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계속 읽고, 계속 분노해” [기자의 추천 책]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시절이 하 수상할 때 좋은 이야기를 찾고 싶어진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때로 모두를 구하는 이야기가 되기도 하니까.
그 대신 매끄럽지 않은 이야기로 빼곡하다.
단순히 비추기만 하지 않고 돌봄과 취약성, 상호 의존에 관한 더 나은 세계를 고안하는 시도로 이어진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앨리스 웡 지음 김승진 옮김
오월의봄 펴냄
시절이 하 수상할 때 좋은 이야기를 찾고 싶어진다. 전쟁과 극우가 휩쓸고 있는 것 같은 암울한 세계지만 그래도 어딘가엔 자그마한 희망이 있길 바란다. 그저 덧없는 바람만은 아닌 게, 최근 만난 한 출판인은 북미에서 발행된 훌륭한 책들이 트럼프 시대와 ‘맞서며’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적대와 분열만이 전부가 아니다. 성차별과 반이민, 극단주의에 일종의 반작용처럼 저항의 서사들이 공동체 어딘가에 쌓이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무기력하지만은 않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때로 모두를 구하는 이야기가 되기도 하니까.
〈미래에서 날아온 회고록〉도 그런 힘을 가졌다. 1974년생 아시아계 이민자 장애 여성인 저자가 트럼프 시대와 팬데믹을 지나 네 번째 호랑이의 해를 맞아 쓴 회고록이다. 혹여라도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영웅적 서사를 기대할 독자들을 위해 그는 서문에 이렇게 주의를 준다. “장애인 회고록은 21세기 스펙터클이 아니”라고. 그 대신 매끄럽지 않은 이야기로 빼곡하다. SF 덕후이면서 시니컬한 사회학 연구자, 커피광, 때론 ‘화난 아시아 장애 여성’으로서의 자기 자신을 입체적으로 펼쳐놓는다. “누구에게도 모범적 소수자였던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는 거침없는 선언과 함께.
그렇게 한 개인의 회고록은 장애를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단순히 비추기만 하지 않고 돌봄과 취약성, 상호 의존에 관한 더 나은 세계를 고안하는 시도로 이어진다. “우리가 끝내주게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이유는 이 세계가 우리를 위해 지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미래를 위해 이 책을 썼다. ‘장애인 신탁 예언자가 전하는 지구 행성 이야기’라는 부제가 그 은유인 셈이다. 적대적인 세계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미래가 없는 존재가 아니라 미래를 열어가는 존재로서의 회고록이라서다. 웡은 말한다. “그러니 계속 읽고, 계속 분노해.“
김영화 기자 young@sisain.co.kr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