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매립지 종료 D-365 : 종량제 봉투가 '갈 곳' 잃는 순간

최아름 기자 2024. 7. 2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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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서울·경기·인천 사용하는 매립지
2025년 폐쇄할 가능성 적지 않아
매립지 후보 찾는 공모만 3차례
모두 후보 없이 공모 절차 끝나
인천 자체 매립지까지 추진 시도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지만
총리실 직속 위원회 감감무소식
2026년 1월 직매립 금지까지 시행
쓰레기 갈 곳 어디서 찾을 수 있나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 매립지 3-1구역은 2025년이면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

# 수도권 시민들이 매일 버리는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담겨 인천 서구 '매립지'로 향한다. 하지만 이곳의 수명도 내년이면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 수도권 어딘가에 대체 매립지를 만들어야 하지만, 세차례에 걸친 공모 절차에 누구도 지원하지 않았다.

# 문제는 정부든 지자체든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문제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지점이다.

우리는 일주일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버릴까. 대형마트에 가서 쇼핑백 대신 가져오는 종량제 봉투로 따져보자. 이 봉투의 용량은 20L. 여기에 일주일간 쓰레기를 꾹꾹 눌러 담아 '재활용 쓰레기'를 내놓으면 그 무게는 평균 6.6㎏에 달한다(2022년 환경부 기준).

그중 절반(51.7%)은 재활용되고 나머지 절반(48.3%)은 태워지거나 매립지로 가서 묻힌다. 인천 서구 한쪽에 마련된 매립지엔 30년 동안 이런 쓰레기들이 몰려와 쌓였다. 환경적 측면에서든 매립지란 측면에서든 이곳은 지금 괜찮을까.

답을 찾기 전에 '매립지'의 현황부터 살펴보자. 원래 수도권 시민들이 사용하던 매립지는 한강의 제일 서쪽 '마포구 난지도'에 있던 난지 매립장이었다. 1992년 이 매립장의 쓰레기가 임계점을 넘어서자 대체지로 인천과 김포가 선정됐다. 인천에 1ㆍ2ㆍ3구역이 생겼고 김포엔 4구역이 만들어졌다. 이중 1ㆍ2구역도 매립이 끝나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지금 사용 중인 매립지는 3-1구역으로 쓰레기가 차지한 땅만 595만㎡(약 180만평)에 이른다.

다만, 이 구역 역시 '쓰레기 임계점'이 다가오고 있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인천시는 2025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참고: 환경부는 매립지 종료 시점이 정확히 언제가 될 지 결정하지 않았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인천시가 4자 합의에 따라 결정해야 할 종료 시점을 독단적으로 정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임계점의 시기가 2025년이든 그 이후든 '다음 매립지'를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수도권 대체 매립지 공모 절차가 2021년 두차례, 2024년 상반기 한차례 실패했다. 인천시와 달리 급할 게 없는 서울과 경기도는 매립지 발굴을 서두르지 않는다.

[사진=뉴시스]

인천 서구의 한 주민은 이렇게 꼬집었다. "매립지의 운영권을 민간에 주든지 매립지 설립 조건을 신청한 지자체가 스스로 정하도록 하든지 무언가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의 공모 방식으로는 새 매립지를 찾기 어렵다."

혹여 대체 부지를 찾는다고 해도 문제가 풀리는 것도 아니다. 2026년 1월부턴 지금처럼 종량제 봉투에 넣은 쓰레기를 그대로 땅에 묻을 수 없다. 환경부는 2021년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확정해 생활폐기물을 선별이나 소각하지 않고 매립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종량제 봉투가 차지하는 면적은 줄겠지만, 이를 위해선 쓰레기 소각 시설을 더 늘려야 한다. 쉬운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는 자원회수시설이 있는 마포구에 소각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지만 주민 반발이 심하다. 마포구 주민들은 "광역 소각 시설이 더 늘어나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원회수시설이 이미 있는데, 왜 또 마포구에 소각장이 들어서야 하느냐는 논리다.

누군가는 이를 '전형적인 지역 이기주의(NIMBYㆍNot In My Backyard)'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논점을 그렇게 돌려선 안 된다. 진통을 겪고 있는 수도권 매립지 문제를 해결하는 건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0년간 시민의 고통과 피해가 컸던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대체 매립지를 조성해 이 문제를 임기 중에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밑그림만 제시한 건 아니다. 구체적인 실행 방식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총리 직속 위원회를 구성해 대체 매립지를 조성해 수도권 매립지 이전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공약은 빈말에 머물러 있다. 윤석열 정부는 매립지 문제를 담당할 국무총리 직속 위원회를 아직까지 만들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매립지 관련 정책이 중구난방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쓰레기 소각장을 더 빨리 더 많이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게 아니라 쓰레기를 어떻게 감량하고 시설을 더 만들지 않고도 버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연구해야 한다"며 "쓰레기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분석조차 하지 않은 채 밑그림부터 그려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쓰레기 매립지 문제는 결코 인천만의 이슈가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 2명 중 1명(50.6%ㆍ통계청ㆍ2023년 기준)이 수도권에 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립지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말처럼 '임기 안에' 쓰레기 매립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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