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가장 뉴욕스러운, 뉴욕속의 뉴욕 '트라이베카'

이우형 남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지난 기고에서 뉴욕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매력적인 대안 지역으로 변모한 헬스 키친에 이어 본 기고부터는 맨해튼 남서쪽에 위치한 뉴욕에서 보헤미안 스타일의 가장 매력적이고 비싼 지역 중 하나로 알려진 트라이베카를 살펴보고자 한다.

트라이베카가 가지는 의미는 뉴욕을 대표하는 노래인 프랭크 시나트라의 '뉴욕 뉴욕'에 이어 뉴욕의 매력과 정체성을 자극하는 제이지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에서 엿볼 수 있다. 그는 랩에서 "나는 브루클린 출신이나 지금은 트라이베카의 드니로 옆집에서 산다. 나는 새로운 시나트라가 되었다"라는 그의 성공담을 담고 있다. 과거 뉴욕의 대표적 슬럼 출신으로 세계적인 유명 가수로 성공한 가치를 "트라이베카에 산다"로 표현함은 트라이베카가 가진 지역적 위상을 대변한다. 또한 함께 언급된 로버트 드니로는 트라이베카를 '드니로의 도시'로 불리게 하는 또 하나의 인적 아이콘으로서 지역에 거주하며 하이엔드 호텔과 레스토랑들을 운영하므로 지역에 대한 그의 애착을 보여준다.

먼저 트라이베카의 명칭은 1970년대 초, 지역 예술가 및 주민 단체로 이루어진 활동가들에 의해 명명되었으며, 캐널 스트리트 아래의 삼각형 지역의 약자로 캐널 스트리트를 북쪽 경계로 웨스트 스트리트, 브로드웨이 및 채임버 스트리트로 둘러싸인 지역을 지칭한다. 이러한 명명법은 포트만토라는 단어나 문구의 일부를 결합하여 새로운 용어를 정의하는 방식이며, 덤보, 소호와 같이 지역 위치의 약자로 부르는 관행적 명명법이다.

트라이베카의 형성 과정을 살펴보면 맨해튼의 형성 초기, 농경지를 시작으로, 19세기 초, 도심을 벋어난 첫 번째 주거지로 활용되었고, 19세기 중반, 물류산업의 증가와 함께 브로드웨이를 따라 많은 상점과 로프트 건물이 건설되며 농산물, 직물 무역의 중심인 상업지역으로 변모하였다. 1960년대, 물류운송 방식의 변화로 인해 산업 기반이 사라졌고, 시의 철거형 도시재개발 사업에 따라 다수의 낡은 건물이 철거되고 새로운 개발이 시작되었다. 이와 함께, 주거 및 예술 중심지로의 전환은 1970년대 초, 인접한 소호의 예술가들이 생활과 작업을 하나의 공간에서 수행하는 주거형태가 합법화되며 초기 소호에 거주하던 예술가들이 동일한 공간점유 방식을 기대하고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결과 버려지고 값싼 로프트는 복잡한 도심에서 벋어난 한적한 밀도와 넓은 공간을 제공하므로 예술가를 위한 인기 거주지가 되었다.

현재 트라이베카는 캐스트 아이언 스타일의 주거건물과 클라식 인더스트리얼 로프트 그리고 현대적 건축물이 혼합된 외형을 가지며, 업스케일드 카페와 레스토랑, 부티크 상점 및 갤러리가 가득한 지역으로 변모하였다. 특히 로버트 드니로를 필두로 머라이어 캐리, 비욘세, 메릴 스트립, 스칼렛 요한슨, 제니퍼 로렌스 등, 수많은 셀렙의 거주지로 특정 지워진다. 최근 서울에 송은문화재단 신사옥을 설계한 세계적인 스위스 건축가, 헤르조그 앤 드뫼롱의 젠가 타워로 불리는 초고층 부티크 주거타워가 2017년에 들어섬은 새로운 부촌으로서의 지역적 캐릭터를 더욱 견고히 하였다.

본 기고의 내용을 통해 왜 오늘날 트라이베카라는 지명의 정체성이 지리적 의미만을 넘어 과거와 현대의 문화적 다양성을 통합하고 나아가 문화적 창의성과 질 높은 도시적 생활상을 상징하는 강력한 브랜드로 인식되는지의 과정과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다음 기고에서는 지역의 진화 과정상의 가장 큰 재난이었던 9.11 테러로 인한 파괴된 지역사회를 재건하는 과정과 새로운 유형의 부촌으로서의 도시적 의미를 중심으로 그 흥미로운 스토리를 이어가도록 한다. 이우형 남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