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학습 아동’ 매주 1대1 교습… 성적 오르고 자신감까지 ‘쑤욱~’[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저소득층 많고 아동 적은 동네
학업지도·집단 미술활동 진행
10개월뒤 국어·수학 30점 올라
지역 다양한 기관과 업무협약
부모들 교육 프로그램도 실시
“아이와 소통법 많이 배웠어요”
“뭔가를 풀었다는 게 재밌었어요. 학습지를 하는 게 재밌긴 했는데 끝나니까 조금 속상해요.”
초록우산 전북종합사회복지관이 지역사회 내 ‘느린 학습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한 프로그램 ‘도담도담 자라는 아이들’에 참여한 한 어린이는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느린 학습자’란 읽기·쓰기·수학 등 학업 영역에서 기초학습이 부진한 아동을 뜻한다. 전북종합사회복지관은 학습과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느린 학습 아동 1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학습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전북 전주시에서 아동 인구 비율이 적고 저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곳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참여 대상으로 선정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전주시 총인구 중 아동 인구 비율은 19.15%지만 이곳의 아동 인구 비율은 11.44%에 불과하다.
전북종합사회복지관이 2022년 발간한 지역사회 욕구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취학·초등학생을 양육하는 데 주된 걸림돌로는 ‘경제적 어려움’이 31.9%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학업 및 진로지도’가 21.3%를 차지했다. 미취학·초등학생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프로그램으로는 ‘학업 지도 및 진로 탐색 프로그램’이 38.3%로 가장 많이 꼽혔다. 다음으로 ‘상담 및 심리프로그램’(19.1%)이 많았다. 이에 전북종합사회복지관은 느린 학습 아동의 학습능력과 사회성을 높이고, 양육자의 양육역량과 의무이행자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도담도담 자라는 아이들’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해당 초등학교는 전북교육청 지원을 받아 기초학력 향상 방안으로 3~6학년까지 학습더딤학생 수준별 방과 후 수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그룹형 수업이 아동들의 개별적인 특성을 고려했을 때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전북종합사회복지관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아동 대상 학습지도 전문가를 통한 1대1 맞춤형 학습을 지원했다. 학업 흥미도 향상을 목적으로 학습동기 유발 프로그램, 미술심리상담센터를 통한 집단 미술활동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대다수 참여 아동들은 프로그램이 시작됐던 1월에 견줘 11월에 학습능력이 상승된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 아동들은 국어·수학 수준별 학습테스트 결과 참여 전보다 두 과목 모두 평균 30점 이상 상승했다. 잦은 결석으로 프로그램 참여율이 저조했던 아동은 사전에 비해 사후테스트 결과 점수가 하락했다. 참여 아동들은 서툴지만 쉬운 글자와 책들을 읽으면서 자신감이 생겨 학급 아이들과 관계도 원만해졌다고 한다. 매주 1회 프로그램을 반복하면서 아동들의 학습 능력뿐 아니라 학습 태도까지 변했다고 한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습지도 전문가는 “수학 같은 경우 처음엔 손가락으로 계산하고 다음엔 입으로 ‘7 다음은 8, 8 다음은 9’ 이렇게 계산하다가 지금은 머릿속으로 계산하게 됐다는 아이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담당자는 “처음엔 집중력이 떨어져 5분 이상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아동도 있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먼저 와서 선생님을 기다리는 모습과 프로그램 시간에 가만히 앉아 집중하는 모습으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전북종합사회복지관은 참여 아동의 학업능력 향상을 위해 초등학교·지역아동센터·학습지도 전문가·아동 미술심리 전문가 등 지역사회 내 아동과 연관된 기관들과 역할을 나누고 협약식을 통해 이를 분담했다.
부모교육과 사례관리도 함께 기획하고 진행했다. 아동 변화를 위해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은 아동의 일차적 보호자인 부모라는 판단에서다. ‘느린 학습 아동 양육 부모’ 역량 강화를 위한 부모교육 프로그램과 사례 회의·가정 방문·전화 상담을 통한 아동 가정의 종합적인 지원을 위한 사례관리도 실시했다. 부모교육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아이와 소통하는 것, 감정적 표현 방법 등 나의 양육방식과 달라 많이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모든 프로그램을 종료한 후에는 아동, 학부모, 학교 관계자를 초청해 ‘결과 공유회’를 개최했다. 프로그램을 맡았던 관계자는 “느린 학습 아동은 장애 아동에 해당되지 않아 제도를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있다”며 “느린 학습 아동과 부모를 위한 지원 관련 조례가 제정될 수 있도록 지방의회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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