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들른 학전… 빗속에 흐느끼는 ‘아침이슬’[부고]

서종민 기자 2024. 7. 2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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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전(學田)의 영원한 대표인 김민기가 24일 긴 잠에 들었다.

그가 장지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들른 곳도 어김없이 학전이었다.

일부 시민이 놓고 간 국화, 그리고 고인이 생전 즐겼던 소주, 맥주 등이 그 화단에 놓여 있었다.

김민기의 조카인 김성민 학전 총무팀장은 "배웅 길에 와주셔서 감사하다. 이것으로 모든 장례 절차를 마치겠다"고 조문객에게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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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민기 발인식 엄수
24일 가수 김민기의 발인식을 마친 유가족이 고인 영정 사진을 들고 그가 평생을 바쳐 일군 서울 대학로 소극장의 상징인 ‘학전’(현 아르코꿈밭극장) 앞을 지나고 있다. 문호남 기자

학전(學田)의 영원한 대표인 김민기가 24일 긴 잠에 들었다. 그가 장지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들른 곳도 어김없이 학전이었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발인이 엄수됐다. 별도 영결식은 없었고 배우 설경구 등이 조문을 마친 빈소에서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후 운구차는 인근 학전 소극장이 있던 자리(현 아르코꿈밭극장)로 이동했다. 8시쯤 담배를 들고 있는 영정사진 속 고인이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100여 명의 후배 배우, 가수 등이 침통한 표정으로 그를 맞았다. 학전 연혁을 새긴 벽면의 화단에 영정사진을 두고 유가족이 묵념을 올리는 것으로 노제가 시작됐다. 일부 시민이 놓고 간 국화, 그리고 고인이 생전 즐겼던 소주, 맥주 등이 그 화단에 놓여 있었다.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누군가 ‘아침이슬’을 부르자 모두 따라 불렀고, 그 순간 빗방울이 떨어졌다. 김민기에게 연기를 배웠던 배우 설경구·황정민·장현성·배성우·김대명·방은진을 비롯해 이곳에서 공연했던 가수 박학기·박승화 등이 그 모습을 지켜봤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장 등도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

김민기의 조카인 김성민 학전 총무팀장은 “배웅 길에 와주셔서 감사하다. 이것으로 모든 장례 절차를 마치겠다”고 조문객에게 인사했다. 그 순간 거짓말처럼 굵은 빗줄기가 세차게 쏟아졌다. 추모객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 눈물과 빗물이 뒤섞였다.

10분간의 짧은 노제를 마친 후 운구차가 떠나자 누군가 “사랑합니다 선배님!”이라고 외쳤다. 그리고 길 한가운데서 색소포니스트 이인권이 울음을 참으며 고인의 곡 ‘아름다운 사람’을 연주했다. 연주가 끝난 후에도 추모객들은 한참 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한편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하던 고인은 지난 21일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유해는 천안공원묘원에 봉안됐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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