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 “정산 해결” 약속에도… 티몬·위메프 사태로 불안감 고조

김호준 기자 2024. 7. 2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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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큐텐 계열사 ‘정산 지연’ 일파만파
판매자 거래 대금 제때 못 받자
대형유통기업·여행사 판매중단
소비자, 일방적 상품취소에 분통
거래 줄어 영업타격 악순환 우려
큐텐 대표 입국… 대책마련 나서
구입 버튼 눌러도 되나… 혼란 큐텐그룹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로 판매자와 소비자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전 티몬 홈페이지에서 한 소비자가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티몬과 위메프의 결제 추정액은 각각 8398억 원, 3082억 원으로 집계됐다. 백동현 기자

싱가포르 기반의 e커머스 기업 큐텐 계열사인 티몬·위메프가 입점 판매자(셀러)에게 거래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한 ‘정산 지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거래 대금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판매자들은 두 플랫폼에서 상품 판매를 잇달아 중단하고, 일부 소비자들은 예약한 상품이 일방적으로 취소되고 환불도 지연되는 등 피해를 겪고 있다. G마켓 창업자로 국내 ‘e커머스 신화’를 쓴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사태 해결을 위해 싱가포르에서 최근 한국으로 들어와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금 정산이 미뤄진 티몬·위메프에 입점했던 롯데쇼핑과 현대홈쇼핑, 신세계 등 대형 유통기업들은 최근 두 플랫폼에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주요 여행사들도 지난 22일부터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이번 사태가 먼저 발생한 곳은 위메프로, 이달 초 입점 판매자 500여 명은 지난 5월 상품 판매한 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위메프는 “전산상 오류”라며 “2주 이상 정산이 지연된 거래 대금에 대해서는 연이율 10%의 지연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같은 큐텐 계열사인 티몬에서도 정산 지연 사태가 일어나며 판매자·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두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단체 채팅방에서 받지 못한 대금이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른다고 호소하고 있다. 업계에선 현재까지 위메프와 티몬 결제 추정액을 근거로 추산할 때 피해 규모는 최소 1000억 원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티몬과 위메프의 결제 추정액은 각각 8398억 원, 3082억 원에 달한다. 같은 달 사용자 수는 티몬이 437만 명, 위메프가 432만 명이다.

업계에서는 큐텐이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무리하게 국내외 e커머스 기업을 인수한 게 화를 초래했다고 분석한다. 큐텐은 2022년 티몬을 시작으로 위메프, AK몰, 위시를 잇달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문제는 티몬과 위메프의 경우 큐텐에 인수될 당시에도 갚아야 할 빚이 자본보다 큰 ‘자본 잠식’ 상태였다. 티몬은 지난 4월이 마감인 지난해 감사보고서조차 아직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자들이 줄줄이 이탈하면서 영업에 타격을 받고 정산이 미뤄지는 자금난과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티몬·위메프는 정산 지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제3의 금융기관과 연계한 ‘에스크로’ 방식의 정산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태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큐텐 측은 “미정산 문제는 빠르게 확인해서 처리하고, 계속 거래가 일어날 수 있도록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태 심각성이 커지면서 조만간 구 대표가 직접 나서 ‘중대 결단’을 내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계열사 합병을 통한 사업구조 효율화나 고강도 구조조정 등이 거론된다. 금융감독원은 전자지급결제대행업 등을 영위할 수 있는 ‘전자금융업자’로 등록된 티몬·위메프의 유동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큐텐은 어떤 회사? = 싱가포르 기반의 e커머스 플랫폼 큐텐은 원조 국내 오픈마켓 격인 G마켓을 창업한 구영배 대표가 2010년 설립한 회사다. 구 대표는 2009년 미국 이베이에 G마켓을 매각한 뒤, 싱가포르로 건너가 큐텐을 세웠다. 이후 큐텐은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중국·홍콩·일본 등에도 진출했다. 구 대표는 G마켓 매각 당시 이베이 측에 ‘10년 동안 한국에서 겸업금지’(거래대상 영업과 동일한 종류의 영업을 하지 못함)를 약속했다고 알려져 있다.

약정이 끝난 뒤부터 큐텐은 국내 시장에서 2022년 9월 티몬을, 지난해 3월과 4월 인터파크쇼핑과 위메프를 각각 인수하면서 세를 불렸다. 지난 2월에는 미국 쇼핑 플랫폼 위시를 1억7300만 달러(약 2400억 원)에 사들였다. 이어 3월에는 애경그룹 AK플라자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자회사 인터파크커머스를 통해 온라인 쇼핑몰인 AK몰을 약 5억 원에 인수했다.

김호준·최준영·신병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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