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미세플라스틱이 ‘귀 건강 손상’ 첫 규명
전 세계 해양과 토양에 산재한 ‘미세플라스틱’이 생물의 귀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크기가 5㎜보다 작은 플라스틱을 뜻하는 미세플라스틱은 청력은 물론 균형감각에도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진수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의학연구소 박사와 박민현 서울대 의대 교수 등이 구성한 공동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이 귀 부위 가운데 ‘내이’를 손상시켜 청력 손실과 균형 감각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에서 처음 규명했다고 24일 발표했다. 귀는 깊이에 따라 바깥쪽부터 외이, 중이, 내이로 나뉜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해저더스 머티리얼스’에 실렸다.
연구진은 각종 용기나 포장용 필름을 비롯한 일회용품에 많이 쓰이는 플라스틱인 ‘폴리에틸렌’을 미세플라스틱 크기로 쪼개 실험용 쥐에게 4개월간 매일 10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씩 먹였다. 그랬더니 내이 속에서 청력을 담당하는 ‘달팽이관’과 균형감각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에 폴리에틸렌이 0.144㎍ 축적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이 청력 시험을 했더니 폴리에틸렌을 안 먹은 정상군 쥐는 31.7데시벨(㏈)에, 폴리에틸렌을 먹은 쥐는 54㏈에 반응했다. 사람을 기준으로 할 때 50~60㏈은 호흡과 맥박수가 증가하고, 수면장애가 생길 만한 소음이다. 폴리에텔렌을 먹은 쥐는 그렇지 않은 쥐보다 그렇게 큰 소리가 나야 겨우 들을 수 있을 만큼 청력이 상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균형감각을 측정하기 위해 트레드밀(러닝머신) 위를 정상군 쥐와 폴리에틸렌을 먹은 쥐에게 각각 달리게 했더니 여기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정상군 쥐는 평균 515.7초, 폴리에틸렌 섭취 쥐는 이보다 약 40% 짧은 평균 322.1초 동안 균형을 잡으며 운동할 수 있었다. 폴리에틸렌을 먹은 쥐는 달리기를 하던 중 몸이 비틀거리는 상황이 오면 균형을 잘 회복하지 못하고 트레드밀 뒤로 떨어져버렸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폴리에틸렌을 섭취한 쥐에게서는 세포 사멸과 염증 관련 유전자들이 많이 발현됐다는 점을 확인했다. 달팽이관과 전정기관이 이 때문에 손상된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의 위해성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며 “향후 내이와 관련한 후속 연구를 수행해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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