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쇼 코지·송강호, 한·일 국민배우 만났다…봉준호 감독 언급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일본의 국민 배우 야쿠쇼 코지가 내한한 가운데, 우리나라 국민 배우 송강호와 만났다.

야쿠쇼 코지는 영화 '퍼펙트 데이즈'(감독 빔 벤더스)의 개봉을 기념해 지난 20일과 21일 이틀간 내한했다. 그는 지난 21일 오후 1시 10분 상영 이후 씨네큐브에서 씨네21 김소미 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씨네토크가 송강호와 함꼐 출연했다. 이번 씨네토크는 예매 오픈과 동시에 매진됐다.

'퍼펙트 데이즈'는 매일 반복되는 하루를 살아가는 도쿄의 청소부 히라야마의 평범하지만 반짝이는 순간을 담은 영화. 이날 송강호는 "야쿠쇼 코지와 작년 칸 영화제 폐막식 레드카펫에서 우연히 인사한 후 무대 뒤에서 축하를 나누고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작년 12월 아카데미 회원으로서 투표를 위해 제일 먼저 봤던 영화인데, 연기의 깊이나 영화가 추구하고 있는 삶에 대한 아름다움의 깊이가 도저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라는 느낌이 제일 먼저 들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야쿠쇼 코지는 "'퍼펙트 데이즈'로 지난 1년간 전 세계를 여행했는데 그 여행의 마지막을 송강호 배우와 함께할 수 있어 꿈만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 작품을 빔 벤더스 감독이 아닌 봉준호 감독이 찍었다면 송강호 배우가 히라야마를 맡았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먼저 배역을 맡은 건 행운이다"라고 재치있는 입담을 드러냈다.

두 배우는 타국 감독과 자국에서 찍은 영화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야쿠쇼 코지는 "빔 벤더스가 영화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배우는, 마치 빔 벤더스 교실에서 촬영하는 듯한 경험이었다, 게다가 빔 벤더스 감독은 현장에서 항상 유머를 잃지 않는 유머러스한 분이어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이렇게나 즐거운 작업이구나를 깨닫게 해줬다"라고 말했다. 이어 송강호는 "나와 완벽하게 똑같은 소감이다"라고 말하며 공감했다.

두 사람은 인상 깊게 본 서로의 작품을 이야기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야쿠쇼 코지는 "송강호 배우를 '쉬리'로 처음 알게 됐고 '공동경비구역 JSA'를 포함하여 최근 작품들도 많이 챙겨 봤다"고 했다. 이어 '살인의 추억'을 언급하며 "작품 자체도 훌륭했지만, 영화 속 인물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느낌을 주는 게 정말 매력적인 배우"라며 "처음 '살인의 추억'을 봤을 때 '대단한 배우가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쉘 위 댄스' '큐어' '우나기' '멋진 세계' 등 그의 셀 수 없는 명작들을 열거하며 이날 특별히 '고독한 늑대의 피'에서 야쿠쇼 코지가 맡은 인물을 흉내 낸 옷을 입었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또한 송강호는 "야쿠쇼 코지의 수많은 명연기 속 한 장면을 꼽자면 '우나기'를 말하고 싶다, 요즘도 봉준호 감독과 만나면 '우나기'에서 아내를 살해하고 피범벅이 된 채 자전거를 타고 파출소로 가 아내를 죽였다고 말하는 첫 장면의 연기에 대해 극찬을 한다, 이 정도의 고통과 연민의 깊이를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전 세계에서 야쿠쇼 코지밖에 없다고 둘이 이구동성으로 말하곤 한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야쿠쇼 코지는 씨네토크를 마무리하며 "'퍼펙트 데이즈'는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의 삶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는 작품이다, 또 봉준호 감독이 일본 호소다 마모루 감독과의 대담에서, 나를 캐스팅해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하면서 '어느 만화가에게 구박받는 나이 많은 어시스턴트 역할'로 출연시키고 싶다고 했다고 들었다. 만약 그 작품이 실현이 된다면 송강호 배우가 만화가로 출연해 나를 양발로 날아 차기 하는 장면을 찍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친다"며 "한국과 일본은 정말 가까우니, 영화라는 매개를 통해 좋은 교류를 해나갔으면 좋겠다"라고 인사했다.

한편 '퍼펙트 데이즈'는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