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예측할 수 없는 재앙은 없다”

최정석 기자 2024. 7. 2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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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 아리셀 리튬 배터리 공장에서 지난달 24일 화재가 발생해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국내 화학공장 사고 중에 역대 최대 규모의 인명 피해가 생긴 것이다.

같은 공장에서 화재 하루 전에도 리튬 배터리에 불이 붙는 사고가 났다.

물론 모든 사고를 예측하거나 방지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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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석 기자

경기도 화성시 아리셀 리튬 배터리 공장에서 지난달 24일 화재가 발생해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국내 화학공장 사고 중에 역대 최대 규모의 인명 피해가 생긴 것이다.

이 화재에는 ‘사전 경보’가 있었다. 같은 공장에서 화재 하루 전에도 리튬 배터리에 불이 붙는 사고가 났다. 하지만 공장 측은 직원이 현장에서 불을 진압했다며 119 신고를 하지 않고 작업을 재개했다고 한다. 화재 직전에 위험을 점검할 기회를 놓친 셈이다. 이보다 앞서 소방당국은 지난 3월 정기 검사에서 이 공장에 대해 “생산라인 급격한 연소로 인한 인명피해 우려 있음”이라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이때 대책이 제대로 마련됐다면 화재 예방이 가능했을 수도 있다.

비슷한 사고가 더 있었다. 서울시청 앞 역주행 교통사고로 지난 1일 9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친 것이다. 사고 현장과 그 주변은 지난 2007년부터 교통사고로 중상 24명, 경상 86명이 발생한 곳이다. 또 사고 차량이 역주행을 시작한 도로 입구에 ‘진입금지(일방통행)’ 표지판이 있지만 사고가 발생한 밤 시간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미 있었다. 이를 ‘사전 경보’로 인식해 사고 예방 조치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미국의 산업 안전 전문가인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예측할 수 없는 재앙은 없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각종 사고 발생과 관련한 통계학적 이론으로 ‘하인리히 법칙’을 제시했다. 대형 사고 1건이 터지기 전에 같은 원인으로 경미한 사고 29건, 사고 징후 300건이 나타난다는 내용이다. 사고 징후나 경미 사고를 방치한 결과로 대형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모든 사고를 예측하거나 방지할 수는 없다.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사고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할 책무가 있다.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 이후 정부는 전지 공장 화재 재발방지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리튬 배터리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또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은 역주행 교통사고 이후 일방통행 교통안전시설 및 신호체계 개선을 준비 중이다.

과거 정부의 각종 사고 대책이 탁상공론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 대책이 나온 뒤에도 비슷한 원인으로 비슷한 사고가 또 터졌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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