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패한 마크롱 “올림픽 끝날 때까지 현 정부 유지”···좌파연합 “최악의 정치” 반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24 파리 올림픽이 끝나는 다음달 11일(현지시간)까지 새 총리를 임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자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한 좌파 연합은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부정하고 있다”며 일제히 반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프랑스2 방송 인터뷰에서 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 새 정부를 구성할 경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는 현 정부가 국정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을 거론하며 “그들이 이번 의회에서 어떤 형태로든 다수를 차지했다고 말하는 건 잘못”이라며 범여권과 NFP, 극우 국민연합(RN) 중 어느 정당도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NFP가 뤼시 카스테 파리시 재정국장을 새 총리 후보로 제안한 것을 두고서는 “핵심은 정치 진영이 제시한 이름이 아니다”라며 “중요한 건 정부가 개혁안과 예산을 통과시키고, 국가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의회에서 과반수를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짚었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7일 조기 총선이 마무리된 후 총선 결과에 대해 공개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NFP는 공동 성명과 개별 성명을 통해 마크롱 대통령에게 카스테 국장을 총리로 임명하라고 압박했다. NFP에 참여한 사회당, 녹색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공산당 등 4개 정당은 지난 2주간 총리 후보로 누구를 내세울 것인지를 논의해왔다.
우여곡절 끝에 총리 후보를 합의한 좌파 연합은 마크롱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있다며 총공세에 나섰다.
NFP 내 최대 진영인 극좌 성향 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엑스(옛 트위터)에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새로운 공화 전선을 우리에게 강요하고 있다”며 “이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마뉘엘 봉파르 의원도 “민주주의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부정”이라고 비판했고, 클레망스 게트 의원도 “마크롱은 오늘 밤 그의 권위주의적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며 “(총선 결과에) 승복하거나 아니면 사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올리비에 포르 사회당 대표도 마크롱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존중하지 않고 최악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마린 통들리에 녹색당 대표는 “우리는 이겼고 공약이 있고 총리가 있다”며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방해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현실 부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NFP는 마크롱 대통령이 총선에서 패배하고도 자신들에게 정부 구성을 맡기지 않고, 범여권 인사를 다시 총리에 임명하기 위해 각종 명분을 들이대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최근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 국민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공화 전선’ 구축을 촉구하는 등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것이다.
임기가 3년 남은 마크롱 대통령으로서는 좌파 연합에 국정 주도권을 빼앗긴다면 그간 추진해온 정책들이 무산될 위험이 있다. NFP는 임기 내내 친기업적 정책을 펴온 마크롱 정부와 날을 세워 왔으며, 이날 하원에 마크롱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연금 개혁을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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