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구세주" 근거 없는 말 아니었네…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세계적으로 흥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데드풀'(2016)과 '데드풀 2'(2018)의 주인공 데드풀은 19금의 상스러운 말장난을 잠시도 쉬지 않고 촐싹거리는 괴짜 슈퍼히어로다.
이와는 달리 '엑스맨' 시리즈의 울버린은 어두운 표정에 입이 무거운 진중한 캐릭터다.
물과 기름처럼 도저히 섞일 수 없을 것만 같은 두 슈퍼히어로가 만났다. 24일 개봉한 '데드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데드풀과 울버린'에서다.
히어로를 은퇴하고 중고차 딜러가 돼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누리면서 살아가던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 분)이 시간과 우주를 관할하는 기관인 '시간 변동 관리국'(TVA)에 끌려가 귀중한 친구들을 포함한 자신의 우주가 소멸할 것이라는 경고에 직면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사태를 막기 위해 데드풀은 한동안 입지 않았던 빨간색 슈트를 착용하고, 쌍칼과 권총으로 무장한다. 다시 슈퍼히어로의 모험에 나선 그의 첫 번째 과제는 울버린(휴 잭맨)을 찾아 팀을 이루는 것이다.
로건으로 불리기도 하는 울버린은 영화 '로건'(2017)에서 죽음을 맞았지만, 시공간을 넘나드는 멀티버스 세계관에서 그를 다시 불러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데드풀은 울버린을 찾아가지만, 과거에 사로잡혀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채 술에 절어 살아가는 그는 좀처럼 말을 듣지 않는다.
시간만 나면 치고받는 데드풀과 울버린을 도저히 한 팀으로 보긴 어렵지만, 우여곡절 끝에 둘은 함께 모험의 길로 들어선다. '엑스맨' 시리즈의 캐릭터 찰스 자비에 교수의 여동생인 강력한 빌런 카산드라 노바(엠마 코린)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데드풀' 시리즈의 작품이지만, 두 편의 전작과는 중요한 차이점을 가진다.
'데드풀'과 '데드풀 2'는 배급사가 20세기폭스였지만, 2019년 월트디즈니의 20세기폭스 인수로 '데드풀과 울버린'은 디즈니 영화가 됐다. 그러면서 디즈니에 속한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적 세계관을 가리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도 합류했다.
그러나 라이언 레이놀즈가 전작들에 이어 이번에도 데드풀을 연기했을 뿐 아니라 각본과 제작에도 참여한 만큼, '데드풀' 시리즈의 DNA는 그대로 이어진 느낌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데드풀은 쉴 새 없이 방정맞은 말을 늘어놓는다. 울버린은 그런 데드풀을 "관심병 환자"라고 조롱한다.
극과 관객의 경계를 가리키는 '제4의 벽'을 아무렇지도 않게 허무는 것도 여전하다. 오프닝 시퀀스에서도 데드풀은 자기를 잡으러 온 TVA 병사들을 보면서 관객이 들으라는 듯 "나보고 단역들한테 죽으라고?"라고 뇌까린다.
'데드풀'의 세계관이 MCU에 합류한 것도 농담의 소재로 삼는다. MCU에서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는 것을 풍자라도 하듯 데드풀은 "마블의 구세주"를 자처한다. 이렇게 선을 넘나드는 데드풀의 말장난이 끊임없이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슈퍼히어로 데드풀과 울버린을 한자리에 모은 만큼 액션도 강렬하다. 춤을 추듯 경쾌한 데드풀의 액션과 힘이 넘치는 울버린의 액션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통쾌한 느낌을 준다.
이번에도 R 등급(17세 이하는 부모를 동반해야 관람 가능)인 '데드풀과 울버린'은 말장난의 성적 수위가 상당히 높고 피가 튀는 잔인한 액션 장면도 많다.
'데드풀'과 '엑스맨'의 세계관과 MCU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도 액션을 즐기면서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무리가 없지만, 데드풀이 구사하는 말장난의 숨은 의미를 속속들이 이해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MCU 작품에서 흔히 맞닥뜨리는 진입 장벽으로 다가오는 부분이다.
'데드풀과 울버린'을 연출한 숀 레비 감독은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로 유명하다. 액션과 유머에 휴머니즘을 녹이는 연출을 선보여온 그는 이번 작품에도 우정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았다.
마블의 구세주가 되겠다는 데드풀의 호언장담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티저 예고편이 공개된 지 하루 만에 누적 조회수가 3억6천만회를 넘어섰고, 개봉 전 예매량은 올해 북미 지역 개봉작 최고 기록을 깼다.
127분. 청소년 관람 불가.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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