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불만+욕설 파문' 김진성의 무기한 2군행…염경엽의 강력한 메시지,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MD부산]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을 수 있다는 속담이 있다. 반대로 말 한마디가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만큼 말이 지닌 무게감이 크다는 것이다. 김진성(LG 트윈스)에게 깨달음이 필요한 시기다.
LG 트윈스는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맞대결에 앞서 김진성을 전격 1군에서 말소했다. 올해 47경기에 등판해 1승 2패 19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89로 활약하고 있었던 만큼 김진성의 갑작스러운 2군행은 의문을 낳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진성이 2군행을 통보받게 된 '사건'의 시발점은 지난 2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이었다. 김진성은 6-3으로 앞선 8회초 선발 손주영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김진성은 첫 타자 정수빈을 삼진, 후속타자 헨리 라모스를 파울플라이로 묶어내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잡았는데, 이후 전민재를 3루수 실책으로 출루시킨 뒤 강승호에게 안타를 허용하면서 1, 2루 위기 상황에 몰렸다. 이때 LG가 투수 교체를 진행했다.
3점차로 여유가 없는 상황은 아니었으나, LG는 마무리 유영찬을 조기에 투입해 위기를 탈출하고 뒷문을 걸어잠그는 시나리오를 그렸다. 그런데 투수 교체 과정에서 김진성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20홀드까지 단 1홀드만 남은 상황. 1개의 아웃카운트에 홀드가 완성될 수 있었던 김진성은 투수 교체에 불만을 드러냈다. 투수 입장에서는 충분히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상황임은 분명했다. 그리고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사건은 이후에 일어났다.
김진성이 지난 22일 자신의 SNS를 통해 "몸을 바쳐 헌신한 내가 병X이었네"라며 욕설을 섞은 게시물을 올렸다. 주어가 생략돼 있지만, 21일 경기에서 홀드를 손에 넣지 못하고 교체가 된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 확실했다. 이에 23일 사직 롯데전에 앞서 LG가 김진성을 1군에서 말소하기로 결정했다. 염경엽 감독은 취재진과 인터뷰가 시작됨과 동시에 "아쉬움을 무릅쓰고 (김)진성이를 2군으로 보냈다"고 먼저 말 문을 열었다.
지난 2022년 LG 유니폼을 입기 시작한 김진성은 6승 3패 12홀드 평균자책점 3.10으로 부활에 성공했다. 그리고 지난해 무려 80경기에 등판해 70⅓이닝을 소화, 5승 1패 21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2.18이라는 커리어하이 성적을 거두며 1994년 이후 29년 만에 LG가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데 큰 힘을 보탰다. 올해도 '필승조'로 상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LG의 든든한 허리를 맡아왔기에 염경엽 감독은 장고 끝에 어렵게 결단을 내리게 됐다.
염경엽 감독은 "어쨌든 팀 케미, 원칙에 있어서 어떤 문제를 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선수단, 코칭스태프, 구단의 합의를 통해 원칙대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서 2군으로 내려보내게 됐다. 우리 입장에서는 아쉽지만, 원칙을 어길 순 없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기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본인이 해결을 잘해야 할 것 같다"며 복귀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무기한 2군행이라는 점이다. 김진성이 팀에 큰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은 맞지만, 팀 기강을 무너뜨리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
특히 염경엽 감독은 '헌신'이라는 단어를 주목했다. 연봉을 통해 가치를 인정받으며 선수 생활을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헌신'이라고 생각한다는게 잘못됐다는 것이다. 염경엽 감독은 "(김)진성이가 이 부분을 알았으면 좋겠다. 프로야구 선수는 팀과 승리라는 같은 생각으로 야구를 한다. 그리고 팬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며 "프로야구 선수의 경우 이런 서운함은 결국 돈과 명예로 보상을 받는 것이다. 그런 부분을 희생이라고 생각하면 프로야구 선수로서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염경엽 감독의 말에서 틀린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통해 선수들은 '연봉'으로 평가를 받는다.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해 모든 선수들이 그라운등서 구슬땀을 흘리는 것이다. 하지만 김진성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것이 연봉과 별개의 희생 또는 헌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프로 의식이 부족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불만이 있다면 내부적으로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을 모두가 볼 수 있는 SNS에 표출했다는 점도 실망스러운 대목이다.
그래도 김진성을 내칠 수 없기에 염경엽 감독은 최대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애썼으나, 결과는 최악의 상황으로 연결됐다. 사령탑은 "어제(22일) 면담을 했다. 오늘(23일)까지 최대한 수습을 하고 싶었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감독은 문책을 하는 것보다 수습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잘 수습을 하려고 했지만, 생각의 차이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라운드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뽐낸다고 모든 것이 자신의 뜻대로 이뤄질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모든 스포츠는 개인보단 팀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김진성이 많은 것을 깨달을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때문에 염경엽 감독도 페넌트레이스 순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후반기 시작부터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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