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5강 승부수였는데…ML 22승 투수가 이렇게 쩔쩔 맬 줄이야, 한국 야구 만만치 않다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야심차게 영입한 메이저리그 통산 22승 투수 하이메 바리아(28)가 고전을 거듭 중이다. 한화가 가을야구를 위해 던진 승부수였지만 뜻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바리아는 지난 23일 대전 삼성전에 선발등판했으나 4이닝 7피안타(1피홈런) 1볼넷 7탈삼진 3실점으로 강판됐다. 지난 17일 창원 NC전(4이닝 9피안타 2탈삼진 5실점)에 이어 2경기 연속 5회를 넘기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한화는 6-5 재역전승을 거뒀지만 바리아의 부진이 근심을 안겼다.
1회 시작부터 진땀을 뺐다. 삼성 1번타자 김지찬의 투수 정면 타구가 글러브를 맞고 굴절된 내야 안타로 이어지면서 주자를 내보낸 바리아는 다음 타자 류지혁 상대로 1~2구 연속 스트라이크를 잡고도 무려 12구까지 가는 승부를 했다. 류지혁은 좌익수 뜬공 아웃됐지만 5연속 포함 무려 7번의 파울 커트로 바리아를 괴롭혔다. 10구째 체인지업이 원바운드 폭투가 되며 1루 주자의 2루 진루를 허용하기도 했다.
이어진 1사 2루에서 루벤 카데나스를 헛스윙 삼진 처리한 바리아는 강민호에게 중앙 펜스를 직격하는 2루타를 맞고 선취점을 허용했다. 투볼 불리한 카운트에서 포수 이재원이 바깥으로 완전 빠져 앉았지만 존 안으로 들어온 슬라이더를 강민호가 놓치지 않았다.
2회에는 이성규와 윤정빈을 연속 삼진 처리했지만 김현준에게 안타를 맞은 뒤 이재현에겐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다. 김지찬을 헛스윙 삼진 돌려세우며 실점 없이 막긴 했지만 23개의 공을 던졌다. 1회 27개 포함 2회까지 무려 50개를 던질 만큼 투구수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3회에도 2사 후 흔들렸다. 강민호에게 중전 안타를 맞더니 김영웅에게 중월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4회에는 실점이 없었지만 윤정빈과 김현준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며 흔들렸다. 한화 타선이 4회 2득점을 내며 1점차로 따라붙자 김경문 한화 감독은 5회 시작부터 바리아를 내리고 구원 박상원을 투입했다.
총 투구수 89개로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52km, 평균 149km 직구(31개) 외에 슬라이더(44개), 투심, 체인지업(이상 2개)을 던졌다. 직구-슬라이더 투피치로 단조로운 패턴에 커맨드가 흔들리면서 4이닝 만에 내려가야 했다.
이날까지 바리아의 시즌 성적은 9경기(44이닝) 3승3패 평균자책점 4.70 탈삼진 43개 WHIP 1.45 피안타율 2할9푼5리. 5월말 펠릭스 페냐의 완전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할 때 받았던 기대에 비하면 실망스런 성적이다.
바리아는 메이저리그 통산 22승 경력을 자랑하는 ‘빅네임’으로 주목받았다. 2018년 LA 에인절스 시절 풀타임 선발 10승을 기록했고, 지난해까지 빅리그 6시즌을 커리어를 쌓았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바리아에게 접촉한 한화가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고, 선수 풀이 마른 외국인 투수 시장에서 시즌 중 데려올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투수로 평가됐다.
기대대로 바리아는 첫 3경기에서 2승을 수확하며 평균자책점 1.69로 호투했다. 지난달 11일 잠실 두산전(6이닝 1실점), 16일 대전 SSG전(6이닝 무실점)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승리로 김경문 감독에게 개인 통산 900승과 대전 홈경기 첫 승을 연이어 선물했다. 종으로 떨어지거나 바깥으로 휘는 두 가지 종류의 슬라이더로 위력을 떨쳤다.
그러나 이후 6경기(28이닝) 1승3패 평균자책점 6.43으로 부진하다. 전반적으로 한화 수비가 뒷받침되지 않은 부분도 크지만 바리아의 투구 자체가 상대 타자를 압도하지 못한다. 6경기 중 4경기에서 5회를 넘기지 못할 만큼 이닝 소화 능력이 떨어진다. 직구-슬라이더 투피치에 결정구 부재로 투구수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좌타자 피안타율(.326)이 우타자(.259)에 비해 월등히 높은데 좌타자의 스윙을 이끌어낼 수 있는 무기가 부족하다. 제3구종으로 체인지업이나 투심은 밋밋하다.
첫 3경기에선 통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 팀들에 분석이 되면서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구위가 아주 압도적이거나 제구가 칼같으면 분석을 당해도 극복할 수 있겠지만 그 정도 수준까진 아니다. 메이저리그 통산 22승 커리어가 무색할 정도로 한국 야구가 만만치 않다. 바리아가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하면서 9위에 머물러 있는 한화의 가을야구 희망도 희미해지고 있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