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정치풍향 | “새 대표 6개월 못 버텨… 尹-韓 절대 화해 안 할 것”
전당대회 후폭풍이 더 무섭다?
“확실한 좌장 없으니 후보에 이리 붙고 저리 붙는, 그야말로 난세”
“전당대회 아닌 분당(分黨)대회… 누가 당권 잡아도 파국 가능성”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가 점입가경이다.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가나다 순) 당대표 후보는 정권 재창출, 원내 1당을 되찾기 위한 비전은 제시하지 못한 채 서로에 대한 마타도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논란이 확대 재생산되면 당헌·당규상 명시된 제재 조치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후보들에게 경고했을 정도다.
장외에서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붓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한동훈은 유승민의 길로 가고 있다”고 공개 저격한 데 이어 한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읽고 무시)’ 논란, 장예찬 전 최고위원의 ‘한동훈 댓글부대’ 폭로까지 더해지며 자중지란에 빠진 상황이다. 오죽하면 7·23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라고 말할까. 친윤-친한 중 누가 당권을 잡아도 파국을 면키 힘들다는 것이다.
“무주공산에 리더십 실종… 대권 주자 난립”
당권 레이스는 한동훈 후보가 대세론을 형성하는 가운데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가 포위하는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인물만 보면 대선 경선을 방불케 한다. 여기에 더해 대권주자인 홍 시장이 한 후보를 저격하면서 또 다른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을 소환해 양측에 설전이 벌어졌다. 유재일 정치평론가는 “대권주자급이 당대표 후보로 나온 것부터 문제다.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기 바쁜 선거다 보니 정책이 사라졌다”며 “이해찬 민주당 상임고문처럼 당권을 잡더라도 자기 욕심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해야 하는데, 어느 누구도 그러지 않고 있다”고 했다.
21대 총선(2020년)은 역대 민주당 역사에서 가장 잡음이 없었던 공천으로 꼽힌다. 공천권을 가진 이해찬 당시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하고 중재자 역할만 수행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민주당은 180석을 얻는 대승을 거뒀다. 반면 국민의힘에는 당대표가 되더라도 중립을 지키겠다는 리더십이 실종된 상태다.
정부의 힘이 약해진 것도 당권 레이스가 진흙탕이 된 원인으로 꼽힌다. 당내에서는 “윤 대통령이 단 한 차례도 당을 제대로 장악해본 적이 없다”는 불만이 나온다. 누구 하나 확실한 구심점 역할을 못 하고 있기 때문에 당이 무주공산과 같다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고문은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친이계는 이재오, 친박계는 서청원 등 누구나 납득할 만한 좌장이 있었다. 하지만 친윤계는 좌장은 커녕 좌장 격의 인물도 안 보인다. 무게감 있는 정진석 전 의원은 대통령 비서실장이 됐다. 당에 주류만 있고 좌장이 없으니 의원들이 당선될 확률이 높은 후보 쪽에 이리 붙고 저리 붙는, 그야말로 난세가 펼쳐지고 있다.”
“어대한? 어대낙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배 의원 외에도 적지 않은 의원들이 한 후보를 직·간접적으로 도와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한 후보가 총괄선대위원장을 지낸 4·10 총선을 통해 당선된 초선 비례대표 의원들 사이에서 한 후보의 지지세가 높다. 일부 초선 의원들이 한 후보의 당선을 전제로 움직이는 정황도 포착된다. 한동훈 캠프에 전당대회 이후 당을 어떤 식으로 변화시킬지를 제안하는 의원도 있다.
반면 “어대한은 허상”이라는 시선도 있다. 표면적으로는 한 후보를 지원하는 의원이 많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물밑에서 관망하는 쪽이 다수라는 것이다.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은 “정보력이 뛰어나 ‘권력 풍향계’라고 불리는 의원들이 우리 당에 몇몇 있다”며 “이들이 아직 움직이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중’인 나경원·원희룡 후보의 단일화 시나리오까지 나올 정도로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대중적 인기는 한 후보가 가장 앞선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당대표로 당선되는 순간 지금보다 더한 집중 견제 대상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어대한 현상에 앞서 어대낙(어차피 당대표는 이낙연)이 여의도를 장악한 적이 있다. 2020년 민주당 내에서 이낙연 전 총리의 인기는 지금의 한 후보 못지않았다. 당시 민주당 의원 중 적지 않은 수가 친낙계를 자처했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이 전 총리가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였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주류 계파가 친문계에서 친낙계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 예상됐다. 하지만 이 전 총리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대선 경선에서 패배한 뒤 급격히 세력이 쪼그라들었고, 이 대표 극렬 지지자들의 반감까지 사게 돼 결국 탈당하기에 이른다.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는 최근 ‘어대육’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6개월 정도 지나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는 뜻이다. 국민의힘 대표 자리는 잔혹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임기를 채운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윤석열 정부의 개국공신인 이준석 체제는 1년 2개월, 친윤계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김기현 체제는 9개월 만에 퇴장했다.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셈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적과도 손을 잡았던 김대중(DJ),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같은 리더십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은 절대 한 후보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복을 예상하기도 한다. 이는 권력 누수를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 중론이다.
“갈등 격해져 ‘바른정당’ 시즌2 재현될 수도”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지만, 분당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바른정당 시즌2’가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기점으로 비박계 의원 29명이 탈당해 원내 4당이 된 사건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채 상병특검법과 관련한 갈등의 골이 깊다. 한 후보는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특검법 통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나머지 후보는 특검법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범친한계는 30여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 중 친한계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의원은 10명 안팎으로 꼽힌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채 상병 특검법에 8명만 찬성하면 대통령 거부권이 무력화되기 때문에 캐스팅보터로서 충분히 기능할 수 있는 수다.
이 이슈는 지난 11일 진행된 전당대회 두 번째 TV 토론회에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 후보는 “민주당의 특검법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거부권 행사를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면서도 “108석으로 어떻게 특검을 막을 수 있나”라고 했다. 그러자 원 후보는 “왜 못 막나. 8명을 이탈시킬 생각인가”라고 꼬집었다.
과연 당권을 차지하는 사람은 누가 될 것인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깜깜이 선거에 가깝다. 84만3000명의 책임당원 중 원내·외 당협위원장이 몇 명이나 동원할 수 있을지 확인되지 않는다. 각 계파가 동원할 수 있는 추정치만 여의도 안팎에서 난무할 뿐이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는 당원 선거인단 투표 80%, 국민의힘 지지층·무당층 여론조사 20% 비율로 치러진다. A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B 후보보다 20%p 낮더라도 당원 투표에서 5%p 앞서면 두 후보는 동률이 된다.
여론조사와 당원 표심은 다를까? 초미 관심사
단일화도 변수다. 후보들은 “단일화는 없다”고 했지만, 한 후보 지지세가 꺾이지 않자 미묘한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 나 후보는 “실질적으로 생각이 비슷하다면 거친 싸움을 하는 것보다는 사퇴하는 게 낫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저를 도와주시는 게 어떨까”라고 하자 원 후보도 “굳이 말하면 나 후보가 저를 돕게 될 것”이라고 응수했다. 결선투표에서 ‘반(反)한동훈 연대’의 등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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