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네, 그 책방의 ‘그 책’… 여름이 재밌어졌다

신재우 기자 2024. 7. 2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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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전문 서점’ 책방지기의 원픽 도서 7
그래픽 = 권호영 기자

어디에나 서점은 있다. 인천부터 부산, 천안과 군산까지 산 아래, 바다 옆 여행지를 살펴보면 그 자리를 고집스레 지켜온 지역의 책방들이 있다. 문화일보 북리뷰팀이 ‘지역특산물’처럼 자기만의 특색과 개성을 뽐내는 ‘전문 서점’ 7곳을 엄선했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그리고 그래픽노블 전문 서점부터 장르문학 전문 서점까지. 만화와 자연과학, 판타지, 시집 등 각기 다른 장기를 가진 책방들이다. 서점지기들로부터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린 단 한 권의 책, ‘여름 원픽’을 추천받았다. 다가온 휴가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줄 ‘여름 원픽’ 책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전국의 ‘그 책방’에 숨어 있는 ‘그 책’이 당신의 인생 책이 될지도 모른다.

신재우·장상민 기자

어른을 위한 ‘이색’ 만화방… 서울 ‘그래픽’

낭만의 계절인 여름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여름의 낭만에 ‘H2’(대원씨아이)가 함께해도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고등학생들의 야구 만화지만 사실 가슴을 더 설레게 만드는 건 주인공들의 복잡한 사각 관계에 있습니다. 단숨에 과몰입하게 만들 거예요. 정다운 매니저

서울의 이태원 경리단길에 위치한 만화·그래픽노블 전문 서점. 3층 규모의 서점은 ‘어른을 위한 만화방’을 테마로 마블과 DC코믹스 등 유명 만화 작품을 비롯해 SF,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 5000종 가깝게 구비돼 있다. 서점인 동시에 입장료(1만5000원)를 내면 책을 열람할 수 있는 유료 도서관이기도 하다. ‘경리단길 구겐하임’이라는 별칭답게 이색적인 소라 모양의 외관 또한 특징이다.

현실 초월 판타지 전문… 인천 ‘서점 마계’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지로 언급되곤 하는 소설 ‘어스시의 마법사’(황금가지)입니다. 국내에서는 모르는 독자가 많지만 바다와 섬들로 이루어진 세계의 기묘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인간 삶에 대해 돌이켜 볼 수 있는 명작입니다. 윤석우 서점지기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판타지를 전문으로 하는 이 서점의 또 다른 키워드는 ‘중2병’이다. 어린 시절 바랐던 꿈과 희망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중2병’ 감성을 바탕으로 한 큐레이션을 선보인다. 이 때문에 판타지 소설과 함께 다루는 분야는 시집이다.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초자연적이고 비현실적인 소재를 다룬 판타지 소설과 함께 아름다운 언어로 현실을 초월한 시집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제주 유일 장르 전문 책방 ‘사계리 서점’

여름밤을 서늘하게 만들어 줄 호러는 어떠신가요? ‘오래된 신들이 섬에 내려오시니’(들녘)에는 제주도 설화를 모티브 삼은 코즈믹 호러 6편이 묶였습니다. 지명과 설화가 신비롭게 등장하는 이 책과 함께 더욱 다채로운 여행이 되시길 바라 봅니다. 김수현 서점지기

제주도 유일의 장르 전문 서점. 특색 있는 장르문학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주인장이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모두 모아 판매하려고 서점을 차린 뒤 5년째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책방의 마스코트가 된 검정 강아지 ‘두용이’가 꼬리를 흔들며 손님들을 맞이한다. ‘설마 이런 책도 있을까?’ 싶은 마음으로 추천을 부탁하면 주인장은 기다렸다는 듯 추천 도서를 내어준다.

인문교양의 시간이 무르익는… 원주 ‘시홍서가’

‘어린왕자’의 저자 생텍쥐페리가 비행기 조종사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소설 ‘인간의 대지’(디자인이음)는 야간 단독비행을 하듯 수천 피트 상공에서 찬찬히 삶을 관조합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그가 비행을 통해 깨달은 삶에 대한 찬양을 느낄 수 있어요. 김영미 서점지기

성찰과 성장, 나이 듦의 의미에 관한 인문교양 서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시홍서가’의 ‘시홍(時紅)’은 ‘시간이 무르익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 이름처럼 원주 이화마을에 있는 이 동네 책방은 매년 조금씩 무르익는 중이다. 인문학 저서 큐레이션에서 시작해 계절과 시기별 이슈에 따른 특별전, 책과 관련된 강연과 독서 프로그램 등을 개최하면서 지역에서 조금씩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림책·시집으로 꾸린 공간, 천안 ‘책방 악어새’

색색의 파라솔로 가득 채워진 ‘해변에 가면’(소원나무)의 표지를 마주한다면 여름과 휴가가 떠오를 거예요. 해변에서 즐기는 휴가에 연령 제한이 없듯 이 책도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읽을 수 있습니다. 책의 해변 그림 속에서 휴가를 기대하고 추억할 수 있길 바랍니다. 성욱현 서점지기

천안 문화동 구도심에 자리를 잡은 그림책과 시집 전문 서점. 성욱현 동화 작가와 조민주 시인이 합심해 문을 열었다. 머리는 악어 몸은 새인 환상의 동물 ‘악악이’가 편견 없이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사귀기 위해 꾸린 공간이라는 테마로 서점 이름을 지었다. 서점지기들의 동화 창작 강연과 시 창작 모임이 진행된다. 커피와 차, 쿠키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지친 당신에게 위로를… 군산 ‘심리서점 쓰담’

‘생각 끊기의 기술’(와이즈베리)은 불필요한 걱정으로 고통받는 현대 사회의 병폐를 지적하는 책입니다. 학술적 통찰이 담겼지만 명쾌한 문장 덕에 가볍게 접근할 수 있어요. 마음을 옥죄는 인지 왜곡에서 벗어나 온전한 휴식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강주혜 서점지기

“Dum Spiro Spero(당신이 숨을 쉬는 한 절대 끝나지 않는다)”라는 슬로건처럼 지친 현대인에게 쉼과 위로를 주려 설립된 심리학 전문 서점. 군산 특유의 지역적 분위기를 간직한 적산가옥을 개조해 특별한 분위기의 서점으로 탈바꿈했고 손님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심리전문서적을 주인장만의 특별한 큐레이션으로 추천하고 심리검사와 심리상담도 진행된다.

생태학교수가 차린 자연과학 서점, 부산 ‘동주책방’

괴테가 식물에 대한 독특한 철학으로 식물 연구도 수행했다는 사실을 알고있나요? ‘괴테의 식물변형론’(이유출판)을 통해 식물의 형태로부터 시작된 그의 연구서를 살짝 훔쳐볼 수 있어요. 지금도 괴테의 자료는 식물학 연구에 커다란 양분을 제공하고 있답니다. 이동주 서점지기

국내 1호 자연과학 전문 서점. 대영박물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신라대에서 생태학과 진화학을 가르치는 이동주 교수가 자연형태연구소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과학 분야와 함께 독립출판물, 미스터리·SF 도서를 다룬다. 책방 공간은 누구나 쉽게 찾아 궁금증을 풀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과학 스터디, 강연, 워크숍 등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으며 타 분야 간의 협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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