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 입시불이익 받을라… ‘적반하장 맞폭’ 는다

조율 기자 2024. 7. 2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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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등학교 6학년 A 양은 동급생 B 군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 신고했다.

전수민 법무법인 현재 변호사는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쌍방 신고를 하는 게 공식처럼 돼 버렸다"며 "가해 학생이 처음에는 사과하다가도 피해 학생 측이 학폭위까지 가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 '그럼 너도 언어폭력으로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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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폭 피해자 40% 맞신고 당해
학폭위 대응하려는 피해학생에
가해자 되레 “쌍방신고” 으름장
2026학년도 학폭기록 의무반영
학부모들 “무죄 증명 목숨 걸어”

지난해 초등학교 6학년 A 양은 동급생 B 군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 신고했다. B 군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물건을 훔치거나 빼앗고 자신에 대해 ‘뚱뚱하다’ ‘고릴라 같다’ 등의 언어폭력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B 군은 곧바로 “나도 피해자”라며 A 양을 가해자로 지목해 맞신고를 했다. ‘같이 등교를 해주지 않는다’ ‘자신의 말과 인사를 무시해 따돌림을 당한다고 느꼈다’는 게 이유였다. A 양은 결국 피해자임인 동시에 가해자가 돼 학폭위에 회부돼야 했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이 가해 학생들로부터 맞신고를 당하는 이른바 ‘맞폭’ 현상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푸른나무재단이 이날 발표한 ‘2024 전국 학교·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자 중 40.6%는 가해자로부터 쌍방 신고를 당했다고 응답했다. 전수민 법무법인 현재 변호사는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쌍방 신고를 하는 게 공식처럼 돼 버렸다”며 “가해 학생이 처음에는 사과하다가도 피해 학생 측이 학폭위까지 가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 ‘그럼 너도 언어폭력으로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피해 학생에 대한 구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피해 학생의 52.2%는 “학교폭력이 잘 해결되지 않았다”고 답했고, 이렇게 답한 비율은 초·중·고 중 고등학교(81.3%)가 가장 높았다.

학교 내 맞폭 현상은 학교폭력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서 사소한 괴롭힘도 학교폭력으로 처벌이 가능하고, 학폭위 처분이 입시와 연계되면서 두드러지고 있다. 2010년대만 해도 학교폭력은 소위 ‘일진’들이 다른 학생들의 물건을 뺏거나 일방적으로 구타하는 형태가 많아 가해·피해자가 명확했지만, 최근엔 장난이나 사소한 괴롭힘도 학교폭력으로 규정되면서 가해·피해자 구분이 불분명해졌다는 게 교육계의 시각이다.

학폭위 처분 기록이 입시에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학부모들의 두려움도 한몫했다. 정부는 앞서 2026학년도 대입부터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처분 결과가 수시는 물론 정시 등 모든 대입 전형에 의무적으로 반영되고, 중대한 학폭 처분을 받은 학생의 경우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보존 기간이 졸업 후 최대 2년에서 4년으로 연장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현재 고등학교 2학년부터는 학폭위 처분이 모든 대입 전형에 반영되면서 학부모들이 자녀가 학폭위에 회부되는 것에 대해 상당히 민감해져 있다”며 “아이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푸른나무재단 관계자는 “학교폭력의 분쟁 과열 현상으로 학생들의 고통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학교폭력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학생 중심의 ‘생활형 갈등 해결 역량 강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교 내에서 교육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학교폭력 관련 제도를 관계 회복 중심과 사안 처리 중심으로 구분해 운영하는 ‘학교폭력 투 트랙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율·노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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