴 하지만 충성도 높은 2만~3만명 정도의 고정 팬층이 있어 판매부수가 그 정도 규모로 유지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작품의 완성도와 안정적 판매를 보장한다는 신뢰를 쌓아왔기 때문에 독자와 출판사 모두에게 사랑받는 작가다”라고 말했다.
고정 독자층이 탄탄한 만큼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예스24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출간된 그의 작품 대다수는 베스트셀러(소설·시·희곡 분야) 10위권에 올랐다. 지난 2월 출간된 <금단의 마술>은 2월 베스트셀러 10위, 3월 출간된 <블랙 쇼맨과 운명의 바퀴>는 베스트셀러 9위, 6월 출간된 <마녀와의 7일>은 7월 베스트셀러 6위를 차지했다. 누적 100만부 이상이 판매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비롯해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 등 메가히트작들도 스테디셀러 상위권에서 꾸준히 판매가 이어지고 있다.
판매가 담보되는 작가인 만큼 출판사의 판권 경쟁도 치열하다. 일본에서 단행본으로 발표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대부분은 한국에서도 출간됐다. 현대문학 관계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꾸준히 내왔던 출판사뿐만 아니라 새롭게 진입하려는 출판사들도 있어서 뜨거운 경쟁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박윤희 북다 문학 IP 팀장은 “히가시노 게이고는 신작이 나올 때마다 경쟁적으로 판권 오퍼를 하고, 계약 기간이 끝나 재출간되는 기출간 작의 경우에도 제시하는 선인세 금액이 높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히가시노 게이고 책을 처음 출간하게 된 북다는 판권 계약을 위해 금액 외에도 면밀한 마케팅 전략 수립, 일본 출판사 코단샤와의 네트워크 등 다방면으로 치열한 준비를 했다고 전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 한국뿐만 아니라 대만,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문학 관계자는 “대만에서도 한국에서만큼 인기가 있다. 중국 시장에서도 반응이 좋다. 동아시아에서 베스트셀러 제조기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성면 문학평론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기 비결에 대해 ‘휴머니즘 추리소설’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흔히 추리소설, 미스터리라고 하면 인간의 잔인한 본성을 그린 작품이 많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추리 소설임에도 잔인한 범죄가 별로 없고, 인간적이고 공감을 일으킬만한 사건들이 나오는 독특한 형태의 추리 소설이기에 독자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통령실 “김 여사, 다음 순방 동행 않기로”…이후 동행 여부는 그때 가서 결정
- 명태균 “청와대 가면 뒈진다고 했다”…김건희에게 대통령실 이전 조언 정황
- 김예지, 활동 중단 원인은 쏟아진 ‘악플’ 때문이었다
- 유승민 “역시 ‘상남자’···사과·쇄신 기대했는데 ‘자기 여자’ 비호 바빴다”
- [제주 어선침몰]생존자 “그물 들어올리다 배가 순식간에 넘어갔다”
- [트럼프 2기] 한국의 ‘4B’ 운동이 뭐기에···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관심 급증
- ‘프로포폴 불법 투여’ 강남 병원장 검찰 송치···아내도 ‘중독 사망’
- 서울대 외벽 탄 ‘장발장’···그는 12년간 세상에 없는 사람이었다
- 주말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교통정보 미리 확인하세요”
- 조훈현·이창호도 나섰지만···‘세계 유일’ 바둑학과 폐지 수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