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은행서 발생한 부당대출, 유사사례 616건 추가 발생

은행권 부동산담보대출 표본조사 결과 공개… 담보가액 대비 초과대출 124건 등 의심 거래 발견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8일 금융감독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직원들이 건물을 나가고 있다.

은행권에서 부동산 담보를 초과한 대출 등 부당대출 의심거래가 616건 추가로 발견됐다. 최근 NH농협은행과 국민은행 등에서 발생한 담보 부풀리기 대출과 비슷한 사례다. 대출 과정에서 내부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위법·부당 행위가 확인된 건에는 엄중하게 조치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6월간 은행권이 1만640건의 부동산담보대출 표본점검을 실시한 결과, 담보가액 대비 초과대출(124건)·여신취급 관련 내규 위반(492건) 등 의심 거래 616건을 발견했다고 24일 밝혔다.

최근 은행권에서 허위 매매·분양계약서를 이용하거나 감정평가액 부풀리기로 초과대출을 취급한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NH농협은행은 지난 3월 109억원 초과대출로 인한 업무상 배임 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5월에도 64억원의 부동산 감정가 부풀리기 부당대출 사실이 밝혀졌다. KB국민은행에서도 지난 3월 104억원 규모의 담보 부풀리기 대출이 발생했다.

이에 금감원은 은행권에 유사 사례 발생 여부와 부동산담보대출 취급 절차상 내부통제 체계 전반에 자체 점검을 지시했다.

초과대출 의심 거래에는 여러 사례가 발견됐다. 공인중개사 없이 매도·매수인 쌍방이 작성한 부동산 계약서의 매매 금액이 실거래가보다 2배 이상 높게 작성됐거나 지식산업센터 계약서의 분양가격이 실거래가 약 2배 수준으로 높게 작성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가족 관계로 추정되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임대료를 적정 수준보다 2배 이상 과다 책정한 사례도 있다.

금감원은 124건의 초과대출 의심 거래에는 대출 취급 경위, 직원의 고의·중과실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2차 정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다수 은행이 감정평가액 부풀리기나 대출한도 과다 산출을 통제하기 위한 업무 방법·전산시스템상에서의 미비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우선 상당수 은행에서 영업점의 대출 취급자가 감정평가법인을 지정할 수 있어 공정하지 않은 가치평가를 차단할 수 있는 직무 분리 체계가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은행은 감정평가액이 실제 매매가격을 크게 넘어서도 검증 없이 담보가액으로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대출취급자가 LTV(담보인정비율)를 높게 적용하더라도 검증·통제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이 미비하거나, 임대차 현황서 확인, 현장 조사 등이 소홀하게 이루어져 선순위 임차보증금을 과소 차감한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금감원은 "현재 2차 정밀 조사가 진행 중인 초과대출 의심 거래에는 조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후 위법·부당행위를 신속·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여신 내부통제 시스템 보완을 위해 모범규준 개정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해 전 은행 공통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