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핑계… 마크롱, 좌파연합 총리 거부

황혜진 기자 2024. 7. 2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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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 개막을 이틀 앞두고 프랑스 정치권이 대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7일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원내 1당을 차지한 좌파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이 내분 끝에 총리직 후보를 제시했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올림픽이 끝나기 전까지 새 정부 구성을 하지 않겠다며 NFP가 제시한 후보를 사실상 거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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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회 개막 이틀앞 佛정가 혼돈
NFP, 파리시 재정국장 후보제안
마크롱 “지금 새 정부 오면 혼란”
공화국 전선 구축 의사만 재확인
좌파측 “선거결과 부정” 총공세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이 23일 파리 트로카데로에 있는 인류 박물관 옥상 세트장에서 진행된 프랑스 TV 채널 프랑스2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세트장 벽에 새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집권 여당 소속 야엘 브룬 피베 의원의 사진이 붙어 있다. AFP 연합뉴스

파리 올림픽 개막을 이틀 앞두고 프랑스 정치권이 대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7일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원내 1당을 차지한 좌파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이 내분 끝에 총리직 후보를 제시했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올림픽이 끝나기 전까지 새 정부 구성을 하지 않겠다며 NFP가 제시한 후보를 사실상 거부했기 때문이다.

24일 가디언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프랑스2 방송 인터뷰에서 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 새 정부를 구성할 경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는 현 정부가 국정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NFP가 루시 카스테트 파리시 재정국장을 총리 후보로 제안한 점에 대해서는 “핵심은 정치 진영이 제시한 이름이 아니다”라며 “(NFP가) 이번 의회에서 어떤 형태로든 다수를 차지했다고 말하는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중요한 건 정부가 개혁안을 통과시키고 예산을 통과시키고, 국가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의회에서 과반수를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NFP나 범여권, 우파 공화당 등 그 어느 정당도 그들의 공약을 (단독으로) 이행할 수 없다. 각 정당이 타협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산을 준비하고, 국가를 위한 결정을 내리려면 정부가 필요하기 때문에 올림픽이 끝난 후 가능한 한 빨리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NFP를 집권 세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극좌와 극우를 제외한 공화국 전선 구축 의사를 재확인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카스테트 총리 후보 임명 거부 움직임에 좌파연합은 민주주의를 부정한 행위라며 총공세에 나섰다. NFP 내 최대 진영인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X에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거부하고 새로운 공화국 전선을 우리에게 강요하고 있다”며 “이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마누엘 봉파르 의원도 X에서 “이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NFP 소속인 사회당의 올리비에 포르 대표는 “선거 결과를 존중하지 않고 최악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마크롱 대통령을 몰아세웠고, 녹색당의 마린 통들리에 대표는 “대통령은 현실 부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NFP는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한 연금 개혁을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하며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마크롱 대통령과 의회 1당인 NFP의 대치가 계속되면서 정부 구성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범여권 정당인 앙상블도 공화당 이외의 우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없는 ‘헝 의회’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프랑스가 조기 총선 이후 마비 위기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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